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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내 친구

‘우영, 내가 쓸만한 카메라 하나 추천해 줄 수 있는지? 네, 좀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5년전 당시 우리대학 사진동아리의 회장이었던 박군에게 카메라 추천을 부탁했다. 그는 며칠 지난 후 소니 알파 5100을 나에게 추천하였다. ‘초급기인데 꽤 괜찮아요!’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인터넷구매로 그 모델을 손에 넣었다. 그때 부터 사진에 대한 나의 관심은 점점 커졌다. 유튜브를 통해 카메라의 작동법을 익혔고 책을 보며, 오프라인 사진수업에 참석하며 사진을 틈틈이 공부했다.


2017년에 16주짜리 여행작가과정 수업을 이수했다. 이 과정에서 여행에 관한 글쓰기와 작가들의 경험을 통해서 사물을 보는 다른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대해 고민하는 공통주제는 자신의 스타일 찾기이다. 이미 모든 분야에 전문가들이 많아서 자신만에 사진을 만들어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물, 풍경, 거리 등 자신이 즐겨찍는 피사체를 결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의 경우에는 많은 사진을 찍은 후 더이상 컴퓨터 용량이 부족하게 되어 여유 공간을 확보할 때 내가 선호하는 피사체를 알게 되었다. 제일먼저 음식 사진들을 지웠다. 그 다음에는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듯한 경치 사진들이었다. 결국 남는 것은 내 주변사람들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 본 사진들이었다.


1년 전 부터는 거의 매일 카메라를 투미(TUMI) 크로스 가방에 넣고 다닌다. 출근길에는 일부러 동국대역 한 정거장 앞인 약수역에서 내려서 골목길과 남산길을 다니며 호기심 많은 눈으로 찍을 거리를 찾는다. 아침 8시쯤 무료로 빵을 나누어주는 화수분의 직원, 그 앞에 길게 늘어선 줄, 김밥 파는 젊은 여자, 장충공원에서 운동하는 노인들, 철따라 피는 예쁜 꽃들, 마냥 걸으면서 봐도 즐겁기만 한 단풍 등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카메라로 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찍을 당시에 느끼지 못하던 것을 나중에 알아차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몇 년전 대학동창 딸 결혼식에 참석하여 사진을 찍었다. 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와 같이 와인잔을 들고 건배하는 모습을 사진에 몇 장 담았다. 한 장에서는 신랑과 신랑부모, 신부와 신부 부모 각각 셋이서 잔을 부딪히고 있었다. 다른 한 장에는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들이 모두 같이 잔을 부딪히고 있다. 또 다른 한 장에는 신랑 신부가 신랑부모와 건배를 하고 있었고 신부 부모는 따로  건배를 하고 있었다. 이 세 장의 사진을 나란히 대학동창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공간에 올려놓고 ‘이런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라는 짧은 글도 적었다. 혼주를 포함해서 많은 친구들이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4년 전에 혼자되신 어머님을 찾아 뵐때도 카메라는 항상 내 가방안에 들어있다. 식사할 때 차 마실때 사진을 찍느라고 카메라를 들면 귀찮아 하시면서도 내가 집으로 돌아오면 사진을 빨리 보내 달라고 말씀하신다. 얼마전에는 그 동안 찍어 드렸던 사진들을 모아두시고 가끔 꺼내 보신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지난 주에는 어머님께 카메라 사용법을 알려드리고 나를 찍어 보시라고 했다. 나의 웃는 모습이 담긴 그 사진을 보정하여 보내 드렸더니 기뻐 하셨다.


34년 생(2020년 현재 87세)이신 나의 어머님


지인들과의 저녁모임에서도 항상 사진을 찍는다. 식사를 시작하고 한 시간쯤 지나면 알콜의 도움으로 자연스러운 미소가 만들어진다. 다음날 사진을 보내주면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 반응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감사합니다’ 라는 간단한 인사를 하지만 ‘와~ 인생사진입니다!!’ 라는 격한 반응을 보기도 한다. 별 반응은 없지만 슬그머니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내가 찍은 사진으로 바꾸는 경우들도 종종있다. 사진사로서 흐믓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잘 나왔네 ! 무슨 카메라인가?" 등은 피해야할 반응이다. 


2년 전에는 알파 6500 모델로 카메라를 업그레이드 했다. 사진을 좋아한 후에 많은 사람들이 사진 보다는 카메라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에도 사진관련 동영상 보다는 카메라 소개 및 작동법에 관한 동영상이 많다. 사진은 글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카메라나 펜은 그 과정을 돕는 도구에 불과하다.


100만원 짜리 펜이 예쁜 글씨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감동적인 글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고가의 카메라는 예쁜 사진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훌륭한 사진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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