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성과의 그림자, 사람을 만나다》

2편.전략은 강했지만 감정 앞에 서툴렀던 이유

by 송주연 Strong N Soft

2편.전략은 강했지만 감정 앞에 서툴렀던 이유

감정을 인정하며 관계를 회복한 이야기

나는 목표와 방향이 주어지면, 머릿속에 지도처럼 실행 경로가 펼쳐졌다.
문제를 분석하고, 가능한 해법을 나열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나의 방식이었고, 그 방식은 오랫동안 나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전략으로 성과를 만들던 시절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도 그랬다.
팀 목표를 세우고, 누가 어떤 일을 맡아야 가장 효율적인지 배치했다.
“이 프로젝트는 A가, 저 일은 B가.”
자원을 배치하듯 사람을 조합하면, 성과는 따라왔다.
분석력, 정리력, 실행력.
이 세 가지는 나를 흔들리지 않게 받쳐주는 무기였다.

그러나 사람은 ‘자원’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일이 아닌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나는 사람을 동료가 아니라 ‘자원’처럼, 감정 없는 부품처럼 다루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명확한데, 왜 여기에 감정을 이야기하지?”
회의 자리에서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이미 ‘정답’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정답을 설득하는 것이 곧 리더의 역할이라 믿었다.

감정 앞에서 멈춰 서다

가장 어려운 순간은 감정을 격하게 표현하는 팀원을 마주할 때였다.
마치 화면이 멈춘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책보다 당혹감이 먼저였다.
그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일을 해내는 사람’이 리더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니 감정은 나에게 방해물처럼 느껴졌다.

감정을 외면한 대가

성과는 유지됐지만, 내 안은 점점 공허해졌다.
감정을 모른 척하며 달려온 시간 속에서, 묵직한 고립감이 올라왔다.
사람의 감정을 외면한 리더는 결국 자신의 감정도 외면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득 떠오른 어린 시절의 나.
늘 씩씩하고 당당해야 했다.
‘불쌍해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믿음이 내 감정을 눌러왔고, 그 습관이 지금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게 뭐 어때서”

그 무의식을 깨뜨린 건 멘토의 한 마디였다.
“그게 뭐 어때서. 지금 감정이 그런 것뿐이야. 그 감정에 충실한다고 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아.”
그 말이 나를 멈춰 세웠다.

그날 이후, 나는 처음으로 나의 감정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나의 감정을 인식하니 타인의 감정도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 중심의 전략

이제 나는 안다.
전략은 여전히 나의 강점이지만, 사람이 중심에 있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을 이해하려 할 때, 비로소 일도, 조직도, 팀도 더 잘 흘러간다.

전략으로 문제를 풀 수 있었던 나는, 이제 사람의 마음을 푸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 길이 더디더라도, 결국 더 멀리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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