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벽에 일어날 때부터 어깨를 누르던 피곤이 오후까지 남아 있습니다.
어떤 날은 루틴이 저를 끌고 가고, 어떤 날은 제가 그 루틴을 겨우 붙잡고 갑니다. 그 차이가 드러나는 날이 오히려 저를 더 잘 보게 하더군요.
물론 늘 힘든 것만은 아닙니다. 한동안은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아도 술술 흘러갈 때가 있어요. 그런 날에는 몸도 가볍고 마음도 조용해서, 해야 할 일들이 제자리에서 잘 돌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또 어떤 날은 전혀 다르지요. 유독 눌리고, 괜히 방해받는 것 같고, 몸도 마음도 한 번쯤은 쉬어가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생각합니다. 오늘은 좀 느슨하게 가도 되지 않을까. 하루쯤은 그냥 흘려보내도 되는 것 아닐까.
그럴 때 저를 붙잡아 주는 건 책임감인 것 같아요. 미라클 주니 방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있고, 오래 이어온 루틴 자체가 주는 힘도 있지요. 그 책임감이 늘 유쾌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멈춰 서게 두지는 않습니다.
움직이기 싫은 날에도, 졸린 날에도, 오늘의 몫만큼은 해보자고 저를 일으켜 세워요.
머리로는 압니다. 할 때 하고, 쉴 때 쉬는 것이 더 건강한 방식일 수도 있다는걸요. 실제로 그게 더 바람직할 때도 많겠지요. 막상 쉬려고 하면 또 다른 마음이 올라옵니다. 쉬었다가 나태에 빠지면 어쩌지. 이번 한 번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시작이 되면 어쩌지. 그 불안이 저를 쉽게 눕게 두지 않는 것 같아요.
버거운 날일수록, 힘들어도 하루 몫은 하려고 합니다. 가끔은 하루에 네다섯 개씩 올리던 포스팅을 하나만 해도 되지 않나 싶을 때도 있어요.
해야 할 일을 여러 이유로 미루다가 잠들기 직전까지 붙잡아 겨우 마무리하는 날도 있고요. 자주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어쩌다 불가피한 날에는 그렇게라도 이어가게 되더군요.
신기한 건 그다음입니다. 위기처럼 느껴지던 마음이 막상 일어나는 순간 조금 달라집니다. 문을 나서는 순간에는 더 달라지고요. 그렇게 버겁고 무겁던 마음이었는데,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상하게도 크기가 줄어듭니다.
매일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하기 전에는 커 보이던 것이, 막상 하고 나면 별것 아닌 일이 되어 있더군요. 두려움의 크기는 늘 시작 전에 가장 큽니다. 가장 어두울 때가 동트기 직전이라는 말처럼, 막상 해가 뜨고 나면 그 불안도 어느새 자취를 감춥니다.
이럴 때마다 다시 알게 됩니다. 루틴은 쉬운 날에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키기 싫은 날에도 다시 돌아오는 힘으로 이어지는 거라는걸요. 잘 흘러가는 날보다 흔들리는 날에, 내 마음이 무엇에 붙들려 다시 움직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요.
늘 가볍고 잘 되는 날만 있는 건 아니지요. 버거운 날도 있고, 몸이 처지는 날도 있고, 시작이 조금 늦어지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일어나고, 문을 나서고, 내 몫을 조금이라도 해내면 됩니다.
그렇게 다시 움직이고 나면, 늘 그랬듯 오늘의 두려움도 조금은 작아져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