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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Sep 11. 2022

나의 독서사(讀書史) ; 내가 좋아했던 책과 작가들

독서와 책은 나를 어떻게 바꿨는지, 나는 책을 어떻게 읽어왔는지

0. 책과 언제부터 친해졌을까?


책을 읽고 나서 독후감을 쓰는 것은 그때의 감상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어서, 기억과 감정이 휘발되기 전에 그 흔적을 남겨놓아야만 다음번에도 그 감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글이라는 것의 본질은 기록과 흔적의 전달을 위한 매개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저런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다 보니 문득 나는 언제부터, 어떤 책들을 읽고 영향을 받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일단은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책과 작가들을 적었다. 기억은 단속적이지 않고 이어져있는 경우가 많기에, 하나를 떠올리면 근처의 기억을 몇 개 더 떠올려낼 수 있었다.


지금부터 풀어나갈 이야기는 이런 기억의 실타래들을 모아낸, 각기 다른 책과 작가들이 나에게 어떤 것들을 남기고 갔는지에 대한 감상이다.


1. 독서로의 마중물 역할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햇빛사냥, 광란자 (J.M. 바스콘셀로스)


동화책이나 교과서를 제외하고, 초등학교 무렵의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들 중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J.M. 바스콘셀로스의 라임 오렌지 나무 연작이다. 책을 읽을 당시인 2000년대 초반에도 이 책들은 이미 스테디셀러였다. 유명세에 관심이 가서 읽었던 책이었지만, 내용 자체도 재밌어서 기억에 남았었다.


미약하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자신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조력자를 만나 영글어가는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봐도 느껴지는 바가 많. 굉장히 정석적인 키다리 아저씨 느낌의 이야기였다.


비록 당시 초등학생이던 내가 세세한 플롯이나 의미까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겠지만, 독서 자체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는 마중물 역할을 해주었던 연작이었다.


2. 다회독, 탐독의 재미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마중물 역할이었다면,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연금술사는 글을 반복하여, 깊게 탐독하는 재미를 알게 해 준 책이었다. 보통은 내용을 모르고 처음 읽을 때가 가장 재밌긴 하지만, 내용을 알고 다회독 하더라도 재밌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중동의 이국적인 풍경과 일상을 양치기의 시선으로 톺아보는 것이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는지 지금까지도 상황들과 사용된 단어들이 기억에 남는다. (집시에게 꿈의 내용을 묻는 양치기, 본인을 왕이라고 부르는 금을 두른 사내, 신대륙에서 불어오는 레반테(levante, 동풍), 마크툽, 크리스털 그릇을 파는 언덕의 상인,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로 향하는 여정 등) 연금술사라는 책이 중동의 문화를 간접 경험해볼 수 있는 창 역할을 해주었다.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도 교훈적이어서, 일종의 우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아래는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았던 부분들이다.


요행이란 없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새로운 여정을 떠나기 위해 양을 파는 모습을 보며)

보물(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그토록 찾아 헤맨 보물은 고향 앞마당에 있었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누군가의 앞마당이 누군가에게는 메카이자 보물지도의 종착역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사막에 있는 보물이 꿈에 나왔지만, 사막에서 만난 인물은 주인공의 고향에 있는 보물이 꿈에 나왔었다.)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있는 꿈이 새로운 꿈이 되어주기도 한다. (순례를 위해 크리스털 그릇을 팔던 상인은 돈이 충분히 모였음에도 순례를 떠나지 않고, 여전히 그것을 삶의 목표로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3.  호흡의 책, 기호학이라는 소재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


읽었던 책 중에서 꽤나 긴 분량의 책이었어서 읽고 나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독서 속도가 빨라서 그나마 잘 읽 수 있었다.


연금술사와는 다른, 서양과 성경에 관련된 소재들이 흥미로웠던 책이다.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은 기호학 교수로 등장하는데, 기호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된 것 또한 재밌는 경험이었다. 기호학, 퍼즐 풀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흥미롭고 거기에 등장하는 장치나 트릭들 또한 기억에 남는다. (애너그램, 크립텍스 등)


비밀을 지켜나가는 파수꾼들과 이들에 맞서 비밀을 파헤치고자 하는 또 다른 조직 사이의 암투. 지금 생각해봐도 흥미로울 소재들이다. 실제로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영화도 원작을 읽었다면 나름 볼만한 편이었다.


결국 여정의 시작점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점에 있어 연금술사와 그 순서가 비슷했던 책이었다. 물론 그 외에는 다른 점이 많지만, 두 책을 함께 떠올리며 기억에 오래 더 남게 된 것 같다.


4. 른 세상으로의 시야 확장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평화는 나의 여행 (임영신)


제3세계, 월드비전, 구호활동. 한비야 씨와 임영신 씨의 여정을 읽으며 세상의 어두운 면, 아픈 상처, 전쟁의 참상들에 대해 알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전쟁은 영화 속의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었다. 모든 전쟁은 누군가의 일상을 짓 밞고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수라장 속에서도 누군가는 생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다음날 포탄이 떨어지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노라고 말하는 초연함이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나라면 그런 환경에서 태어나 살아갈 수 있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회사에 취직하고 나서 매달 몇만 원씩 기부를 하고 있는데, 위 책을 읽었을 때의 기억이 남아서 조금이나마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자 소박한 도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5. 따뜻함을 전해주는 책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책은 세상을 향한 창이 되어주기도, 길 잃은 이에게는 지도이자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한다.  캔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의 닭고기 수프 시리즈는 세상의 따뜻함과 희망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책이다. 지금은 되레 이런 희망만 모아놓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인 학생 시절에는 희망찬 세상에 대한 기대감에 이런 류의 현대판 우화 같은 이야기들을 좋아했었던 것 같다.


다소 부정적으로 얘기했기는 하지만,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겪은 일들을 보며 내 삶은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 지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상과 염세의 적절한 배합이 있을 때 삶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 같다.


6. 청춘의 아름다움, 일본 작가의 느낌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나의 대학생활은 독서 공백기였다. 친구들과 놀고먹고, 남은 시간에 전공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독서가 후순위로 밀렸다. 조금씩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군 복무 시절이었다. 마땅히 할 일도 없었고 부대로 책이 보급되기도 해서 자연스레 한두 권씩 책을 읽어나갔다. 그때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었다.


조금은 불안정할 지라도 밝게 빛나는 청춘의 이야기. 그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재밌게 완독 했던 기억이 난다.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도 꽤나 잘 어울린다.


같은 번역본이라고 하더라도 영미권 작가의 소설과 일본 작가의 소설은 그 느낌이 다르다. 기본적인 문장 구조와 서순이 다르기도 하고, 나라나 지역 별 정서 차이도 존재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영미권 소설보다 한국 소설이나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몰입이 더 잘 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시점이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무렵인 것 같다. 그만큼 책이 주는 인상, 감정의 여운이 오래 남았던 것 같다.


7.  속에  숨기는 방식

가면 산장 살인사건, 라플라스의 마녀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출간되는 속도는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매번 어쩜 이렇게 신작이 나오는 건지 아직도 의아할 따름이다. 그중 '가면 산장 살인사건', '라플라스의 마녀' 2권을 읽었었는데 특출 나게 인상 깊다기보다는 탄탄하고 안정적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책과 영상 등 스토리가 있는 작품에 있어서 창작자의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은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가 아니고 얼마나 잘 숨기느냐라고 생각한다. 시점을 어떻게 설정할지, 가상의 앵글 안에 얼마나 드러내고 어디까지 숨길지, 서술자를 누구로 설정하여 다른 인물의 행동과 진의를 숨겨낼지 등 메시지를 원하는 순간까지 숨겨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숨기면 내용 전달이 되지 않고, 너무 힌트가 많으면 마지막 하이라이트에 김이 샌다. 이런 점에 있어 '가면 산장 살인사건'이 작가의 의도대로 의도를 잘 숨겨낸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후술 할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도 이런 방식에 능하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라는 책도 이런 면에 있어 흥미로운 책이었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제목부터 이과 느낌이 강했는데, 주제가 꽤나 흥미로워서 기억에 남았다. 주된 이야기는 온천에서의 사망 사건이지만, 주인공의 설정이 인상 깊다. 마법의 주문을 외워 뭐든지 해내는

마녀가 아니고, 굉장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물론 실현은 불가하겠으나) 방식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이과형 먼치킨 느낌이었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 답게 반전 요소도 나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이 퀄리티와 이 속도로 책을 써 내려갈 수 있음에 경외심이 든다.


8. 문장력, 단어의 중요성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이기주)


어느 순간 이후로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고 소설 위주로 독서를 했었다. 그런 와중에 읽었던 책임에도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는 매우 인상 깊었다. 작가가 글과 단어, 말을 얼마나 깊게 생각하는지가 책을 보는 내내 전해져 왔다. 일상의 상황에서 자연스레 언어와 말에 관한 내용으로 풀어내는 것에도 굉장히 능했고, 글에 대한 본인의 주관이 드러나는 부분이 좋았다. 단어를 어원까지 분리하여 설명해주는 부분도 작가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작가를 요리사에, 작가가 쓰는 문장을 그릇으로 비유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같은 음식이라도 그릇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듯, 상황에 맞는 정갈한 문장을 써야 한다는 비유가 굉장히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9. 은 소재와 장르, 추리

빙과 및 고전부 시리즈, 야경(요네자와 호노부)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빙과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였던 것 같다. 쿄애니 작품이어서 작화나 연출 자체도 화려했지만, 그 내용도 꽤나 탄탄했기에 원작 소설을 찾아보게 되었다. '빙과'를 포함한 고전부 시리즈를 예전에 읽었었고, 비교적 최근에 '야경'이라는 책도 읽어보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를 설명하며 시점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 또한 이 방면으로 굉장히 능통하다고 생각한다. 고전부 시리즈는 고등학생인 주인공들이 다양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이 과정에서 다양한 트릭이 사용되기도 하며 지금 생각해봐도 인상 깊은 소재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빙과'의 첫 번째 에피소드,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의 만인의 사각이 기억에 남는다.


작가에 대한 성공경험은 다음 책을 고를 때 많은 영향을 준다. '야경'이라는 책을 고르게 된 것도 작가의 이름을 보고 나서였다. 각기 다른 주제의 단편선들이 수록된 책으로, 다양한 사건을 요네자와 호노부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보는 게 흥미로웠다. 애거서 크리스티 같은 정통 추리 장르의 도서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장르만의 매력을 확실히 느꼈던 것 같다.


10.  쓰여진 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레퍼런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마쓰이에 마사시)


기억에 남는 글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차곡차곡 복선을 쌓아 일순간 반전을 보여주는 글도 있고, 작품 속 인물에 몰입하여 감정을 흔드는 글도 있고,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일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형태의 글도 있을 것이다. 마쓰이에 마사시 작가의 글은   의도대로 잘 배치한 구성, 짧은 호흡과 긴 호흡에서의 문장력 등 전반적으로 완성형의 글이라는 느낌을 내게 전해주었다.


이렇게까지 감명 깊게 표현하는 이유는 두 권의 다른 느낌의 책을 읽고 다른 종류의 감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가의 역량이 충분하다면 다양한 강점들 중에서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여 글을 써내려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건축사무소를 배경으로 하는 글은 설계도를 보듯 순차적이고 체계적이며 최대한 구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연대기적이고 병렬로 진행되는 듯했던 글은 종국에는 집이라는 구심점을 향해 수렴하였다. 각기 다른 목적에 따라 원하는 대로 글을 구성하면서도 모두 완성도 있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으며, 글의 내용과 구성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깨달았다. 기본적인 문장력 또한 굉장히 탄탄했기에 마쓰이에 마사시 작가의 글은 나에게 있어서는 잘 쓴 글의 레퍼런스 역할을 해주었다.


11. 고민할 거리가 많은 소설. 한국 소설의 매력.

살인자의 기억법, 오직 두 사람, 작별인사 (김영하)


김영하 작가의 글도 군대 시절에 처음 접했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어렸을 때는 한국 작가의 소설을 완독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 '7년의 밤' 등 읽다가 다 끝마치지 못한 소설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던 중 읽었던 김영하 작가의 글들은 한국 소설의 매력을 다시금 알게 해 준 글이었다.


번역본 소설들 사이에도 차이가 있지만, 번역본과 한글로 쓰인 소설 사이에는 더 큰 차이가 있다.

작가가 의도한 바를 왜곡 없이 전달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자국어 소설 강점 중 하나이다. 물론 기저에 깔린 민족 정서를 두 번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도 일종의 강점이 될 수 있겠다.


물론 그런 면은 차치하고라도 김영하 작가의 글은 인상 깊다. 소재도 참신하지만, 고민해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겨주는 것도 작가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두 사람'에서 서로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음에 대한 표현 방식, '작별인사'에서 보여준 다양한 관점에서의 가치관 고민 등 고민을 많이 하고 쓴 글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김영하 작가의 글을 읽은 후에 다른 한국 작가들의 소설도 읽어보게 되었다.


12. 익숙한 언어, 그렇지만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한국 작가의 SF 소설. 처음 접할 때는 왠지 모를 이질감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고 나니 김초엽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알 수 있었다.


공대생이 써 내려간 SF 소설은 소재에 대한 깊이가 남달랐던 것 같다. Science Fiction에서 Science에 대해서는 확실히 더 상세하게 구성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과학기술의 경이로움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고 기술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갈등을 풀어내 준 것이 작가의 글이 더 인상 깊었던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현실과 허구 사이의 적절한 거리감이 SF에 있어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사실적인 글은 흥미도가 떨어질 것이고, 지나치게 허무맹랑한 글은 독자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김초엽 작가의 글은 그 간극을 잘 탔으며 작가의 책을 세 권이나 읽어보게 되었다.


13. 지금까지의 독서는 여기까지. 앞으로의 독서 글쓰기는?


독서에 몰두했던 시기도 있었고, 조금은 소원했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그 중간쯤에 서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쭉 돌아보니 책을 읽은 시점과 계기들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반대로 기억에 잘 남지 않는 책들은 왜인지 이유를 고민해보며 반면교사의 마음도 다질 수 있었다.


언어를 배울 때 읽기와 쓰기, 말하기, 문법이 모두 중요하듯 글을 쓰는 데에도 위의 요소들이 필요하다. 좋은 글을 읽어 견문을 넓힐 필요도 있고, 글을 실제로 써보는 노력도 필요하다. 본인이 쓴 글을 타인과 나눠보는 것도 중요하며, 글을 쓸 때의 기본적인 역량(문장력, 플롯 구성 등)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글을 읽으며 넓어지는 시야는 나를 더 깊은 곳까지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넓어진 시야가 볼록렌즈가 되어 나를 더 깊은 곳까지 볼 수 있는 확대경이 된다. 앞으로도 더 좋은 확대경을 얻을 수 있도록 독서를 이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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