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편.리더의 말보다 팀의 언어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
실행 중심 조직은 ‘누가 말하느냐’보다 ‘무엇을 말하는가’가 중요하다
영업 직무에서 프로젝트 현업 PL로 첫 발을 내디뎠다.
새로운 개념과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일이었고, 나에게도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외주업체, 내부 유관 부서, 그리고 내 팀을 이끌며 나의 강점인 '최상화'를 발휘할 수 있었다.
성과를 위해 밤낮없이 몰입했고, 주말조차 업무로 채웠다.
팀도 외주 파트너도 모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방향성은 나 혼자만 알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알겠지.”라는 나만의 착각 속에서 달린 결과는
‘성과는 있었지만 공감은 없었던 프로젝트’였다.
오픈이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유관부서의 피드백은 냉정했다.
구성원들은 현업의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했고,
각자의 위치에서 프로젝트의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성과를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팀이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그때 나는 알았다. 리더의 언어만으로는 팀을 움직일 수 없다.
실행은 팀의 언어로만 완성된다.
그 당시 내 팀은 나를 믿고 따라줬다.
하지만 내가 제시한 방향의 '이유'를 함께 공유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단지 ‘따르는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회의 자리에서 나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
나는 그것을 ‘신뢰’라고 착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 함께한 동료 조심스럽게 말했다.
“팀장님처럼 모든 사람이 그 길을 보진 못해요.
말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어요."
그 말은 가슴을 깊게 파고들었다.
나는 구성원들이 나를 믿는 것에만 안주하고 있었다.
함께 길을 그려가야 할 이들과,
그 길을 ‘왜’ 걷는지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내가 이끌던 프로젝트는 마치 노선표 없이 달리는 기차 같았다.
기관사인 나만 다음 역을 알고 있었다.
승객이 된 팀원들은 목적지도, 속도도 알 수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팀을 리딩하는 게 아니라, 혼자 폭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후, 나는 말을 줄이고 듣기 시작했다.
우선, 회의에서 내가 가장 늦게 말을 시작했다.
후배들이 먼저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미리 선임들과 회의 전에 공유했고,
공식 자리에는 일부러 빠져
시니어와 주니어들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차 팀이 말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회의 중 주니어 한 명이 말했다.
“저는 이 프로세스가 좋긴 한데, 실제로는 고객 응대가 힘들어요.
이렇게 바꾸면 안 될까요?”
그 말을 들은 선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도 그 부분은 현장에서 불편했어요.”
회의실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가 말해야 회의가 진행된다’는 공식이 사라졌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느낌이면, 조금 더 다르게 설계해볼까요?"
"그렇게 바뀌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런 말들이 팀의 표준 언어가 되었다.
리더가 방향을 정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결정하고 실행하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구성원이 말했다.
“이번에 팀장님 안 계셔서, 우리가 먼저 정리했어요.
우선 이렇게 방향 잡아봤는데, 한 번 봐주세요.”
팀의 언어는 소통이 아닌, 실행의 주체가 되었다.
리더의 언어는 중심이 아니라 배경음이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팀을, 스스로 이끌어가고 있었다.
리더의 말 한 마디로 팀을 이끄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팀이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누가 함께 말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졌다.
나는 여전히 의견이 많고, 전략이 많고, 말이 많다.
하지만 그 말들이 팀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날, 오픈된 프로젝트의 회의실에 고요히 앉아 있던 팀원들의 얼굴이 아직도 떠오른다.
성과는 나왔지만,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은 없었다.
이제 나는,
팀의 목소리로 함께 실행할 수 있는 리더가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