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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과 가르침

"저기요! 버섯은 씻으면 안돼요"


한 자리 건너에 있던 선배 수강생이 큰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나중에 강사로 부터 버섯은 종이 타월로 가볍게 닦아내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찌게를 끓일때는 물속에 들어가는 버섯을 물로 닦으면 왜 안되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2018년 3월, 아내가 며칠동안 아파서 누워있었다. 죽도 끓일 줄 모르던 나는 매일 음식을 사서 날랐다. '이 고생을 계속 하느니 요리를 배워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요리학원에 등록하고 첫 날 수업시작 전에 버섯을 씻고 있었던 중에 뜻밖의 저지를 당했던 것이다.  


그 후 요리수업에 32회 참석했다. 내 요리실력은 학원을 다니는 동안에는 확실히 늘었지만 그 후에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집에서도 거의 매일 칼을 잡았던 나는 몇 주 지난 후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같은 음식을 오랫동안 먹어도 질리지 않는 식성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14개월 동안 같은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해 왔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스트레칭과 성경묵상을 한 후, 5시 20분 부터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몇 가지 야채와 계란 두 개로 만든 오믈렛과 너트,  포도, 사과, 토마토, 씨리얼에 요구르트를 넣은 것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나는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배움을 더 즐긴다. 이 삼십대 여성들과 함께 요가도 배웠고 몸을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아내를 꼬득여 탱고도 일년 정도 배웠다. 아마도 교수가 된 이유도 평생 학생으로 남아있으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교수가 되고 난 다음에 학생때 몰랐던 가장 큰 발견은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학생들은 "저런 질문하면서 부끄럽지 않을까?" 라고 생각되는 질문도 서슴치 않는다.


수업 중 가끔 학생들에게 고약해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한다. 고약해는 세종대왕의 신하였다. 그는 임금과 의견이 맞지 않을 때에는 노려봤을 뿐 아니라, 대화 도중 자리를 떠나는 등 무례한 행동을 자주 한 것으로 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세종대왕도 그를 못 마땅하게 여겨 말을 안 듣는 신하에게는 '고약해 같은 놈' 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는 고약해를 세종은 대사헌(지금의 검찰총장)이라는 높은 벼슬까지 시켜 주었다. 고약해 같은 학생이 나타나길 바라는 내가 학생이 되면 태도가 바뀐다. 여러 생각이 내 입을 막는다.


"나만 모르는 것이 아닐까? 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리면 이 바닥에서 인생 꼬이는 거 아냐? 내가 너무 튀는 거 아냐?"


내가 배움과 가르침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질문과 개성이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들이 모두 질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일년 전, 한 강좌에서 질문을 했더니 강의 흐름이 끊긴다고 질문은 쉬는 시간에 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 강사는 짧은 질문에도 답을 5분 이상 해서 더 이상 질문하기 곤란했다. 그래도 질문을 계속하니 내가 그 강좌를 수강할 수준이 되지 않으니 수강을 철회해 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배움의 경험은 가르치는 이에게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하고, 가르침의 경험은 배우는 이에게 지름길을 알게한다. 하지만 배움과 가르침 모두를 훌륭히 수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세계적인 수준의 축구코치나 야구감독 중 선수시절 두곽을 나타낸 사람은 거의 없다. 아마도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은 자신이 선수시절 겪었던 마음 고생에서 뿌리를 내리기 때문이 아닐까? 세계적인 축구감독 무리뉴는 선수시절 1부리그에도 들어가지도 못한 채 24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가르침에도 동서양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운동신경이 부족한 나는 골프를 배우기 위해 10명 정도의 프로에게 레슨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코치가 레슨을 하기 전에 나에게 스윙을 먼저 해 보라고 했다. '당신은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라는 식으로 알려준다. 한국에서는 ‘어휴~, 몸이 이렇게 뻣뻣하니 공이 안 맞죠!!.... 구겨진 종이를 펴려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에요.’ 몸이 유연해 지고 습관이 된 나쁜 버릇을 없애기 전에는 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오르기 전 그녀를 지도해 온 스승이 말한다. '지금까지 내가 가르쳐 준 것은 모두 잊고 네 마음대로 해라.’ 그렇다. 배움이 꽃 피우려면 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내 개성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배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을 알아내고 길러주는 것이 훌륭한 스승의 역할이다. 


내가 존경하는 한 분의 멘토는 우리는 언제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배우던가 가르치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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