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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Feb 25. 2023

배달의민족 '2023 외식업트렌드' 리뷰

트렌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트렌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수많은 단체에서 트렌드를 발표합니다. 하나하나 보면 왜이리 트렌드가 많나 싶고, 예전에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겉으로 거창하게 보이는 트렌드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사람의 욕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단지 환경이 바뀌면서 다르게 표현되었을 뿐입니다. 조금더 심화되고, 다양하게 변형되며 다른 모습처럼 보이는 것이죠.

그러므로 트렌드보다, 트렌드가 나타난 이유를 봐야합니다. 과거와 비교해서 현재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래서 어떤 마음이 더 많아졌는지, 그래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트렌드가 나타난다고 세상에 통째로 변한 것이 아닙니다. 바뀌지 않은 부분이 더 큽니다. 단지 비중이 달라질 뿐이죠.

이번에는 '2023외식업트렌드'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흥미있는 인사이트가 되셨으면 합니다.


배달의민족과 서울대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가 함께 '2023외식업트렌드'를 발표했습니다. 총 7가지 키워드를 발표했습니다.


서울대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 김난도 교수님의 강의, 그리고 7가지 키워드마다 추가로 설명 페이지가 있어서 하나하나 살펴보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 제가 7가지 키워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출처 : 배민외식업광장




1. 금쪽같은 내 한끼 (Casual but special : my precious meal)

: 평소에는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면서도 동시에 한 끼는 제대로 먹고자 한다.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호텔빙수가 인기를 끈다.



2. 미션 EAT-파서블 (On a mission : Eat-possible)

: 게임에 익숙한 신세대들은 식사도 게임하듯이 즐긴다. 식사는 짜릿한 성취감을 주는 게임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식당을 예약하고, 맛집에서 줄을 몇시간씩 서며, 나만의 방식으로 조합하여 새로운 음식을 만든다.



3. 정답식사 (Need for a well-curated meal)

: 사람들은 '지금 이것을 먹어야 한다'며 정답을 말해주길 원한다. 전문가, 알바생, 사장님의 조언을 구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 메뉴를 찾는다.



4. 식부심(Confidence in eating)

: 음식에 대한 지식과 자신만의 식습관이 곧 나의 자부심이 된다. 민트, 맵부심 같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당당히 소개한다. 채식같이 개성 있는 식습관과 음식에 대한 지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5. 스토리다이닝(Every dish has its story)

: 음식의 맛은 이제 기본이다. 소비자에게 선택받으려면 맛뿐만 아니라 스토리와 맥락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음식이 이쁘거나 식당의 컨셉이 확실해야 한다.



6. 식사이클링(Power of food recycling)

: 음식을 먹을 때 환경까지 고려한다. 재활용이 용이한 주문방식을 생각하고, 남은 음식도 재해석해서 활용하며, 친환경 용기를 사용한다.



7. 친절 프리미엄(Time to show your kindness)

: 친절함이 프리미엄을 결정한다. 소비자의 온라인 후기에 친절하게 리뷰를 단다. 반복적인 업무는 로봇에게 맡기고, 사람은 손님을 정성껏 응대한다.




출처 : PIXABAY


그러면 왜 이런 7가지 트렌드가 생겨난 것일까요?
이를 위해서는 총 5가지 핵심요인에 대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7가지 트렌드는 5가지 요인이 조합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1. 환경 (Environment)
: 관련 트렌드 - 식부심, 식사이클링


환경은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 영원히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며 환경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을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제품과 서비스 구매에 있어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느는 것이죠.



2. 기술 (Technology)
: 관련 트렌드 - 금쪽같은 내 한끼, 친절 프리미엄


우리들의 삶은 기술의 발전으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식당에 '키오스크와 로봇이 등장하게 되었고, 배달의민족을 통해 굳이 식당에 가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금쪽같은 한끼를 먹을 수 있는 이유도 평소에 가성비 있게 먹을 수 있는 편의점 음식, 냉동음식의 질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식품기업들의 R&D투자로 제조기술, 냉동기술 등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친절함이 프리미엄이 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덕에 소비자는 편리함을 얻었지만 동시에 외로움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친절함의 가치가 부상을 한 것이죠.

그러므로 앞으로 트렌드를 해석할 때, 어떤 기술이 자신의 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주시하고, 또한 그 기술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봐야 합니다.

 

3. 경제 (Economy)
: 관련 트렌드 - 금쪽같은 내 한끼, 정답식사, 스토리다이닝, 식사이클링, 친절 프리미엄    


트렌드에 있어서 경제적 요인의 중요성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지만 핵심은 하나입니다. '풍요 속의 빈곤'이죠.

1) 우리는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광복 직후에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은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보릿고개가 있을 정도로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음식의 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음식이 있기라도 한 것이 중요했고, 당연히 음식을 대량공급하는 공급자의 힘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풍요로워졌습니다. 즉 '공급과잉'입니다. 외식업을 하는 수많은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밀키트, 배달, 편의점 등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에 '맛'은 기본이 되었고, 맛 이외의 요소들로 차별화를 해야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극도의 고급화(금쪽같은 내 한끼), 고유의 스토리와 컨셉(스토리다이닝), 환경(식사이클링), 친절함(친절 프리미엄)이 부상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과거처럼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니즈(need)에 따라서만 행동하지 않고, 스스로 취향에 따라 행동하는 원츠(wants)로 바뀌었습니다.

동시에 공급과잉이다 보니 소비자들은 선택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며 어려움은 더욱더 커졌습니다. 당연히 정답을 찾는 정답식사가 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항상 인터넷에 '맛집'을 검색하는 것도 정답을 찾는 행위이죠.

2)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빈곤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규모는 성장했지만 선진국형 경제구조로 변화며 저성장시대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 양극화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취업은 어려워지는데, 고용 안정성은 약화되며 정년을 빨라지고 있습니다. 해당 문제는 앞으로 지속되며 장기적으로 트렌드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좁혀봐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022년에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제불황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을 꿈꾸는 법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좋은 퀄리티의 식사를 찾게 됩니다. 금쪽같은 내 한끼가 뜬 이유죠.



4. SNS (Social networking service)
: 관련 트렌드 - 금쪽같은 내 한끼, 미션 EAT-파서블, 식부심 ,스토리다이닝


SNS의 등장 전후의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습니다. 변화는 정말 다양하지만 핵심 키워드는 '경험''연결' 두가지 입니다.

1) 경험의 과시재화

4차 산업혁명으로 예전에는 활용할 수 없었던 '데이터'가 새롭게 활용가능한 자원으로 등장했습니다.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SNS의 발달로 '경험'이 활용가능한 자원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오프라인에서 주로 활동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주된 수단이 '옷'이었습니다. 하지만 SNS에 자신의 경험을 손쉽게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음식'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소비자는 미각 이상의 가치를 원하게 됩니다.

고급스러운 음식을 찾는 것도(금쪽같은 내 한끼), 몇시간 동안 맛집에서 웨이팅을 하는 것도(미션 EAT-파서블), 이쁜 가게를 찾는 것도(스토리다이닝) 경험이 새로운 재화로 부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들이는 돈과 시간만 보면 비합리적인 행동이 경험이 추가되며 합리적인 행동이 된 것이죠.

2) 취향으로 연결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의 관계는 '학연', '지연', '혈연'이 핵심이었습니다. 많은 경우가 내가 선택했기보다는, 주어진 관계였습니다. 그 사람들이 나랑 맞는지는 그 이후의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SNS의 발달로 철저히 내 취향에 맞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능동적인 공동체가 탄생한 것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공동체는 크게 2가지 기능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인정 욕구의 추구입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선, 취향을 제대로 많이 아는 것이 인정받을 수 있는 길입니다. 그러므로 음식과 식생활이 나의 자부심이 되는 '식부심'이 뜨게 됩니다.

두번째. 연대의 강화입니다. 마이너한 취향을 추구하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군가 나랑 함께 한다면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존재입니다. 혼자사는 채식을 하기 힘들어도 SNS를 통해 누군가랑 같이 할 수 있게 되면 자극을 받아, 돈과 시간을 들여 방법을 찾게 됩니다. (식사이클링)


5. 개인화 (Personalization)
: 관련 트렌드 - 금쪽같은 내 한끼, 미션 EAT-파서블, 식사이클링


사회가 개인화되고 있습니다. 가치관에서도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있는데, 예전과 같은 4인 가구는 줄고 1~2인 가구가 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굳이 회사에서 일하지 않아도 다양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개인 SNS의 발달로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에 맞게 행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 자기중심적 소비 증가

이에 자신의 가치관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증가했습니다. 남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취향 속에서 인정을 추구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예전에는 명품이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이쁘다고 생각하는 명품을 삽니다.

같은 관점에서 자신만의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즐기는 '모디슈머'가 늘어나고(미션 EAT-파서블), 자신의 신념을 소비행위에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미닝아웃'이 증가하게 됩니다. (식사이클링) 예전에 식사의 주도권이 밥을 해주는 부모님에게 있었다면, 이제 개인에게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래서 밀키트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는 질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하나, 4인 가구처럼 식재료를 대량으로 사서 매 끼니마다 요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1~2인가구를 중심으로 재료가 다 준비되어 있어서, 시간이 될 때 간단히 요리하면 바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밀키트가 확산된 것이죠.

2) 개인의 원자화에 대한 반발

하지만 개인화로 인해 얻은 '자유'는 동시에 '고립과 외로움'으로 옵니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고, 고생한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평소에는 간단하게 먹더라도, 가끔씩 특별한 한 끼를 먹어야 하는 것이죠. 원자화된 사회에서 내 존재감을 회복하며 힐링하기 위해서입니다. (금쪽같은 내 한끼)

한끼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효율적인 행동입니다. 10점 식사를 10번하는 것과, 5점 식사를 9번하고 55점 식사를 1번하는 것은 총량이 동일합니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5점 식사에 속했던 편의점 도시락, 냉동식품의 질이 좋아져서 7~9점의 만족감을 주게 바뀌었습니다.



출처 : 배민외식업광장



마무리 하며


지금까지 2023 외식업 트렌드에서 말한 7가지 트렌드가 나올 수 있었던 5가지 요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트렌드가 나온 이유를 통해 다시 한번 7가지 트렌드를 살펴보면, 기존에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변화가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경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강조되었기에 '식사이클링'은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공급과잉으로 사람들이 항상 맛집을 찾아왔기에 '정답식사'도 마찬가지죠. 경쟁이 치열해지고 SNS가 발달하면서 '맛'이상의 가치(스토리다이닝, 친절 프리미엄)가 중요해진 것도 이미 있었던 일입니다.

나머지도 트렌드도 비슷합니다. '미션 EAT-파서블', '식부심' 같이 SNS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채널이 되었다는 점도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최근 경제 위기로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작은 사치를 하면서 '금쪽같은 내 한끼'가 등장했다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 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트렌드가 이미 예전부터 수없이 말한 이미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결국 실제 활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떤 트렌드가 나타났다는 것보다는 '그 트렌드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나타났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 트렌드가 식재료에 나타났다면 식재료를 친환경으로 바꾸면 됩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포장지, 주문방식까지 나아간다면 더 철저히 친환경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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