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기는 참 쌀쌀했다.
하늘은 분명 맑았는데,
바람 끝은 아직 겨울 쪽에 더 가까웠다.
일기예보에서도
평년보다 기온이 낮다고 했다.
계절은 달력처럼
딱 잘라 바뀌지 않는다는걸,
이런 날씨가 자꾸 확인시킨다.
박경리 토지를 5권째 읽는 중이다.
토지 완독 챌린지와 함께.
새벽에 글을 쓰고
토지를 읽으며 성취감이 솟아오르면
그 에너지를 안고 밖으로 나간다.
봄이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공기가 부드러워지진 않는다.
어떤 날은 햇살이
먼저 봄을 데려오고,
어떤 날은 하늘빛이
먼저 계절을 바꿔 놓는다.
공기만큼은 끝까지 겨울의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우리는 맑은 하늘을 보며
봄을 느끼다가도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옷깃을 다시 여민다.
아마 그래서 봄이 더 선명하게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완전히 바뀐 계절보다,
바뀌어가는 계절이
더 많은 감각을 남긴다.
겨울에는 같은 시간에도 하늘이 까맣거나
잿빛으로 덮여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하늘색이 보인다.
구름의 결이 눈에 들어오고,
빛의 높이가 달라진다.
세상은 풍경부터 조금씩 바뀌고,
우리는 그제야 몸으로 알아차린다.
나는 이런 변화가 좋다.
무언가가 한 번에 확 달라지는 것보다,
조금씩 달라지는 흐름을 보는 일이 좋다.
아침 공기 하나,
창밖의 색 하나, 햇살의 높이 하나.
그 작은 차이들이 쌓여
“아, 계절이 넘어가고 있구나”를 알려준다.
생각해 보면 삶도 비슷하다.
좋아지는 날은 극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작은 변화들이 앞으로 온다.
어제보다 조금 덜 무겁게 눈을 뜨는 아침,
차갑기만 하던 공기에서
아주 작은 부드러움을 느끼는 순간,
별 의미 없이 지나쳤던 하늘을
다시 한번 올려다보게 되는 마음.
그런 것들이 쌓여 어느 날 계절이 바뀌듯,
사람의 하루도 조금씩 달라진다.
‘꽃샘추위’라는 말이
괜히 정겨운 게 아니다.
봄을 시샘하는 추위라는 뜻 안에는
이미 봄이 와 있다는 전제가 들어 있다.
아직 춥지만,
이미 계절은 넘어오고 있다는 뜻.
그래서 오늘의 차가운 공기도
어쩐지 겨울의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진다.
하늘은 맑은데 공기는 차가운 날.
이 묘한 조합 속에 서 있으면
자꾸 생각하게 된다.
인생에도 이런 순간들이 있다고.
겉으로는 환해 보이는데
마음은 아직 차갑고,
분명 좋아지고 있는데
몸은 아직 예전 계절을 기억하고 있는 때.
변화란
늘 그렇게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먼저 빛이 바뀌고,
그다음 공기가 바뀌고,
맨 마지막에야 몸이 따라가는 식으로.
그래서 나는 아침을 좋아한다.
아침은 그 미세한 변화를
가장 일찍 보여주는 시간이다.
아직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라서,
공기의 결도 더 잘 느껴지고
하늘의 색도 더 또렷하게 보인다.
바쁘게 지나가면 놓칠 것들을,
아침은 가만히 보여준다.
오늘도 하늘은 맑다고 했다.
공기는 여전히 차갑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봄은 원래 이렇게 오니까.
완전히 달라진 어느 날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
달라지고 있는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
오늘 아침의 하늘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