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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설

2025 KBO리그 정규시즌 결산 #1(1~5위팀)과 포스트시즌 전망

역대 최고의 시즌


1982년 원년부터 44번의 시즌 중 어쩌면 가장 치열했을지 모르는 2025 KBO리그 정규시즌이 어제(10월 4일)로 마무리됐습니다. 마지막날에야 정해진 가을야구 티켓의 주인공은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SSG 랜더스, 삼성 라이온즈, NC. 다이노스였습니다.


2025 시즌은 여러모로 역대 최고의 시즌이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습니다. 마지막날까지 펼쳐진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모두를 피가 마르게 했고. 1,231만 2,519명의 관중 동원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어느 한 팀이 독주하는 듯하다가 순위가 역전의 역전을 거듭했고 하위권으로 예상했던 SSG와 NC가 가을야구에 진출한 반면 대부분의 전문가가 1위로 꼽았던 전년도 우승팀 KIA 타이거즈는 충격적인 8위로 떨어졌습니다.

연승과 연패로 팬들을 울고 웃기기도 했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두 팀은 역시 시즌 막판 9연승을 기록한 NC, 반대로 3위였다 12연패를 하며 최종 7위가 된 롯데였습니다. 한화도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10연승을 두 번 하며 21세기 들어 최고 순위인 2위에 올랐고 삼성은 연승, 연패를 밥 먹듯이 하는 등 연승과 연패가 순위표를 뒤흔들었던 시즌이었습니다.

그만큼 팬들이 깊게 감정이입을 하게 했고 늘어난 팬들을 바탕으로 야구 관련 상품과 비즈니스가 관중 증가 이상으로 커진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내일부터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이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펼쳐집니다. 휴식일인 오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5팀의 정규시즌 리뷰와 포스트시즌 전망을 하고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끝나면 6~10위팀의 리뷰를 하겠습니다.



2025 시즌 최종 팀 순위와 피타고리안 승률


1위 LG 트윈스 : 초반 독주, 막판 식겁


시즌 초반부터 8할대 이상의 승률로 1위로 치고 나갈 때만 해도 LG의 독주가 예상됐습니다. 투타의 균형이 완벽했고 수비, 주루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죠. 하지만 5월 이후 주춤하며 한때 5.5 경기차 1위였다 반대로 5.5경기차 2위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리드오프 홍창기의 시즌아웃급 부상이 컸습니다.

그래도 저력의 LG가 후반기 다시 1위를 차지하며 넉넉히 한국시리즈로 직행할 줄 알았는데 주춤하더니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NC에게 패배하며 자칫 타이브레이크가 열릴 뻔했습니다. 다행히 SSG가 한화를 꺾으며 시즌 1위를 차지하고야 말았습니다.

선발투수 4명이 10승 이상을 달성할 정도로 탄탄한 선발진을 구성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시즌 초반의 기세와 달리 의외로 독주하지 못했고 기대승률 대비 실제승률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선발에 비해 불펜이 불안했기에 의외로 잡아야 할 경기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불펜 투수 중 33홀드의 김진성을 제외하면 박명근만 10홀드를 기록했습니다.

시즌 막판 부진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1위를 하고 충분한 휴식을 하기에 2년 만에 다시 우승을 다시 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최고의 선수 : 오스틴

투타가 골고루 좋은 팀이고 선발 4명이 10승 이상을 거두는 등 한 명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역시 3번타자로 많은 홈런을 쳐주며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워크 에식까지 좋은 오스틴을 뽑았습니다.


포스트시즌 전망 : 시즌 막판 주춤했다고 해도 어느 팀이 올라와도 우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려면 다소 불안했던 불펜은 정비를 할 것 같으나 올해 기대에 못 미치는 타격을 보인 문보경, 오지환이 컨디션을 찾아야 합니다.

한화가 올라온다면 4승 3패, 다른 팀이라면 최소 4승 2패가 아닐까 합니다.


10승 4인방. 왼쪽부터 치리노스, 임찬규, 송승기, 손주영


2위 한화 이글스 : 최고의 시즌, 하지만 마지막의 아쉬움


마지막 두 경기에서 말도 안 되는 마무리를 했지만 끝까지 1위 LG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며 2위에 안착한 대단한 시즌이었습니다.

폰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었고 김서현을 필두로 강속구 투수들로 이뤄진 불펜진도 탄탄해서 리그 유일의 경기당 3점대 실점만을 기록했습니다.

타격도 득점 4위를 할 정도로 약하지는 않았습니다. 작년에 주춤했던 노시환이 32개의 홈런으로 4위를 차지하고 문현빈이라는 중심타자를 키워냈고 채은성도 좋은 활약을 했습니다.

역시나 아쉬웠던 것은 역시나 1위를 차지할 기회가 몇 번 있었음에도 결국 2위에 머물렀다는 점입니다. 타이브레이크로 갈 수 있었던 143경기째 SSG와의 경기에서 9회말 2아웃 이후 투런 홈런 2개를 맞고 역전패하고 다음날 KT에게도 9회말에 4점 차를 지키지 못하고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이렇듯 고비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 포스트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염원하던 V2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매일같이 새 야구장을 가득 메울 흥행의 돌풍이었기에 성공적인 시즌이었습니다.


최고의 선수 : 폰세

강력한 MVP 후보이기에 당연했습니다. 다승(17승), 평균자책(1.89) 탈삼진(252개), 승률(0.944)로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탈삼진은 역대 최다로 250개를 처음 돌파한 투수였습니다. 삼성 디아즈만이 유일한 MVP 경쟁자지만 저라면 폰세에게 1표 던지겠습니다. 다만 시즌 후 MLB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보여서 한화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포스트시즌 전망 : 단기전은 결국 마운드가 탄탄해야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한국시리즈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플레이오프를 3승 1패 정도로 마무리한다면 폰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의 선발진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반전을 한번 노려볼 만할 겁니다.


강력한 MVP 후보 폰세는 내년에도 한화에서 뛸 수 있을까요?


3위 SSG 랜더스 : 탄탄한 마운드가 이룬 반전


당초 5강 도전은 가능해도 3위까지 올라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시즌 후반에 3위에 오른 뒤 자리를 내놓지 않는 견고한 모습이었습니다.

원동력은 역시 투수력이었습니다. 경기당 4.00 실점으로 리그 2위의 짠물 마운드를 구축해서 낮아진 득점력을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앤더슨, 화이트의 원투펀치에 전성기는 지났지만 10승을 달성한 김광현까지 선발진이 좋았습니다. 특히 앤더슨은 탈삼진 2위로 폰세의 4관왕을 저지할 뻔했습니다. 새로운 마무리 조병현과 노경은의 노익장 등 불펜도 웬만하면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타격은 시즌 내내 고민이었습니다. 홈런은 127개로 5위였지만 득점은 경기당 4.23점으로 9위였습니다. 투수들이 점수를 내주지 않고 버텨도 타자들이 점수를 못 내니 힘겨운 경기가 많았습니다. 최정이 부상에 시달리며 출전 경기수도 줄고 홈런도 23개 밖에 못 쳤습니다. 그래도 한유섬이 활약해 주고 고명준이 타선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른 것이 수확입니다.


최고의 선수 : 앤더슨

마운드의 팀 SSG의 1선발 앤더슨이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다승은 12승(공동 6위)으로 승운이 안 따라줬지만 탈삼진 2위(245개), 평균자책 3위(2.25)로 MVP 후보에 들만한 성적이었습니다. 특히 강력한 구위로 탈삼진 능력이 뛰어나기에 위기를 맞아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투수입니다.


포스트시즌 전망 : 가을야구는 투수력이 강한 팀이 유리하기에 한화와 함께 마운드의 팀인 SSG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4위 삼성과 5위 NC 모두 타격의 팀이기에 누가 올라와도 창과 방패의 대결로 흘러갈 것 같고 플레이오프에 오른다면 이번엔 방패의 대결이 되겠습니다.


축구판 창과 방패 대결에선 두번 모두 방패가 이겼지요


4위 삼성 라이온즈 : 막강한 공격력, 아쉬운 불펜


삼성은 올시즌 유독 연승 연패를 거듭하며 3위에서 8위까지 순위표 위아래를 누볐습니다.

시즌 내내 막강한 공격력으로 기대승률(0.589. 3위)이 높았지만 실제 승률(0.521. 4위)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50 홈런을 기록하며 리그 신기록인 158타점으로 타점왕까지 차지한 디아즈와 구자욱을 중심으로 이재현, 김영웅, 김성윤 등 젊은 선수들의 맹활약이 이젠 상수가 되었습니다.

반면 투수는 197.1이닝을 던진 15승 투수(8패) 후라도와 원태인(12승)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물론 팀실점이 경기당 4.49점으로 4위였지만 불펜의 불안이 시즌 내내 이어졌습니다. 그나마 FA 실패 사례로 꼽히던 김재윤이 시즌 후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13세이브를 해준 것이 위안이지만 타선이 막힐 경우 경기 후반 불안한 모습은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의 고민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래도 젊은 야수진이 공격은 물론 탄탄한 수비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투수력만 보강한다면 향후 몇 년간 상위권에 꾸준히 머물 팀이 됐습니다.


최고의 선수 : 디아즈

한화의 폰세와 마찬가지로 고민이 필요 없었습니다. 홈런 1위(50개), 타점 1위(158개), 장타율 1위(0.644) 3관왕 외에도 최다안타 3위(173개), 득점 5위(93개)에 전 경기를 출장 하며 지난 시즌 도중 대체선수로 온 것이 무색할 정도로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습니다. 폰세와 마찬가지로 MLB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포스트시즌 전망 : 4위로 대구에서 와일드카드를 치릅니다. 시즌 막판 기적의 9연승을 거둔 NC의 기세가 무섭지만 그래도 현 제도상 4위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NC의 기세를 고려해서 2차전까지 가서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예상합니다.


폰세의 MVP 독주에 유일한 대항마인 디아즈도 엄청난 시즌을 보냈습니다.


5위 NC 다이노스 : 최악의 조건으로 시작한 시즌,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룬 최고의 마무리


순위와 상관없이 2025 시즌 최고의 팀은 NC라고 생각합니다.

시즌초 야구장 외벽의 알루미늄 루버 추락으로 인해 관중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거의 두 달 동안 홈에서 경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선수들은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야 했고 구단은 이 과정에서 창원시와 대립하며 연고지 이전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최악의 조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5할 가까운 승률을 기록하며 버텼지만 불안한 선발진으로 인해 부상으로 김영규가 빠진 불펜에는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타선 역시 데이비슨이 이런저런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나올 수 없었고 후반 들어서 로건은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모기업의 긴축 기조로 인해 FA 보강은 고사하고 외국인선수 교체도 없이 버텨야 했습니다.

그 사이 순위는 8위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2선발을 기대한 라일리는 결국 17승으로 공동 다승 1위, 탈삼진 3위(216개)로 2023년의 페디를 뛰어넘었습니다. 국내 선발진이 부진했지만 신민혁이 어떻게든 버텨준 가운데 시즌 후반 돌아온 구창모가 희망을 줬고, 불안하던 불펜은 과부하가 오히려 경험치를 쌓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막판 부상을 당했지만 류진욱이 29세이브를 기록했고 배재환, 김진호, 김영규의 20홀드 트리오를 배출했습니다. 여기에 전사민은 홀드 숫자(13 홀드) 보다 출전 경기(74경기)와 이닝(82.1이닝)에서 전천후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손주환과 시즌 막판 등장한 임지민까지 150km/h를 넘나드는 젊은 강속구 불펜들은 9연승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타선에선 드디어 알을 깨고 골든글러브가 확실한 리그 최고의 유격수가 된 김주원과 득점권 타율 1위 박민우, 베테랑 박민우, 홈런 2위 데이비슨이 약한 마운드를 커버하며 삼성에 이어 팀 득점 3위(경기당 5.08점)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어느덧 리그 최고의 포수가 된 김형준과 김휘집이 20개 가까운 홈런을 때리고, 출루머신 권희동과 천재환, 최정원, 트레이드되어 온 최원준, 이우성도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팀을 탄탄히 하는데 일조했습니다.

팀 실점이 경기당 5.32점(9위)이었으니 투수력만 조금 더 좋았다면 더 편안한 시즌이 됐겠지요.

특히 여러 가지 악재를 뚫고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단 3.5% 일 때부터 남은 9경기를 모두 이기며 5위를 차지한 기세는 객관적 전력만으로 약체로 평가하기 힘든 요인입니다.


9경기를 남긴 9월 20일 3연패를 기록했을 때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3.5%였습니다.


최고의 선수 : 김주원

처음에 라일리를 썼다가 다시 김주원으로 고칠 정도로 고민이 컸습니다.

다승 1위, 탈삼진 3위의 라일리는 거의 무너지다시피 한 NC 선발진의 유일한 기둥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경기에 출장한 7번째 유격수이자 1번타자로 완벽히 변신하여 3할 가까운 타격과 도루 2위(44개), 득점 3위로 타격 전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김주원을 꼽았습니다.

수비부담이 가장 큰 유격수인데도 리그 유격수 중 수비 이닝이 가장 많았으며 큰 부상 없이 팀의 공격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후반기 성적만 꼽으면 리그 정상급 타자가 됐으며 시즌 막판 박민우가 부상으로 빠져있을 때도 꾸준한 활약을 했습니다. 이젠 찬스에서 김주원이 나오면 팬들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선 매일 경기에 나서는 Daily Player의 가치를 높이 쳐줍니다. 스몰마켓으로 상대적 비인기팀임에도 많은 팬들을 끌어모은 선수라는 점도 김주원을 꼽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포스트시즌 전망 : 기적 같은 9연승의 기세는 객관적 전력 분석을 무색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원정에서 연승을 해야 하는 제도상 정규시즌에 이어 11연승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1차전 선발 구창모가 최대한 이닝을 끌어주고 삼성 선발 후라도를 초반에 공략할 수 있다면 이변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NC는 어차피 내일이 없기에 1차전부터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2차전에서 삼성 원태인을 맞아 NC는 로건 또는 신민혁이 등판할 텐데 여차하면 경기 초반부터 불펜을 가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와일드카드에서 연승 행진이 멈추더라도 두고두고 기억될 시즌임은 분명합니다. 포스트시즌은 보너스라 생각하고 하던 대로 하면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겁니다.


https://youtu.be/hy8sRmKLwq0?si=MOojw9rq9bhAn-f8

시즌 종료 2주전까지 가을야구 진출 확률이 고작 3.5%였던 NC 다이노스는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기적같은 9연승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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