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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Jan 09. 2023

현대 사회가 바꾸고 있는 '시간의 개념' 4가지


각 시대에는 시간을 이해하는 각각의 방식이 있습니다. 농경사회인 조선시대에서는 시간을 '12지'로 분류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시(子時)는 밤 11시 ~ 새벽 1시를 뜻했고, 축시(丑時)는 새벽 1시 부터 새벽 3시까지였습니다.


하지만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우리는 시간을 '2시간 단위'가 아닌 '초' 단위로 인지합니다. 농사는 일출에 맞춰서 시작해서, 일몰에 맞춰서 끝납니다. 일출과 일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다릅니다. 그러니 시간을 세세하게 구분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산업사회의 공장은 다릅니다. 해가 일찍 뜨든, 늦게 뜨든 9시까지 출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자라는 농산물이 아닌, 컨테이너벨트에서 빠르게 내려오는 물건들을 다뤄야 합니다. 그러니 '초'단위로 시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의 개념은 현대사회에 들어 다시 한번 대격변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습들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든 사람을 대체한다.
나이가 들면 늙는다.
오래되면 잊혀진다.
죽으면 사라진다..


그런데 너무나 당연했던 삶의 모습들이 IT 기술 및 의학을 발전으로 더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고 있습니다.






1.  새로운 세대가 기존 세대를 밀어내는가?


개그맨 유재석 씨는 2005년 '해피투게더' 프로그램을 통해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나이 '33세'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 '49세'의 나이로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으로 대상을 수상합니다. 


스타뉴스(좌), 스포츠조선(우)


무려 16년째 국민 MC로 활약하고 있지만 유재석 씨의 외모는 놀랍게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세월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요즘, 자기 관리가 철저한 연예인들을 보면 나이를 알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연예인 정도는 아닐지어도, 일반인들도 젊습니다. (극단적인 경우만 모았겠지만)  과거 피부 관리 개념이 적었고, 고생을 많이 했었던 1990년대와 대조적입니다. 



새로운 세대가 기존 세대를 밀어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노화'입니다. 만약 인간이 늙지 않았다면, 기성 세대가 풍부한 경험을 살리면 살렸지 사회 일선에서 물러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트렌드 코리아 2023의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네버랜드 신드롬'이 선정될 정도로, 노화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말은 기성세대가 과거보다 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새로운 세대가 기성세대를 밀어내기 더욱더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밀어낸다'고 생각하는 시절은 지났습니다. 나이가 어떻든, 능력만 있으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2. 나이가 들면 늙는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인간은 노화를 정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든다고 꼭 늙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관리를 한다고 해도, 시간의 힘은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늦출 뿐이죠.

그런데, AI 기술의 발달은 문자 그대로 나이를 거스를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디애나 존스'의 배우로 유명한 '해리슨 포드'씨는 현재 80대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어리게 만드는 '디에이징 기술'이 고도화되며, 2023년에 개봉되는 '인디애나 존스 5'에 해리슨 포드 씨가 40대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출처 : 조선일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731366?sid=105)


디에이징 기술은 배우가 활약할 수 있는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힙니다. 디에이징 기술로  영화 터미네이터의 가장 상징적인 배우인 '아놀드 슈왈제네거'도 마치 터미네이터 1에 출연했던 것처럼 영원히 젊게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에는 비용 문제로 짧게 연출되었죠.



3. 오래되면 잊히는가?


오래되면 잊히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수많은 노래를 들었어도, 성인이 돼서 기억나는 노래는 몇 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은 이 당연한 법칙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2019년 버거킹 광고에 배우 김영철 씨가 등장해서 '사딸라'를 외쳤습니다. 이 사달러는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방영되었던 드라마 '야인시대'에 나온 명장면에서 유래했습니다.


야인시대에서 김영철 씨가 연기한 '김두한'은 미군을 상대로 한국 노동자의 일당을 1달러에서 4달러로 4배 올려달라는 요구를 막무가내로 관철시킵니다. 해당 장면이 알고리즘을 타고 화제가 되며, 광고로 다시 패러디 된 것이죠. 

버커킹 광고(좌), 유튜버 벙커늘보(우)


처음 말씀드렸던 기사에 나온 가수 '윤하', 그리고 2011년 데뷔 이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21년 역주행에 성공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도 예전이라면 다시 재조명 받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SNS의 알고리즘은 시간은 신경쓰지 않고 그 사람이 관심 있을 것 같은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그렇게 새롭게 발굴된 잊힌 콘텐츠들은 신세대들에게 '새로움'으로 인식되며 주목받은 것이죠. 즉, 오래되면 잊힌다는 법칙도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4. 죽으면 사라지는가?


죽으면 사라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영생과 부활은 인간의 꿈이지만, 현재까지 이룬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은 죽은 사람도 다시 살아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2021년 SBS 프로그램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에서 고(古) 김광석 가수의 목소리로 노래 '보고싶다'를 불러 화제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절대로 불가능했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죠. 



또한 최근 상조기업 '프리드라이프'는 인공지능 전문기업 딥브레인AI와 제휴하여 고인(古人)을 딥러닝 기술로 재현한 서비스를 오픈했다고 합니다. 향후 지속적으로 AI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죽은 이들도 디지털 휴먼으로 가상공간에 살아가는 세상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죠. 


물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산 사람 입장에서 디지털 세계에 있는 AI가 고인의 생전 기억을 가지고 동일한 목소리와 동일한 얼굴로 존재한다면, 사실상 살아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결국 죽었지만, 사라지지 않는 세상이 오는 것입니다. 





기존에 인간의 시간은 선형으로 흘렀습니다. 그래서 시대의 흐름을 보며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라고 말했죠.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인간의 시간은 점차 비선형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장강의 앞물결이 뒷물결과 동등하게 갑니다. 아예 앞물결이 오히려 뒷물결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사라진 물결이 다시 솟구쳐 오르기도 하죠


'마셜 맥루언'의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에서 "인간의 모든 도구와 기술이 '미디어'이며, 미디어는 인간 감각의 확장이다"라고 말합니다.


노화예방, 인공지능 기술도 인간의 감각을 변화하게 만드는 '미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인간의 다른 감각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 변화를 다른 사람보다 한 발자국 먼저 통찰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미래를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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