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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Oct 07. 2021

오징어게임과 ‘정의’

스포 주의!


오징어게임에서 가장 짜증 나는 인물을 뽑으면 ‘장덕수’와 그 패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덕수 무리는 다른 참가자의 음식을 가로채서 먹고, 더 많은 상금을 위해 어둠을 틈타 다른 참가자를 죽이는 등 악행을 저지릅니다. 


오징어게임 등장인물 '장덕수'


하지만 그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오히려 악행을 고발한 참가자만 죽습니다. 결국 착한 사람은 손해만 보고, 악한 사람은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일까요?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다음 장면에 제시됩니다. 


장덕수는 다시 취침 시간이 찾아오자 습격을 대비하고 있는 ‘성기훈’에게 찾아갑니다. 대비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말해며 성기훈을 놀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때 성기훈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오징어게임 등장인물 '성기훈'


"너희 팀이라는 저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정말 믿는 거야? 나 같으면 불 꺼지고 싸움이 나면 기회 봐서 너부터 죽일 거야. 네가 제일 센 놈이니까 "
    

그 말에 섬뜩함을 느낀 장덕수는 밤에 다른 사람들을 습격하는 것을 취소합니다.


장덕수 무리는 힘을 믿고 다른 참가자들을 죽였지만, 사실 서로에게 서로가 가장 큰 경쟁자였습니다. 깜깜한 어둠은, 밝을 때는 건들 수 없었던 같은 패거리를 죽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애당초 장덕수의 힘을 보며 뭉친 것이고, 서로에 대한 아무런 신뢰가 없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바로 배신할 수 있었죠. 


그러므로 완벽한 부정의함은 결코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일정 부분은 정의로워야 합니다. 장덕수 무리가 효과적으로 경쟁자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부 구성원들끼리는 해치지 않는다는 정의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완벽한 부정의함은 이득이 될 수 없다’라는 말이 곧 ‘정의로움이 이익’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논리 구조를 보면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굳게 뭉친 장덕수 무리(악+선) > 착한 다른 참가자들(선) > 서로 불신하는 장덕수 무리(악)


왜 정의가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까요? 


그건 정의가 시스템 속 rule의 문제와 관련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rule은 다른 사람을 죽이고 승리하면 더 많은 상금을 가지게 되고, 실패하면 죽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상호 협력보다 배제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구슬치기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1:1 데스 매치, 대부분이 죽을 수밖에 없는 ‘징검다리 건너기’ 등.. 이런 게임이 펼쳐지는 ‘오징어 게임’에서 과연 무엇이 정의일까요?


A :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린다.   vs     B :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인다.
A : 배신보다는 신뢰를 지킨다.    vs     B : 이익에 따라 언제든 배신한다. 
A : 사회적 약자를 지킨다.          vs     B : 강자에 붙는다.  


B입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고,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습니다. A를 지키면 죽는데 과연 A를 정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결국 정의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rule’안에서는 부정의할수록 이득이고, 정의로울수록 손해입니다. 전체 인류를 ‘부정의한 사람’ ‘선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 ‘정의로운 사람’으로 분류한다면, 정의로운 사람은 시작부터 다 죽고 선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부정의하게 될 것입니다. 


* 오징어 게임의 rule 속에서 사람 유형에 따른 이익
1. 부정의한 사람 -> 최대의 이익
2. 선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 -> 부정의하게 행동
3. 정의로운 사람 -> 최대의 손해

: 결국 사회는 부정의하게 되며, 우리가 생각하는 부정의가 오징어 게임 사회에서는 정의가 된다. 



만약 부정의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정의로운 사람이 이득을 보는 시스템이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선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정의를 추구해서, 결국 사회도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 부정의가 손해를 보고 정의로움이 이득을 보는 시스템 속에서 사람 유형에 따른 이익
1. 부정의한 사람 -> 최대의 손해
2. 선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 -> 정의롭게 행동
3. 정의로운 사람 -> 최대의 이익

: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 


저는 오징어 게임을 보며 우리나라가 생각이 났습니다. '선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정의롭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사회일까요. 아니면 부정의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사회일까요. 


우리 사회는 어떤 행동에 혜택을 주며, 어떤 해택에 손해를 주고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모두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는 부정의함이 이익을 보는 사회가 아니라 정의로움이 이익을 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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