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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Aug 12. 2022

[세 단어로 소설 써보기] 10.5. 중간 반성

글을 써보면서 녹록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한 자기반성과 점검

글을 쓰는 근육, 작문 근육을 늘려보고자 무작위로 뽑은 단어를 소재로 소설을 써보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굳이 에세이가 아니고 소설의 형태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나의 소박한 욕심에 의한 것이었다. 언젠가는 나만의 작품, 나만의 세상을 그려내 보고 싶은 생각이 은연중 있었기에 짧은 보폭이나마 앞으로 나아가 보고자 소설의 형태를 선택했었다.


막상 첫술을 떠 본 쓰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녹록지 않았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작위로 3개의 단어를 뽑고 이를 글의 씨앗으로 삼아 글을 써 내려갔었는데, 나름 열심히 썼다고 생각하고 글을 읽어보면 그 길이와 호흡이 생각보다 짧았다. (한 챕터가 짧게 구성된 소설 반 챕터가 채 되지 않는 분량 것 같다.)


하지만, 똑같은 행동을 10번 반복해보면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는 느껴지는 바가 있것 같다. 글을 쓰면서 다양한 고민을 해보며 소설가 분들에 대한 경외감이 더 올라가기도 했다. 글을 써보며 이래저래 고민했던 것들을 아래에 순서 없이 나열해본다.


소설은 보기보다 생각해야 할 요소가 너무나 많았다. 인칭은 어떻게 정할지, 인물들의 생각은 어느 수준까지 보여주고 숨길지, 현재 시제로 서술할지, 회고의 형태로 서술할지, 인물의 생각과 대화 중에서 어떤 쪽 위주로 글을 풀어나갈지, 인물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야 할지, 서술 방식이나 사용하는 단어가 그 인물에 적합한지, 글의 어떤 부분에 방점을 두고 강조할지, 나의 입장이나 경험이 소설 속 인물에 너무 지나치게 투영되지는 않았는지, 기존 소설이나 실화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아서 표절이 될 여지는 없는지, 글의 호흡은 너무 빠르거나 늘어지지는 않는지, 문체가 상황 및 인물 설명에 적절한지 등...

제목을 짓는 것이 꽤나 어렵다. 내용을 내포하면서도 지나치게 직관적이지는 않아서 상상의 여지를 남겨놓을 수 있는 제목이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위에서 설명한 사례와 맞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고전부 시리즈 중에서 '빙과'라는 소설의 제목이 기억에 남는다.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생략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 제목에 관련된 사건까지는 읽어보시면 후회하시지 않을 것 같다.)

제목과 비슷하게, 등장인물의 이름을 짓는 것도 쉽지 않다. 성격과 내용에 맞는 어감과 느낌을 살려내기가 어렵다. 여기에 의미까지 담아내려고 하면 한층 더 머리가 아플 것 같다.

고슴도치처럼 자기 글에 관대 해지는 감이 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외부의 피드백을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고여있는 저수지 물이 될 것 같다.

겪어본 일과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한 글의 깊이 차이가 크다. 글을 쓸 때 취재를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지 새삼 느꼈다.

단어나 표현도 개인적으로 선호하거나 자주 쓰는 것만 반복해서 쓰게 된다. 게임도 손에 익거나 DPS가 높은 기술을 자주 쓰게 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표현이 정해져 있고, 그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게 대중에게 있어서도 효과적이라면 그 작가의 특색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으나, 설령 그렇더라도 오래되면 클리셰화 되어 질릴 것이며 실제적으로 이런 효과적인 표현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문을 병기하게 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글을 쓴 사람 입장에서 보면, 혹시나 동음이의어로 이해하여 내용을 잘못 받아들이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되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소재와 단어들을 잘 엮어내는 것이 정말 기술인 것 같다. 패치워크처럼 단순히 붙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데이션처럼 스르륵 주제를 옮겨내는 작업이 고난도라는 생각이 든다.

이 문장이, 이 단어가 쓰고 싶어서 억지를 부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본말이 전도된 형태이기는 하나, 역량이 좋아서 미리 훌륭한 재료들을 만들어놓고 적재적소에 넣을 수만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나는 아직 이런 역량이 부족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풀어내 봤지만, 아직은 좀 더 발로 뛰어봐야 할 단계인 것 같다. 나만의 장편 소설을 목표로 글을 더 꾸준히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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