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첫팀장 발령과 관계가 무너진 사건
성과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깨달음

2006년 11월, 늦가을의 찬 공기가 복귀 첫날의 긴장감과 뒤섞였다.
3개월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날, 책상에 짐을 풀기도 전에 들려온 소식은 ‘팀장 발령’이었다.
줄줄이 선배들이 있었고,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보란 듯이 해내겠다.’
성과와 사람을 모두 챙기는, 균형 잡힌 리더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너무 달랐다.
첫 해, 우리 팀의 성과는 부서 전체에서 최하위였다.
나는 늘 전략적으로 일하는 사람이었다.
문제를 빠르게 진단하고, 방향을 정해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강점이었다.
그 방식은 나 혼자 일할 때는 효과적이었지만, 팀을 이끌 때는 균형을 무너뜨렸다.
성과 압박 속에서 나는 타 부서와 비교하며 실적을 요구했다.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감정보다 결과를 우선시했고, 회의 시간은 짧아졌으며 대화는 점점 사라졌다.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거리가 생기고 있었다.
그 단절을 명확히 깨달은 건, 나를 가장 먼저 축하해주던 팀원이 전배를 요청한 날이었다.
그는 나와 오래 함께한 동료였고, 누구보다 내 승진을 기뻐해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등을 돌렸다는 건,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나를 향한 무언의 메시지였다.
그날 퇴근 후, 텅 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내가 리더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성과와 승부욕에 매몰된 채, 정작 사람을 잃고 있는 내 모습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팀장이 될 수 있었던 건 분명 나의 강점 덕분이었다.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는 전략적 사고,
구조를 설계하는 정리력,
치열하게 몰입하는 승부욕.
하지만 그 강점은 나를 가리고 있었다.
‘나만 잘하면 된다.’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 믿음은 나를 점점 더 고립시키는 갑옷이 되었다.
그때부터 리더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빠르게 전략을 짜는 것보다, 먼저 사람을 보기로 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꺼내어 나누기로 했다.
회의는 조금 더 길어졌지만, 대화가 늘었고 표정은 부드러워졌다.
작은 감정의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실행은 성과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실행력은 강함에서 나오지만, 신뢰는 부드러움에서 자란다.
성과로만 증명하려 했던 나는, 결국 혼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고독의 시간 속에서, 사람을 중심에 둔 리더십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이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음 이야기: 전략은 강했지만 감정 앞에 서툴렀던 이유 – 감정을 인정하며 관계를 회복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