잔잔해진다는 것

by 사랑주니

걱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다.


기분이 가라앉지도 않고

그렇다고 들떠있지도 않다.


월요일까지 괜한 무기력에 빠져있더니

화요일부터 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화, 수, 목.

잔잔하다.



생각이 떠오른다고 하기에 애매하고

그렇다고 아무 생각이 없지도 않다.


여전히 생각 녀석들은 넘쳐나는데

그렇다고 나를 휘젓지는 않는다.


알아서들 착착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

각자의 위치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부르면 "네." 하면 정렬한다.



겨울에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나간다.


여름에는

글을 쓰고 바로 나간다.


미라클 모닝으로 정착된 루틴이다.


비 오는 날이나,

일찍부터 육지 올라가는 날 말고는

2년 동안 매일 나갔다.



그 순서는 계산할 필요도 없이 작동한다.

생각도 마찬가지인가.

비슷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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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 도착하면

한라산 방향 하늘을 찍고

운동장 1번 레인에서 엄지를 하고 찍는다.

이 또한 변하지 않는다.

'학교에 가면 사진을 찍어야지.'

하는 생각도 없다.

평소에는 사진을 거의 안 찍는다.

주변에서 말해줘야 찍을까 말까다.

"너 블로거 맞아? 맛집 사진 안 찍어?"

그런 내가 새벽에 나가면

한라산을 꼭 보고 찍는다.

요즘 새벽은 구름 가득한 하늘이

가려서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4월쯤 되어 일출이 빨라지면

매일 볼 수 있다.

새벽을 열었을 뿐이데,

생각이 덜 휘젓는다.

몸이 먼저 정렬되면

생각도 그 뒤를 따라온다.

그래서 오늘도

학교 운동장 1번 레인에 서서

한라산 쪽 하늘을 한 장 찍는다.

그게 내 새벽의 표시다.

예전엔 생각이 나를 휘젓고 다녔는데

요즘은 내가 부르면

“네.” 하고 제자리를 찾는다.





생각이 조금 어수선한 날이 있다면

아침을 ‘정리’하려 하기보다 먼저

몸을 한 번 움직여봐도 좋겠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요.

몸을 우선으로 움직이면,

생각이 따라오는 날이 있습니다.

그 작은 표시 하나만 남겨봐도 좋겠습니다.

당신의 그 마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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