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글을 쓰고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글자는 눈에 보이는데 머리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입은 쩌어억, 하품이 멈추지 않았다. 어제 그렇게 피곤했었나 싶었다.
오십 평생 운동하지 않았던 몸을 이제 2년쯤 움직였다고 해서 체력이 단단한 강철처럼 달라지지는 않나 보다.
어쩌랴. 내 몸을 오래 방치하고 살았던 시간이 있으니, 아직은 달래주고 살피며 가야 한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아침에 밖으로 나가는 일이다. 산책이든, 제대로 된 운동이든, 몸을 이끌고 일단 나가는 것. 오늘도 그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득,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나를 붙잡았다.
앗. 아파트 앞에 귤 나무가 있었던가. 매일 지나가던 길인데, 나는 여기서 대체 무엇을 보고 다녔을까. 귤이라서 무심히 지나쳤던 걸까. 조금만 걸어도 여기저기 보이는 귤 나무라 너무 당연했던 걸까.
이 봄에 보이는 노란 귤은 더 상큼했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오늘 날씨는 흐림이라더니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다. 그래도 벚꽃은 상관없다는 듯 가지마다 가득 매달려 있었다. 저쪽 아파트에도 벚꽃이 저렇게 많았구나. 몰랐던 걸까. 이제야 보인 걸까. 원래 알고 있었는데 내가 지나쳤던 걸까.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하루를 열고 있겠지. 그 틈에 운동하러 나온 나도 있다. 몸은 아직 무거웠다. 그래도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보였고, 귤 나무가 보였고, 벚꽃이 보였다.
그제야 나도 다시 보였다.
걸음은 어떤지. 발바닥은 괜찮은지. 종아리와 허벅지는 얼마나 버틸 만한지. 어깨는 아직 무거운지. 밖을 보다가 다시 몸으로 시선이 돌아왔다.
안다. 피곤한 날에도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가 운동 때문만은 아니라는걸. 세상을 한 번 지나오고 나서야, 나도 다시 보였다.
오늘도 그랬다. 하늘도 보고, 스쳐 지나가던 것들도 보고, 나도 보았다. 덕분에 오늘은 조금 더 깨어났다. 피곤은 남아있었지만, 세상은 다시 내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