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넘으니 회복도 느려, 슬퍼

by 사랑주니



“엄마, 나 오늘 너무 슬퍼.”


“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딸아, 엄마도 무척이나 슬퍼.”


“엄마는 왜?”


“토요일에 그렇게 돌아다녔다고 오늘 하루 종일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잖아. 넌 꽤 괜찮은 것 같고.”


“응. 난 어제 자려고 누웠을 때 힘들었거든. 자고 났더니 나아졌어.”


“거봐. 넌 어려서 회복이 빠른가 봐. 좋겠다. 부럽다. 난 오십 넘으니 회복도 느려. 슬퍼.”






그 말을 하고 나서 웃었지만, 사실은 웃고 넘길 말만은 아니었다.


마흔이 넘으면서부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건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모른 척했다. 회사 일이 바빠서 그런 거라고, 가정을 챙기느라 분주해서 그런 거라고,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넘겼다. 지금 돌아보면, 나이 드는 몸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오십이 가까워지면서는 더 이상 흘려보낼 수 없는 통증이 몰려왔다.


‘이젠 버틸 수 없어. 지금 아니면 안 돼.’

몸의 소리를 끝내 넘길 수 없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때 시작한 것이 미라클 모닝이었고, 달리기였다.


젊은 날에는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거라 막연히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자만이었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가까이하지 않던 내가 건강을 자신했다는 게 참 어리석었다.








그래도 이제라도 알아챈 건 다행이다. 그렇게 아프게 신호를 보내준 몸에 오히려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덕분에 걷기를 시작했고, 덕분에 “절대 안 해”를 외치던 달리기까지 시작했으니까.


이제는 분명히 안다. 고등학생 딸처럼 하룻밤 자고 바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몸의 회복은 예전보다 느려졌다. 그 사실은 가끔 서글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전보다 훨씬 빨리 제자리로 돌아온다.



예전에는 몸이 힘들면 마음까지 같이 가라앉았다.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약해졌지, 왜 남들처럼 안 되지.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지금은 다르다. 몸이 무겁구나, 오늘은 회복이 더 필요하구나, 그럼 조금 천천히 가면 되겠구나. 그렇게 나를 알아차리고 다독이게 됐다.






나이 들어 몸의 회복은 둔해졌지만, 마음의 회복은 오히려 빨라졌다.


신경을 덜 쓰게 된 것도 있고, 몸을 다그치기보다 달래주는 쪽으로 바뀐 덕도 있는 것 같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화를 내기보다, 오늘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함께 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회복이 느려진 몸이 슬픈 건 맞지만, 그 몸을 돌보는 법을 알게 된 지금도 충분히 귀하다고. 더 나빠지기 전에 알아차렸고, 늦었지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 데리고 가려 하니까.


예전 같으면 “왜 이렇게 회복이 느리지.”에 붙잡혔을 텐데, 이제는 그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네.”를 본다. 몸은 예전보다 느리고, 마음은 예전보다 부드럽다.


그 변화가 참 신기하고, 고맙다. 오십이 되어 회복이 느려진 건 분명하다. 그 덕분에 나를 더 잘 보게 되었고,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도 달린다.


젊음을 되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몸과 사이좋게 오래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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