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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핸드폰

#POT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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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 오토바이 한 대가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다섯 개의 핸드폰. 그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사람은 택배기사로 보였다. 왜 핸드폰이 다섯 개나 필요할까? 되도록이면 손을 대지 않고도 모든 정보를 보기 위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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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 전에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여 10일간 아내와 함께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그동안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으며 지냈다. 예전에는 택배기사가 현관 초인종을 누르면 문을 열고 물건을 받았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가벼운 눈인사라도 할 수 있었다. 가끔은 고마움에 기사님에게 음료수를 챙겨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초인종 소리에 반갑게 "네~" 하며 현관문을 열어도 사람을 만날 수 없다. 택배 기사는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진 후. 요즘 세대는 대면은 물론이고 전화통화를 하는 것도 두려워한다. 지금은 나와 친하게 지내는 한 학생도 처음 나에게 전화 걸 때 쉼 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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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세미나에서 강사가 배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회사에 택배기사가 방문하면 두 가지를 말해 준다고 한다. "힘드실 텐데 물 한잔 드시고 가시죠. 혹시 화장실이 쓰시고 싶으시면 이쪽으로 오세요"라고 한다는 것이다. 택배 기사에게 화장실 사용을 제안한다는 것에 놀랐다. 상대에게 정말 필요할 수 있는데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아파트나 주택에서는 그렇게 말하기 쉽지 않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제안을 하는 사람은 100명 중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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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사업에 세 번 실패한 선배가 아내와 밥을 먹으면서 말했다. "여보, 이번에는 정말 사업 잘해서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께!" 아내가 그 남편을 물끄러미 보면서 "여보, 내가 당신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 아세요? 이렇게 같이 밥 먹을 때 내 얼굴을 봐주는 거예요" 선배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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