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a Vista Social Club(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처음 접한 것은 2015년의 극장가였다. 사실 이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간 것은 아니었지만, 마땅히 시간이 맞는 영화가 없기도 하고 재개봉한 영화에는 어느 정도의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심증이 있었기에 이 영화를 선택했었다. 영화를 보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감흥이 크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은 그들의 잔향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그들의 음악을 들었고, DVD를 구매하여 영화를 다시 관람했었다.
그 후로 한참을 잊고 살았었는데, 본가에서 대학시절 짐정리를 하다가 고이 보관해 놓았던 포스터와 앨범, DVD와 다시금 마주하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보게 된 영화는 처음 볼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은은한 감동을 주었다. 아래에 작품과 음악가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감상을 남긴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본래 쿠바 하바나에 있던 사교 클럽의 이름으로, 많은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던 장소였다. 이후 1995년에 닉 골드(Nick Gold)와 라이 쿠더(Ry Cooder)가 쿠바를 돌아다니며 과거에 유명했던 아티스트들을 만나 동명의 앨범을 발매하고, 1999년에는 빔 벤더스(Wim Wenders)가 이 과정과 결과에 대한 동명의 다큐 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영화는 각 뮤지션들의 어린 시절과 음악에 대한 인터뷰, 음반 녹음 과정, 그리고 후에 진행된 공연 실황을 병치하여 보여준다.
영화 재개봉 포스터와 DVD
음반과 내부의 책자
즐거움을 주는 음악
음악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여 깊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은 아프로-쿠반 재즈(Afro-Cuban jazz), 그중에서도 쿠바의 손(Son)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와 이력을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공연과 음악 자체가 너무도 흥겹다. 무대 위의 그들은 악보 위를 자유로이 누비며, 숨을 고르고 멈추었다가도 순식간에 손을 잡고 함께 질주하곤 한다. 물론 이런 흥겨움은 그들이 자유로이 즐길 만큼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음반을 듣는 것만으로도 물론 흥겹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연하는 영상을 한 번쯤은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림, 영상, 글 등 과거로부터 전해지는 정보의 매개체들은 우리에게 생경한 장소와 시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우리에게 20세기말 쿠바의 비교적 날것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학부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외국에 별로 가보지 못했던 필자에게 타국의 과거 풍경은 생경함과 신기함, 낯섦과 설렘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고, 이후 2019년에 중남미의 여러 국가들을 출장으로 방문했을 때 왠지 모를 내적 기시감을 느껴볼 수 있었다. 과거의 간접경험이 현재의 직접경험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고 기억에 남았다.
영화 속 여러 장면들. 당시 하바나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
마치며
영화에 삽입된 이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마음 한편이 먹먹해진다. 그들의 인생이 모든 순간 찬란하게 빛나기만 한 것은 아니었고, 각자의 마음속에는 응당 각자의 피치 못할 사정과 슬픔, 응어리진 감정들이 얽혀있었다. 하지만 무대 위에 선 그들은 달랐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그들은 눈부시게 빛났고, 거기에서 피어오르는 행복과 고양감은 일순간 공연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시대를 멋들어지게 연주한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