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같이 치킨을 먹으러 갔습니다. BBQ와 BHC 중에 고르라고 했더니, BBQ를 고르더라고요? 내심 가까운 BHC를 원했지만.. 가까운 BBQ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매장에 들어가서 치킨을 시켰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BBQ에서 도입한 서빙로봇 '푸드 봇'이었습니다.
서빙로봇은 '서비스 로봇'의 한 종류입니다. 네이버 IT 용어사전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은 산업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인간을 위해 유용한 일을 하는 로봇을 말합니다.
친구랑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서빙로봇 '딜리'를 타고 치느님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딱 내리고, 다시 출발 버튼을 눌러 복귀를 시켰습니다. 안녕~
그런데 서비스 로봇을 왜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논리입니다. 서비스 로봇을 도입하며 생기는 이득(인건비 절감 등)이, 그로 인한 비용(투자비, 유지비 등)보다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매장에 로봇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업에게 최첨단 이미지를 줍니다. 홍보용으로도 좋고, 화제를 모아 사람들을 모으게 됩니다.
저는 단기적으로는 두 번째 해석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를 이용해본 결과, 신기하긴 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제가 앉은자리가 조리실에서 다섯 걸음도 안되니, 사람이 직접 가져다주는 것이 빨랐을 것입니다. 사람이 몰리면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그럴 경우 오히려 통행에 방해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첫 번째 해석이 더 맞을 것입니다.
기계가 발달하면서, 효율성은 높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인건비는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으니, 서비스 로봇의 가성비가 더 좋아집니다. 게다가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최소화하려는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은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더 키울 것입니다.
그러면 서비스 로봇으로 앞으로 사회는 변하게 될까요?
정말 다양하게 말할 수 있으나, 저는 3가지 정도를 말해보고자 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MZ세대는 이미 가상의 존재가 익숙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NPC를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기에, 요즘 유행하는 AI 가상인간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상의 존재가 없었습니다.
이때, 서비스 로봇의 확산은 현실에 존재하는 '인공의 존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지게 합니다. 이런 관계적 변화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합니다. 대표적으로 가축이었던 '개'가 반려동물인 '강아지'가 되었을 때, 아예 새로운 산업과 문화가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로봇'이 포함되면 또 다른 세상이 오는 것입니다. 이미 조짐은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고령층에게 '반려 로봇'에 대한 애착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매일매일 자신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존재라면 실제로 살아있는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이죠.
서비스 로봇의 가성비가 증가하면 당연히 인간의 노동력은 대체되게 됩니다. 한 마디로 음식을 나르는 일에 굳이 사람을 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죠. 이에 따라 인간의 노동력은 프리미엄 시장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에 가면 직원분들이 요리 하나하나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물잔이 비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서 채워줍니다. 이처럼 서비스 로봇이 단순 반복 노동을 대체하면, 인간은 파인 다이닝 서비스처럼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노동이 대체되면 필연적으로 사회적 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산업혁명 시기에 영국에서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또한 서비스 로봇의 도입으로 오히려 서비스에 소외되는 계층도 많아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노약자나 장애인 분들은 서비스 로봇이 아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로봇이 낯선 사람도,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서비스 로봇을 이용할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작 단계부터 노인, 장애인 분들을 기준에 두고 설계를 해서 조작 난이도를 극도로 쉽게 하는 것이죠.
서비스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며, 고용시장은 더욱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사회적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서비스 로봇에 화살이 갈 것입니다. 서비스 로봇을 캐릭터화하는 등 상호 거리감을 좁혀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가성비만 고려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적인 배려, 따뜻한 관심을 원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차가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서비스 로봇을 무작정 도입을 하는 것보다 상권을 분석해서 무인매장과 유인매장을 구분해서 설치하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사람과 로봇이 동시에 근무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데이터의 시대'인 만큼, 서비스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은 당연히 매장별 상황에 맞춰 운영할 것 같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