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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Apr 28. 2022

책과 상품이 서로에게 주는 시너지

'양말 신는 법'과 '양말'을 함께 파는 아크앤북 잠실점을 다녀와서

0. 서론


지난번에 서울에 놀러 갔다가 잠실 롯데타워에 쇼핑을 갔었다. 전날 하프 마라톤을 뛰고 나니 다리가 제정신이 아니어서 열심히 돌아다니지는 못했는데, 그중 기억에 남았던 곳이 있어 기록해두고자 한다.


서점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터라, 서점을 찾자마자 고민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서점 인테리어 자체도 예뻤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서점 내 상품들의 배치였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서점은 대체로 도서관과 그 정렬 방식이 비슷하다. 장르, 직업, 연령 등 책의 분류에 따라 서고가 구성되어 있으며, 책 이외의 문구류나 음반, 디지털 제품들은 별도의 개별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아래 예시로 볼 것은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평면도이다.


1. 기존의 서점은 어떠했나_교보문고 광화문점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내부 구조. 정석적이면서 규모가 큰 서점을 생각하면서 선정하였다.

건강, 취미, 외국어, 여행, 유아 등 각 도서 분류에 따라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확실히 도서가 메인이며, 핫트랙스, 기프트, 디지털 등 도서 이외의 상품들은 별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 구조에 판매 항목의 추가로 공간을 마련한 느낌을 준다. 이런 동선이라면 책을 구매하고 나서 문구류를 구매하기도 하며, 책 이외의 것이 목적이라면 책 쪽으로는 가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공간적 분리가 심리적 분리로도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2. 그렇다면 이곳은 어떤가_아크앤북 잠실점


각종 주류와 함께 술에 관련된 도서들이 자리잡고 있다.

요즘 일을 하면서 제조사 입장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말을 종종 접한다. 일방통행 느낌의 유도와 전달은 더 이상 그렇게까지 효과적이지 않으며, 고객의 입장에서 회귀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서두에 이런 접근 방향을 언급한 것은, 아크앤북 이라는 서점이 개인적으로는 고객 입장에서의 매장 배치를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을 보면, 술과 관련된 도서들이 실제 주류와 함께 배치되어 있다. 책이 마음의 창이라고는 하지만, 책이 주는 경험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글이 가진 태생적 한계로 극복하기는 어렵다. 책과 관련 상품을 함께 배치한 위의 방식은 컨셉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메시지가 강력하다.


우리는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이 아니야. 우린 책을 통한 경험을 판매하는 거야. 거기에 필요한 지도(책)와 도구(물품)를 너희에게 한 번에 제공하고 있잖아!

 

우리는 여행 도서를 보면서 타지의 해변을 거니는 나를 상상하며, 커피나 와인에 대한 도서를 보며 느껴지지 않는 혀끝의 그 맛을 갈망한다. 이 서점은 간접경험인 책과 직접 경험인 물품을 한 시야에서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가진 생각을 즉시 구현해낸다.


동일한 상품을 팔더라도, 책과 물품 구획이 나뉜 기존의 서점에서는 사이의 간극이 필연적으로 생겨난다. 두 존재를 따로 접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너지가 약하다.


책과 물품을 한 시야에서 바라보며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은 덧셈 연산이 아니고 곱 연산이다. 책은 물품에 대한 기대를 상승시켜 그 가치를 올려주며, 물품은 책으로 가는 효과적인 연결다리가 되어준다.


서점 입장에서 이런 배치가 쉽지는 않다. 책의 분류작업도 더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으며, 어울리는 물품도 구비해야 한다. 단순히 생각해도 비용과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고객의 만족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정말로 책만 좋아해서 다른 물품이 있는 게 거슬리는 사람 정도가 아니라면 이런 가상과 현실을 잇는 배치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서점도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마케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교보문고의 향을 담은 디퓨저, 특정 서점 한정 도서 및 패키징 등 서점들도 나름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위의 사례를 함께 보면, 너무 정공법적 접근이라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다. 책 이외의 상품, 경험과의 시너지를 어떻게 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 것이 이 아크앤북 잠실점이었던 것 같다. 사진 몇 장을 추가로 올리며 글을 마친다.


커피와 디저트, 홈베이킹과 함께 배치된 커피와 커피잔
동물 양말과 동물 그림, 양말에 관련된 책. 실용성이 그리 높진 않지만 양말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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