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저씨 대화법 vs. 아줌마 대화법

생존 대화법 배우기

동네 한 바퀴 산책 중에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페북에 선배가 자신이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은 사람~"이라는 귀에 익은 가사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대학원 시절 같은 연구실에서 5년을 지낸 이 선배가 노래를 잘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 인 줄은 몰랐다. 나는 그 영상을 대학원 선후배 16명이 모여있는 카톡방에 올렸다.


영상이 올린 지 5시간이 지나도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는다. 이 선배가 뻘쭘해진 듯 짧은 댓글을 올렸다.


"아이고, 쑥스러워라... 너무 심심해서리..."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올린 댓글은 없다.


이 선배의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더니 아내가 자기에게 영상을 보내라고 한다. 아내는 대학원 선후배들의 부인 10명 모여있는 카톡방에 올렸다. 그 10명은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사이다. 댓글들이 총알처럼 올라온다.


멋지십니다~~~^^

참 좋은 할아버지!!!!

오모나, 멋지십니다

멋짐과 품위가 있으신 훌륭하신 할아버지세요!!!

부럽습니다~^^ (짝짝짝짝 손뼉 치는 고양이 이모티콘)

손주들 집에 올 때마다 손주들 앞에 앉혀놓고 할아버지 재롱떨고 있어요 ㅎ못 말려ㅎ


아저씨들과 아줌마들의 반응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여기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만 있는 대학동창 카톡방에는 어딘가에서 퍼온 유머나 글이 간간이 올라오는데 댓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남자와 여자가 반 정도씩 되는 대학시절 동아리 단톡방에는 올라오는 글의 횟수보다 댓글의 횟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나는 주말이면 아침 9시경에 아내와 함께 집 근처 브런치 카페에 자주 간다. 이른 시간이지만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분들의 모임과 여자분들의 모임을 여러 번 보았다. 남자들의 모임에서는 한 두 사람이 대화를 리드하는 경우가 많고 뭔가 불만 있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한 두 명 정도 보인다. 여자들의 모임에서는 불만 있는 표정을 찾기 어렵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노년에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아줌마 대화법이 아저씨 대화법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함을 느낀다. 나의 노후 생존을 위해 익혀야 할 아줌마 대화법을 들여다보자.


첫째, 모르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말 걸기

아내는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옆사람에게 가끔 말을 건다. 그 사람도 자연스럽게 말을 받는다. 나에게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보인다. 나도 연습하기 위해서 10세 전후의 아이와 엘리베이터에 둘이 있으면 의식적으로 말을 건다. 긴장이 덜 되고 내가 무시당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둘째, 동네 친구 만들기

아내는 동네 미장원 원장과 친하다. 원장은 아내보다 8살 정도 아래고 아내를 언니라고 부른다. 아내는 그 미장원의 손님이 없을 때는 원장과 같이 차를 타고 서울 근교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선배 교수가 나에게 집 근처에서 언제든지 연락하면 나오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물음에 대한 답은 1초도 걸리지 않고 나왔다. "아뇨 !!" 자신은 동네 정육점, 세탁소, 구둣방 사람들과 친하고 가끔 불시에 소주 한잔 하자는 연락을 받는다고 했다. 


셋째,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대화하기

나는 평생 학생들에게 효율과 논리를 강조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것은 아줌마 대화법에서는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 들이다.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여자분들은 제대로 된 옷과 들고나갈 만한 가방이 하나도 없다. 이 말은 결혼 생활 37년이 된 지금도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내는 고등학교 3년 후배가 자신을 '자기'라고 부르며 친구처럼 대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넷째, 공감하기

방송인 최유라 씨는 30년 가까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감이다. 청취자 사연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고 표현한다.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적절히 쳐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상대방을 공감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해야 한다. 그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이 미워하는 사람들을 나도 미워해야 한다.


어제 퇴근길에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계산을 하면서 총각에게 일부러 말을 걸었다. "오늘 유난히 사람들이 많네요." 그 총각은 나에게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시간대가 그렇죠!"라고 했다. 내 뒤에 있던 40대 초반의 여자가 계산을 한다. 높고 밝은 톤으로 말하는 총각의 목소리가 내 등 뒤로 들린다. "아이고, 헤어스타일이 바뀌셔서 못 알아볼 뻔했네요! 하하" 




작가의 이전글 그때 그 해쉬브라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