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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수술을 받고 느낀 점

일시적인 장애인이 되어 바라본 우리의 도시

 지난겨울 무릎수술을 받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해오던 배드민턴을 하다가 무릎에 통증이 간헐적으로 계속 있다가 결국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인들 사이에서 저는 건강의 상징 같은 사람이었기에 많이들 놀라셨습니다.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고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별 증상 없이 일주일간 집에서 편안히 지내다 격리가 끝났고 살면서 뼈에 금 간 적도 없었으니까요. 운동도 좋아해서 항상 어떤 스포츠든 즐기고 있었고 사이사이 다양한 스포츠를 체험했습니다. 조금씩이라도 해본 운동을 꼽아보면 30가지는 족히 될 겁니다. 그랬던 제가 무릎수술을 받는다니 놀랄 만도 했겠죠.

 배드민턴이 보기보다 굉장히 신체에 무리를 주는 운동이기도 하고 이제 고강도 운동을 버틸 나이가 아니기도 했을 겁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튼튼한 몸 하나 믿고 무릎에 무리가 가는 운동을 많이 했던 것이 쌓여있다 배드민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연말에 수술을 받다


 위에 이야기한 대로 배드민턴을 시작하고 무릎에 물이 차서 뺀 적이 있습니다. 이후 치료받고 좀 쉬고 나면 괜찮아서 열심히 치다가 또 아프면 치료받고를 반복했는데 지난해 여름 증상의 반복이 잦아져서 구단 지정병원인 창원의 한 관절 전문 병원에서 MRI 촬영을 했습니다. 

 그 결과 왼쪽 무릎 안쪽 반월상 연골판과 위아래 관절 연골이 파열되어 관절염이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O다리(사실 일자 다리인 사람은 거의 없죠)로 인해 무릎 안쪽에 체중이 쏠리면서 연골수술만 받으면 재발 가능성이 커서 절골술(折骨術)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절골술이란 말 그대로 뼈를 살짝 잘라 휘어진 다리를 펴고 벌어진 뼈의 간격을 금속판으로 고정하는 수술입니다. 흔히들 철심을 박는다고 하지요. 

 프로야구단 직원인 제가 시즌 중에 수술을 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연말 휴가기간을 이용해 수술하기로 하고 크로스 체크 겸 입원 후 서울 집에서 쉬기 위해 강남의 한 전문병원에서 같은 진단을 받고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수술은 잘 됐고 총 8일을 입원했습니다. 수술 기간엔 매일, 퇴원 후에도 며칠에 한번 통원하면서 물리치료와 재활도수치료를 받았습니다. 한 달은 목발을 짚어야 해서 해가 바뀌어 창원에서 목발을 짚고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수술대에 누워서 이런 모습을 보고 깨보니 회복실에 누워 있더군요 (사진 : Pixabay)


 목발을 짚고 지하철을 타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었다


 원래 걸어서 10~15분 정도면 출근을 하는데 목발을 짚고 가기엔 너무 먼 거리여서 한동안 차를 운전해서 출퇴근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건물을 들어갈 때 문도 잡아주고 엘리베이터도 기다려 줘서 많이 고마웠습니다. 

 양쪽 목발을 하다 한쪽만 짚을 수 있게 되면서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봤습니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타고 있어서 기다려 달라고 손을 들었는데 그냥 닫아 버리더군요.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려 하니 목발을 짚은 사람을 밀고 들어오더군요.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평일 오후라 지하철이 혼잡스럽지도 않았는데 너무 하더군요. 며칠 서울에 있으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니 양보는 고사하고 약간의 배려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몰라도 수술 이후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애인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아졌습니다.

 저도 원래 서울 사람이었지만 서울 사람들이 각박해서 그런 걸까요? 저는 서울 사람들의 인성이나 시민의식이 창원보다 못해서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만 왜 그럴까는 생각해 봤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각박함을 만들었을까?


 직장 때문에 서울과 지방생활을 골고루 하면서 느낀 점은 역시나 서울은 모든 면에서 속도가 빠릅니다. 한국인의 특징이 빨리빨리 라지만 서울과 지방은 또 차이가 납니다. 그 원인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직장도 서울로 몰리기 때문에 그 속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뭐든지 빨라야 합니다. 그 속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일지도 모릅니다. 

 목발을 짚고 있는 저를 밀치고 들어오던 나이 든 남자분은 곧장 노약자석으로 가시더군요. 몇 초의 기다림으로 그 몇 안 되는 빈자리가 사라지면 어쩌나 하지 않았을까요?

 뒤에 따라오는 목발 짚은 사람을 위해 지하철이나 건물 출입문을 잡아주고 기다렸다가는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를 다음에 타야 할 수도 있겠지요. 그 과정에서 뒷사람이 문에 부딪히거나 문을 여느라 오래 걸리면 어쩌나 걱정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수술을 하기 전까지 그와 비슷했으면 어쩌나 하고 반성했습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지만 단순히 경제력이 문제는 아닐 겁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풍요로워도 지금 같은 경쟁사회가 유지되면 우리 사회는 각박함을 벗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목발을 짚고 지하철을 타는 건 상당한 도전이었다 (사진 : Pixabay)


 누구든지 언젠가, 일시적이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건축과 학생시절 은사이시자 결혼식 주례도 서주신 강병근 교수님은 우리나라 장애인 건축의 선구자입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보통 무장애건축물 인증 또는 Barrier Free 인증제도라고 부릅니다)'를 만드신 분입니다. 학생 때도 우리는 누구든지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일시적으로 장애인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하셨습니다. 양손에 물건을 들고 있으면 지체장애인이 되고, 조명이 없으면 시각장애인, 너무 시끄러운 환경에선 청각장애인이 될 수 있다 했습니다. 유모차를 밀고 있을 때는 작은 턱 때문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비슷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장애인을 고려한 건축과 도시환경을 만드는 건 비장애인에게도 이용하기 편리한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많이 개선된 것 같지만 일시적인 장애인 입장이 되어 겪어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환경은 장애인 친화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 개선을 위해서 예산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서로를 위한 배려와 양보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을 좀 누그러뜨리자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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