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신이 장난을?

왜 안 보였을까? 분명, 거기 있었는데

by 사랑주니


정신머리가 어디 나갔다.



인감 도장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다.

우리 집에서 나만 아는,

그 비밀 장소에 고이 모셔뒀더랬다.



지난 봄, 대청소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누가 쓸 것도 아니고,

여기 두면 쉽게 찾겠지.'

그때 그 생각은 지금도 선명하다.



첨 비밀장소 그 자리, 무척 은밀했기에

혹시라도 까먹을까 봐

핸드폰에 메모도 해뒀었다.

실제로 예전에 한 번,

그 메모 덕을 본 적도 있다.

그땐 메모한 나 자신이 참 기특했다.



그렇게 봄에 옮겨둔 자리는

기억 그대로, 쉬운 곳이었을 터였다.

그래서 메모도 하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써야 했는데 미뤘다.

오늘은 마음먹고 꺼내려 했는데,

아뿔사.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았다.



어디 뒀더라. 이쯤이었나.

방 안을 샅샅이 뒤졌다.

눈에 레이저라도 단 듯이.

없다.



1시간 흘렀다.

조바심 났고, 짜증이 올라오려 했다.

그 순간, 모든 걸 멈추고 밖으로 나갔다.

심호흡을 하며, 나를 미워하지 않으며.



인감 증명을 떼러 갔다.

이따가 다시 찾아보자.

그때 생각날지도 모르니까.

인감 증명 발급에 수수료가 없단다.

그 사실 하나에 괜히 씰룩댄다.



'간사한 마음 같으니라고. 고거에 그러냐?'

유치하지만 어쩌랴.

내 마음은 이미 그리 표현해버린 걸.



인감 도장뿐만 아니었다.

오전에 막혔던 몇 가지 일들도 있었다.

외출하며 다니는 동안 하나씩 풀렸다.

우려와 달리 쉽게,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번엔 어깨가 들썩였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게 발 달린 것도 아니고, 어디 갔겠어.

가봐야 이 방 안이지.

신이 장난 친게 아니라면,

그 자리에 있을테지.

그게 뭐라고

바쁘신 신이 손을 댔을라고.'



다시 찾기 시작했다.

처음 찾았던 순서 그대로.

이번엔 더 천천히, 더 차분히.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고,

서랍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정리함도 털어보며.



앗.

그 순간.

이런.

하하.



찾았다.

기억이 맞았다.

정말 쉬운 곳에 있었다.

샘플 로션 하나만 치우면 바로 보이는 곳.

거기, 늠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참 나. 아까도 찾아 본 곳인데

그땐 어찌 안 보였을까?

설마 신이 장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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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날.

눈은 떴지만, 마음은 감았던 날.



눈은 봤지만, 마음이 보려 하지 않았다.

눈만 열고, 마음을 닫았기에 그렇다.

조급했고, 얕은 기억에만 기대어 허둥댔다.



살면서 이런 날, 처음이 아니다.

그럴 땐 어떻게 했더라.

오늘처럼 다시 복기하고 돌아보면,

결국 눈에 들어온다.



난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시작할 땐 급했다.

조금만 속도를 늦추고,

조금만 마음을 더 내어놓으면 되는 것을.



어디에든 마음이다.

정신 차리자는 말,

이제는 다르게 들린다.

정신이 아니라, 마음을 차려야겠다.



오늘도, 그렇게.

마음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다.




정신을 차리자며

자신을 다그치고 있진 않나요?

무언가를 애써 찾고 있진 않나요?


찾아도 안 보이는 게 있다면,

마음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건 아닐까요?



그게 물건이든, 마음이든, 혹은 생각이든.

잠시 멈추고, 숨 한번 고르고,

다시 바라보면요.

이미 거기 있었던 걸 발견할 거예요.

당신 마음 안에서요.



당신의 마음은,

늘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하루의 시작을 바꾸면,

인생의 흐름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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