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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의 목표는 승진인가 '일' 자체인가?

내가 겪은 성취주의자들과의 갈등

 넷플릭스 드라마 '선산' 1화를 막 봤습니다.

 선산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작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상속된 선산이 얽힌 스릴러입니다. 

 연상호 기획, 극본답게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류경수 등의 믿고 보는 배우들이 나오고 1화부터 긴장감이 넘치네요.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감상기도 써볼까 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공식 포스터. 없던 가족애가 갑자기 생기거나 있던 가족애도 없어지게  만드는 상속


 성과주의의 모순


 1화만 보고 글을 쓰는 이유는 먼저 반장이 된 박병은과 선배이지만 부하인 박희순의 갈등이 나오는데 직장생활 중 겪었던 갈등이 떠올라서입니다. 드라마는 그들만의 사연이 있겠지만 저도 직장생활을 30년 가까이하다 보니 잘 지내던 회사 동료가 어느 날 나를 시기 질투 하거나 견제하고, 뒷담화를 하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호봉제여서 해가 지나면 호봉이 오르고 연차가 되면 대부분 승진을 했습니다. 그러다 IMF 이후 미국식 경영기법과 인사관리 방법들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이전에는 회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었다면 2000년대부터는 개인의 성과별로 보상을 차등화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호봉제가 연봉제로 바뀌면서 회사를 오래 다닌다고 자연스럽게 승진과 보상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팀별,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S, A, B, C, D 식으로 평가를 해서 성과급을 주고 다음 해 연봉 인상률이 결정됐습니다. 직원들끼리 상호 평가와 상사 평가도 생겼습니다. 좋게 말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좋은 이야기와 개선할 점을 같이 보여준다지만 동료 평가 피드백을 받으면 기분이 팍 상합니다. 사람은 좋은 말보다 안 좋은 말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법이죠. 

 이런 인사평가 시스템이 취지는 어떤지 몰라도 직원들 입장에선 인지부조화가 일어났습니다. 

 분명히 회사는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자의 목표를 열심히 달성해야 한다고 하지만 연말 평가는 회사의 목표보다 개인의 목표 달성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평가 결과가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불만도 여전하고요. 결국 직원들은 회사의 성과보다 자신의 성과에 우선순위를 두게 됩니다. 성과가 좋은 직원이 보상도 잘 받고 결국 승진도 빠르기 마련이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팀 간에 벽이 생기고 내 성과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면 업무협조에 소극적으로 되는 경우도 꽤 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회사가 성과를 내려면 개개인이 잘하기도 해야 하지만 경제상황 등 외부요인이 더 크고, 결정적으로 경영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그래서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성취 지상주의자와 같이 일하는 불편함


 저는 눈치가 없는 편이었고 사내정치를 정말 싫어했습니다. 누가 음모를 꾸미거나 뒷담화를 해도 잘 몰랐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 표현은 공손하게 하더라도 말을 해야 하는 성격이었고요. 그래서인지 남보다 일찍 승진한다는 건 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오히려 평균보다 조금 늦거나 보직을 맡지 못하곤 했습니다. 사실 승진에 큰 열망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저는 승진보다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 자체를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목표로 보조를 맞춰가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불편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심적 타격을 크게 줬던 사람 3명만 꼽아봅니다. 

 한 명은 평상시 참 예의 바르고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지 못하자 굉장히 폭력적으로 돌변했습니다. 회의 중 팀장에게 무례하게 굴고, 퇴근 후회식에도 잘 참여하지 않던 사람이 몇몇이 번개 하는데 안 불렀다고 사무실에서 욕하고 주먹을 치켜들더군요. 이직 후 드기로는 새로 생기는 팀에 팀장이 되고 싶었으나 안되었고 조직개편 후 아무도 같이 일하려 하지 않아. 퇴사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한 명은 특진을 거듭했던 사람인데 임원들이 대놓고 차기 임원감이라고 추켜세워주고, 스스로도 공식석상에서 자신이 임원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고 말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소유의 기술 특허에 대해 협력사에 특허료를 요구하며 소송을 걸고 경쟁사로 이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협력사로부터 뒤로 받은 것들이 드러났지요. 

 또 다른 케이스는 제가 어떤 일을 주도해서 외부에 많이 알려지게 되자 견제를 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역시나 평소에는 굉장히 젠틀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결국 원하는 임원이 됐지만 다른 사건으로 인해 그만두게 됐습니다. 

 모두 공통점이 있다면 야망이 크고 경쟁심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도 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싶었죠. 


 저는 이런 사람들을 성취 지상주의자라 부르고자 합니다. 자신의 성취를 위해서 때론 예의 바른 가면을 쓰고, 때론 공격적으로 변해서라도 목표를 이루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처음엔 팀의 성과가 쭉쭉 오르는 것 같으나 보조를 맞추기 힘든 팀원들은 물론 업무협조를 해야 하는 다른 팀까지 힘들게 하는 것을 봤습니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조직 분위기를 나쁘게 했습니다. 


"도대체 당신 왜 그러는데?"... "내 말이" [사진 출처 : Unsplash]


 직장이란 생태계에서 살아가기


 직장생활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예전 저희 부모님 세대는 승진이라고 했을 것 같고 요즘은 금전적 보상이나 더 좋은 이직을 위한 커리어 관리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가늘고 길게 정년까지 다니는 걸 목표로 할지도 모르겠네요. 

 정답은 없지만 저같이 승진 등 조직 내 성취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성취 지상주의자들은 참 불편한 존재들입니다. 일이 잘 진행되어 팀의 성과가 금방 나는 것 같을 때는 존경스럽기까지 하지만 성취 지상주의자들의 속도에 맞추지 못했을 때나 서로 의견이 갈릴 때 그들은 가면을 벗습니다. 성취 지상주의자들은 다른 사람도 다 자기 같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걸 이해를 못 합니다. 큰 의도가 없는 행동이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때론 경쟁자로 생각하고 과한 견제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 영상은 조준호 전 LG전자, (주)LG 대표이사의 직장에서 나를 질투하는 사람들의 특징과 대처방법에 대한 영상입니다. 이 영상을 예전에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싶네요.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위안을 받았습니다. 


앞에서는 친절하던 사람이 등에 칼을 꽂았던 경험과 대처방법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직장은 또 하나의 생태계라고 생각합니다. 생태계란 육식동물 같은 포식자도 있고 초식동물들도 있습니다. 식물 같은 생산자들도 있습니다. 

 모두가 성취 지상주의자라는 육식동물만 있다면 서로 잡아먹다 생태계가 붕괴될 겁니다.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에게 배려를 바랄 수는 없겠지만 누가 육식동물인지 파악하지 못하면 내가 먹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내가 포식자가 아니라면 항상 조심하되 육식동물들은 결국 소수이고 먹을거리가 없으면 자기들끼리 싸울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버팁시다. 

 성취 지상주의자들이 퇴사하는 순간 슬퍼하거나 아쉬워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 저 같은 초식동물에겐 위안이 됐습니다. 

 직장이라는 생태계에서 지혜롭게 살아남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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