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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Feb 18. 2023

'애들은 오지 마!' 노키즈존이 등장하게 된 진짜 이유

 


'노키즈존'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사회에 처음 등장한 시점은 '2014년'입니다. 언론 기사에 2014년 7월부터 노키즈존이 등장했으며, 소셜 데이터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비즈'를 통해 확인해도 동일시점에 등장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썸트렌드비즈



노키즈존이 등장한  한국일보 기사에는 어린아이들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봐서 노키즈존으로 바꿨다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트위터 ‘카페 옆 대나무 숲’ 등 카페 주인들의 온라인 모임에서는 ‘아이들이 카페 안에서 컵라면을 먹어 식겁했다’ ‘카페는 어린이집이 아니다’ 등 불만의 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한 달 전 운영하는 카페를 ‘노 키즈 존’으로 바꾼 임모(33ㆍ서울 연남동)씨는 “얼마 전 칭얼대는 아이 때문에 다른 손님들에게 항의를 받았다. 조용한 분위기가 깨지면 손님들이 줄어 주변 카페들도 ‘노 키즈 존’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키즈존은 아이를 겨냥하는 것 같지만, 사실 아이를 겨냥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는 당연히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것을 모르는 성인은 없습니다.

결국 문제의식의 핵심은 '마음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부모들이 적절히 통제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성인에게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아이에게 초점이 간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2014년'이었을까요?


A. 2014년에 합계출산율이 1.21명을 기록할 정도로 저출생이 심화되고, 사회적으로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아이의 행동을 무조건 옹호하는 몰지각한 부모가 늘어난 것일까요? 



출처 : 안전저널


B. 아니면 1997년 IMF 이후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경쟁이 치열해지니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것일까요? (2014년 기준 경제성장률 3.3%) 칭얼거리는 아이를 시끄럽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녀의 과잉보호 문제'는 2010년대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항상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과거 뉴스데이터를 볼 수 있는 '네이버뉴스 라이브러리'에 가면 바로 관련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즉, 자녀의 과잉보호 문제는 항상 있어왔습니다. 단지 2014년에 '노키즈존'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된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 있었던 트위터 트윗들을 살펴보면 특수한 매장의 경우 아이들이 출입할 수 없었던 정도입니다. 지금도 성인이 되어야 술집에서 술을 먹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출처 : 트위터



문제는 이렇게 '노키즈존'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확산되면서, 그 이전에는 없거나 적었던 노키즈존이 오히려 합당한 명분을 가지고 부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아예 노키즈존을 찾을 수 있는 '지도'가 네이버에 노키즈존을 검색하면 바로 나오고 있을 정도이죠.


해당 지도는 2017년에 처음 등장했는데, 관련 기사에 따르면 처음에는 전국 260개 지점이 노키즈존으로 등록됐는데, 2022년 5월 기준 440곳이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출처 : 한국갤럽



C. 여기서부터는 개인적인 추정인데, 저는 과거에도 '자녀의 과잉보호 문제'가 있었지만 2014년에 노키즈존이 등장한 이유를 '스마트폰의 확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2012년 1월 53%였다가 2014년 80%를 돌파합니다. 60대 이상의 인구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층의 손에 '개인화된 미디어 기기'가 쥐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공론화되지 못했던 사람들의 마음들이 뭉쳐서 공론화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옳은 것이든, 옳지 않은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말입니다.


'공공장소에서 피해를 주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은 부모들에 대한 불만'도  중 하나였습니다. 그 불만은 사회적으로 암암리에 뭉쳐지다가 2014년 '노키즈존'과 함께 수면 위로 부상했습니다. 그리고 전 사회적으로 노키즈존을 퍼뜨리며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정말 많은 것을 바뀌었습니다. 성착취 생태계가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악한 마음을 뭉칠 수 있게 한 스마트폰의 등장이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형제에게 공짜 치킨 준 홍대 치킨집 사장님에게 돈쭐을 내줄 정도로 선한 마음도 뭉치게 만들었습니다.

인디언 우화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에는 선한 늑대와 악한 늑대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선한 늑대와 악한 늑대 중 어떤 늑대가 이길까요? 바로 '내가 먹이를 주는 늑대'입니다. 

우리는 사람의 욕구를 뭉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폰의 명(明)과 암(暗)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빛이 어둠을 이길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사회가 어둠보다는 빛에 먹이를 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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