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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Sep 14. 2022

영원히 사는 삶은 행복할까?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앤 라이스


영원히 사는 뱀파이어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


오랜 세월을 살아온 뱀파이어 '루이스'는 한 젊은이와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그는 태양 아래 살 수 없고, 항상 인간의 피를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영원히 젊으며, 시간의 흐름에 결코 마모되지 않는 존재입니다. 


반면에 인간은 뱀파이어에 비해 지독히 나약합니다. 아름다웠던 젊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한 늙음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죽음의 고통을 느껴야 하죠. 바로 아래 대목처럼 말이죠. 


이제 그는 살아 있는 시체나 다름없었다. 죽어 가는 그의 육체를 움직이는 것은 그의 강렬한 의지뿐이었다. 그의 죽음은 느리게 썩어 가는 죽음이었다. 그의 육체는 수십 년 동안 자기 피를 빨아온 '시간'이라는 뱀파이어에게 굴복하지 않으려 했다. 88쪽 




뱀파이어에게 인간을 죽이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지만, 루이스는 달랐습니다. 인간을 죽이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죄를 저지르는 자신의 존재가 가진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는 무언가를 믿음으로서 구제받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신도, 악마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답을 주지 못합니다. 마침내 그는 파리에서 있었던 사건을 계기로 절망합니다. 


그 결과 그는 열정, 분노, 죄책감이라는 생명의 활기를 잃어버립니다. 다른 뱀파이어와 달리 그만이 가지고 있었던 빛(인간성)을 잃어버린 것이죠.


이 상실감 이 분노가 다 무슨 소용일까? 그 안에서 정의를 찾고 동정과 위안을 얻으려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이제는 어떤 살아있는 존재에게도 나의 비애를 이야기할 수 없을 텐데. 내 눈물조차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죽지 못하는 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예전에는 예술이 나로 하여금 인간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주리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이제는 인간의 마음 자체가 내게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멸하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그걸 잊게 된 것이다. 496쪽, 502쪽


나는 계속 세상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그것에 매료당했지만 그 어떤 것도 나를 다시 인간적으로 되돌려 주지 못했다. 나는 뱀파이어로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셨다. 나는 만족했다. 배가 터지도록 그것을 마셨다.


하지만 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게는 전혀 변화가 생기지 않았으니까. 내가 말했듯이 내 이야기는 파리에서 끝난 것이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더 이상 나아지기를 바랄 수 없는 상태에서 나는 혼자 깊숙이 틀어박혔다. 505쪽 506쪽 


뱀파이어는 영원히 살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뱀파이어 중 가장 오래된 존재는 400년을 살아온 '아르망' 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뱀파이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영생의 짐에 지쳐, 삶의 방향을 잃고, 그저 살인의 쾌락만 남은 것에 절망하여, 그 고독함을 견디지 못해, 하나 둘 스스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뱀파이어 자신만 빼고 세상은 다 변하게 마련이다. 결국 뱀파이어만 소외된 채 모든 것이 변하고 타락하며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영생은 절망스러운 것이 된다. 전혀 이해할 수도 없고 가치관에도 맞지 않는 사람들, 형태들, 형상들로 가득 찬 정신병원에서 무기형을 선고받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영생은 멋있는 것이라고 느끼게 만들었던 예전의 형태, 스타일, 패션들이 몽땅 지구상에서 사리지고 만 것을 깨닫게 되고, 이제 살인 외에는 어떤 것도 자신을 절망에서 구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뱀파이어는 죽으러 나선다. 450쪽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영생을 원합니다. "영원히 젊으면서도 영원히 늙었고 아무런 꿈도 없는 상태에서 재깍대는 은빛 시계처럼 순간순간을 사는 삶"(230쪽)을 말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젊은이는 영원한 삶을 절절히 바라며 루이스에게 말합니다. "지금 저를 뱀파이어로 만들어 주세요" 그 말에 루이스는 엄청난 감정을 표출합니다. 


"그것을 원한다고?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는데도 그것을 원한다고?"


하지만 젊은이는 말합니다.


당신은 인간의 삶이 어떤지 몰라요! 다 잊은 거라고요. 자기가 한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있어요. 그게 나같이 하찮은 인간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전혀 모를 거예요! 534쪽 


루이스는 자신은 실패했다고 말하며 웃어버립니다. 그리고 젊은이를 물어버립니다. 하지만 뱀파이어로 만들지도, 그를 죽이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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