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사람에게 편리함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아마존을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으로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편리함의 대가로 잃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몸으로 느끼는 '경험'입니다.
경험을 전달하는 일은 온라인의 약점이자 오프라인의 강점입니다. 그러므로 아날로그가 디지털을 상대로 살아남으려면 '경험'에서 승부를 보아야 합니다. 동네 서점이 가격과 배송으로 아마존을 이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네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이길 수 있습니다. 이때 아날로그의 비효율성은 오히려 강점이 됩니다.
분명 디지털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렇다고 아날로그가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아날로그에 투입되는 시간은 예전보다 분명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날로그의 가치는 여전히 굳건합니다. 단지 비중이 달라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쌀밥만 100% 먹었다면, 이제 라면도 파스타도 먹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므로 아날로그를 사양 산업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이 등장하기 이전 아날로그 시장이 100억이었는데, 디지털의 등장으로 시장 규모가 '감소'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00억이 80억으로 줄었어도 여전히 큰 시장입니다. 예전 100억 시장에서 1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면 매출이 10억이지만, 80억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차지하면 매출이 16억입니다.
즉, 아날로그의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것과 아날로그가 시장성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디지털을 과신해서 무턱대고 시장에 뛰어든다면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예전보다 신문을 안 읽지만, 아무튼 신문을 인쇄해서 판매하고 광고수익도 얻으면 안정적 수입이 됩니다. 하지만 신문의 대안으로 부상한 온라인 뉴스레터는 여전히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디지털이 떠오르고, 아날로그가 쇠락하고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본 관점일 수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상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그들에게 익숙한 것은 디지털이고 새로운 것이 아날로그입니다.
아날로그를 제대로 보려면 아날로그 세대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디저털 세대의 눈으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새롭다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이 나타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지나간 과거가 새로움으로 돌아오는 시대입니다. 예전에 종영된 '무한도전'이 재방송됩니다. 분명히 본 내용이지만,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러기에 흥미진진합니다. 미래가 아닌 지나간 과거가 새로워지고,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가 새로운 시대입니다.
그러므로 디지털이 뜨고, 아날로그가 쇠락한다고 단순하게 이해하면 안 됩니다. 둘 다 여전히 의미 있고, 그 의미는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디지털을 과대평가하거나 아날로그를 과소평가하는 것을 넘어 양쪽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