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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국 일식 과학 유람기 #1. 결심

내 생애 첫 개기일식을 보러 가기로 결심하다

 올해(2024년) 1월 초 갑작스럽게 13년 가까이 다니던 프로야구단에서 3월 말일자로 퇴사를 하게 됐습니다.

 (저의 야구단 직원으로서 생활과 야구에 대한 이야기도 준비하던 글이 있지만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인사담당 팀장과 면담을 마친 직후 심란해진 상태에서 근무지인 창원에서 서울로 운전을 하며 올라가는 출장길에 팟캐스트를 들었습니다.

 10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출연하여 과학 대중화를 선도하던 <과학과 사람들>의 ‘과학 하고 앉아있네’라는 팟캐스트입니다

 그런데 4월 8일 있을 예정인 개기일식을 보기 위한 미국 북동부 여행단을 모집한다고 하더군요.

 제목은 <천조국 일식과학유람단 모집>이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 검색해 보니 4월 5일에 워싱턴 D.C로 떠나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등을 관람하고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버펄로에서 일식을 관측(또는 경험)하고 뉴욕으로 이동해 자연사박물관 등을 둘러보는 말 그대로 과학 유람단이었습니다.

 마치 구한말 미국을 찾은 신사유람단처럼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13년 전 야구단에 입사해서 처음으로 해외 야구장으로 출장을 떠날 때의 심정도 비슷했습니다. 

 눈부시던 태양이 서서히 가려지고 한 순간 달이 태양을 모두 가려서 온 사위가 잠시 캄캄해졌다 다시 밝아지는 장엄한 현장을 경험할 겁니다. 건축인으로 16년, 야구인으로 13년을 산 뒤 제3의 출발을 모색하고 있는 저에게 인생의 큰 전환의 순간이 될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https://www.sciencepeople.co.kr/천조국-일식과학유람단-모집-사전-예약/


 이미 7년 전에도 개기일식 관찰을 위해 미국에 갔던 걸 알고는 있었는데 당시는 직장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지만 갑작스럽게 일정에 문제가 없어진 겁니다.

 당장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를 고민해야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아내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대학졸업 후 군생활 후 30년 가까이 한 번도 쉬지 않았으니 다녀오랍니다. 단, 자신은 안 가겠답니다. 일식과 과학 박물관을 보기 위한 여행이라면 절대 안 간다고 하네요.


 미국을 4번 다녀왔지만 전부 출장으로만 갔습니다.

 정말 자유의 몸이 되어 여행을 하고 죽기 전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 확실한 개기일식을 직접 볼 수 있다니요. 사실 2035년  9월 2일에 강원도 고성, 거의 비무장지대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고는 하는데 가능할까요.

 게다가 언젠가 가보고 싶었던 스미스소니언박물관과 뉴욕 자연사박물관을 가게 된다니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었습니다.


 일반적인 여행과는 많이 다를 여행기를 브런치 매거진에 올려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중년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개기일식을 보러 가려고 결심을 하기까지 어릴 적부터의 긴 여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2017년 8월 21일 미국 서남부에서 있었던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진출처 : AP연합뉴스)




 어릴 적 꿈이 과학자였습니다.

 70년대 후반에 ‘국민학교'에 입학했던 제 또래 남자아이들의 장래희망은 보통 대통령, 군인, 과학자 순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과학자를 권장하고 선망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적어도 대통령이 나서서 과학기술 예산을 깎지는 않던 시대였죠.

 당시는 군인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였으니 1, 2순위가 대통령, 군인이었지만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이후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이 강조되던 시기여서인지 과학자가 꿈인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가 ‘유도탄(지금은 미사일이라고 하죠)’이라는 걸 개발했다는 소식을 ‘대한 늬우스’로 본 기억이 납니다. 자라서 당시 우리나라가 미국 몰래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여러모로 국가적으로 과학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당시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던 TV 만화영화는 마징가제트 등의 로봇만화가 주류였고 극장엔 로보트 태권 V가 인기였던 시기기도 했습니다.

 로봇이 나오는 만화영화엔 항상 무슨 무슨 박사가 나왔습니다. 착한 편 박사도 있었고 나쁜 편에도 미친 과학자가 꼭 있었죠. 특히 로보트 태권 V에는 ‘윤박사’가 나왔습니다. 제가 윤씨이고 당시 작은 아버지는 미국에서 화학 박사과정을 밟고 계셨습니다. 그때 작은 아버지께 쓴 편지에서 자라서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윤박사가 되고 싶었던 겁니다.


아래쪽 깡통로보트 오른쪽에 머리숱 있는 분이 윤박사입니다. 저는 윤박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특별활동으로 과학반에도 들어갔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아인쉬타인의 전기를 읽고 상대성이론이라는 것도 얼핏 알게 됐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아마도 TV에서 방영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였습니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도 남매 중 오빠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달려서 동생에게 돌아오자 동생은 할머니가 되어 있던 에피소드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라는 것이 상대적인 것이구나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됐고 차원이라는 개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장래 희망은 천체물리학자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물리 과목을 가장 좋아해서 모의고사 때마다 희망 학과를 물리학과라고 썼습니다.

 그러다 고3 여름방학 때 갑작스럽게 현실을 깨닫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를 돌아보니 물리학과를 졸업한다 한들 먹고살 수 있는 천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친구 중 물리학과를 나와서 학자가 안 됐지만 잘 사는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당시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결국 취업이 잘되는 공대로 방향을 틀었고 그중에서 평소 또 다른 관심분야이던 건축공학과에 입학하게 됩니다.


몇 년 전 기차역 편의점에서 코스모스 개정 특별판을 발견하고 샀습니다. 초판을 번역했던 홍승수 박사님이 재번역했는데 2019년에 작고하셨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과학에 관심을 두고 '시간의 역사', '카오스' , '이기적인 유전자', '만들어진 신', '인류의 미래' 같은 정통 과학서적과 수많은 SF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 등 관심을 끊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팟캐스트를 듣고 과학채널 유튜브를 보게 됐고 그중에서 '과학하고 앉아있네'라는 팟캐스트를 10년 가까이 꾸준히 듣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명해진 양자물리학자 김상욱 박사 등이 유명하기 전부터 출연해서 다양한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었죠. 지금은 유튜브 '과학과 사람들' 채널도 같이 운영 중입니다.

 바로 그 '과학과 사람들'에서 기획해서 개기일식을 관찰하려 간다는 겁니다.  팟캐스트에 꾸준히 나왔던 천문학자 K박사님(이강환 박사)과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님도 같이 동행한다고 하니 더더욱 가고 싶어 졌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님도 합류한다고 하네요. 그러니 제가 마구 가슴이 뛰지 않았겠어요?


 여기까지가 과학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개기일식 여행을 가기로 결심한 내용입니다.

 앞으로 준비과정과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을 남겨 보겠습니다. 과학뿐 아니라 뉴욕을 비롯한 미국 북동부 지역 여행도 포함되어 있어서 출장 때는 못 본 것들을 여유 있게 보려 합니다.


 준비 과정 2편에서 계속…



 1. 4월 5일(금) 인천공항 출발 - 4월 5월(금) 워싱턴 덜레스 공항 도착. 워싱턴 관람

 2. 4월 6일(토)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관람

  - 이곳에는 아폴로 11호 달 착륙선 실물과 라이트형제가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한 플라이어(Flyer) 1호기 실물이 있다고 합니다.

 3. 4월 7일(일)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관람 후 버펄로로 이동

 4. 4월 8일(월) 나이아가라 폭포 관람 후 대망의 개기일식 관찰

 5. 4월 9일(화) 뉴욕으로 이동하여 센트럴파크에서 점심 후 뉴욕 미국 자연사박물관 관람 후 뉴욕 명소 둘러본 뒤 저녁부터 자유시간

  - 뉴욕 자연사박물관은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바로 그 박물관입니다

 6. 4월 10일(수) 기본팩 선택하신 분들은 귀국합니다. 저는 확장팩을 선택해서 이틀 동안 더 뉴욕에 머물 예정입니다.

 7. 4월 11(목)~4월 12일(금) 뉴욕에서 완전 자유시간을 보내고 귀국할 예정입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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