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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식 이발소

#POTD 1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을 산책하다 옛날식 이발소를 발견했다. 이른 아침이라 영업을 하지 않을 텐데 문이 조금 열려있다. 문단속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모두가 가족같이 지내는 동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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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에 있는 첫 번째 이발소는 서대문구 중림동의 동네 이발소이다. 어린 나는 빨래판을 의자 팔걸이 위에 걸쳐 놓고 앉았다. 이발사가 선 자세에서 편하게 머리를 깎도록 높이를 맞춘 것이다. 이발을 마치고 누군가 나의 머리를 감겨 줄때는 세면대 앞에서 머리를 숙여야 했다. 머리를 감을 때는 언제나 눈에 비누가 들어가서 얼굴을 찌푸렸다. 눈을 감았을 텐데 왜 비누가 눈에 들어갔을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미용실에 처음 갔을 때 천정을 보는 자세로 머리를 감겨 주는 것을 경험하고 놀랐다. 생각과 몸을 180도 뒤집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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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이발사가 머리를 깎기 전 옆에서 일 하고 있던 동료에게 내 머리를 툭 치면서 말한다. "이런 애는 왜 학생 요금을 받는지 몰라~ 머리 크지! 숱도 많지! 머리카락이 뻣뻣해서 가위질도 힘든데 말이야" 그 때 왜 나는 아무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을까? 그 아저씨를 다시 만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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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후 미용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오래 단골로 다니던 미용실에서 머리를 깍은 후 거울을 보면 오른쪽 옆머리가 왼쪽에 비해 언제나 뻗쳐 있었다. 미용사 말로는 커트는 잘 했는데 내 머리가 비대칭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몇 년 후 우리 가족이 이사해서 새 미용실에 갔다. 그 미용사(히로)는 내 옆머리를 오른쪽 왼쪽 대칭으로 완벽하게 손질했다. 나는 그의 12년 째 단골이다. 3년 전 미용실 위치를 옮겼지만 지금도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루는 히로샘에게 미용기술이 계속 발전할 텐데 어떻게 그것들을 따라 가느냐고 물었다. "책이나 유튜브를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 디자이너끼리 모여서 서로 머리를 자릅니다." 새로운 기술을 교환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가 답했다. "아닙니다. 각자가 기본을 지키고 있는지를 서로 확인하는 거죠"


사진을 자세히 보면 초중고생 3,000원 이라고 적혀있다. 서울에 저런 가격으로 이발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니 놀랍다. 맘씨 좋은 주인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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