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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Mar 12. 2023

2022년 웹소설에서 이혼물 유행의 숨겨진 진실


인간의 욕망이 다양한 만큼, 웹소설에도 정말 다양한 소재가 있습니다. 최근에 화제가 된 회빙환, 즉 '회귀물', '빙의물', '환생물'도 최근에 유행하는 주요 웹소설 소재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혼이 하나의 소재가 된 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2022년 4월'입니다. 네이버에서 검색된 양을 알 수 있는 '네이버 데이터랩'과 소셜 데이터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비즈'에서 동일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데이터랩 / 썸트렌드 비즈



검색 결과를 보면 확인할 수 있지만 이혼물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소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4월쯤 갑자기 폭발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세상에 이혼물만 가득했습니다.


당시 가장 많이 리트윗 된 트위터 게시글을 보면 상황이 어땠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무료 웹소설 투데이 베스트 상위 10작 중에 8작이 이혼물이었죠. 



출처 : https://twitter.com/Chayunnn1020/status/1514266370175041548



당시 베스트에 오른 이혼물들의 소개글 몇 개만 봐도 '결혼에 대한 불신', '아내에 대한 분노', '새로운 시작에 대한 열망'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 이혼 후 코인 대박 

: 이혼 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 이혼 후 로또 1등 감독님

: 이혼하고 나서 로또 1등 200억 독식함


- 돌싱 후 대마법사

: 사랑하는 아내는 쓸모 없어진 내게 이혼을 요청했다. 내 아이가 아니라는 말과 함께. 돌싱이 된 나는 각성했다. 대마법사로.


웹소설은 사람들의 욕망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미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혼물이 유행할 당시에 실제로 이혼율이 높아진 것일까요? 재밌는 것은 통계적으로는 오히려 이혼율이 떨어지는 시기였다는 점입니다. 



출처 : 통계청



이 역설적인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코인대박, 로또 1등, 대마법사가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판타지였던 것처럼, 이혼물 웹소설에 열광하던 수많은 독자들에게 이혼도 사실상 판타지와 다름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추정을 반영한 것처럼, 이혼물에 대한 열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2022년대 초에 반짝 주목을 받은 이혼물은 누구보다 빠르게 주류에서 다시 밀려났죠. 그렇다면 2022년 이혼물의 유행은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했을까요?



 아니요. 단순히 그렇게 해석할 수 없습니다.



이혼물의 유행은 분명 일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혼물이 수많은 경쟁자들을 뚫고 한순간이라도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으려면 '우연'으로는 불가능합니다. 1~2개의 작품이 베스트에 올라가면 우연이지만, 8개의 작품이 올라가면 '필연'입니다. 


결국 이혼물이 유행할 수 있으려면, 그전에 사회의 변화가 무조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과거에는 유행하지 않았던 이혼물이 2022년에 유행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이혼물이 한순간이나마 대세가 될 수 있었을까요?



출처 : 썸트렌드비즈



소셜데이터분석서비스 썸트렌드비즈를 활용하여 '결혼'에 대해 감성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썸트렌드비즈 감성분석은 감성 연관어를 긍정/부정/중립으로 판별하여 감성 추이를 분석하는 서비스입니다.


결과를 보면 2017~2022년 동안 전부 결혼에 대한 긍정어 비율이 더 크게 나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특징적인 것이 있다면 연도별로 조금씩 긍정어/부정어 비율이 변화하더니 결국 2022년에 2017년과 비교하여 긍정어 비율은 약 10% 감소하고, 부정어 비율은 8%가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결혼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증가한 것입니다.



출처 : 썸트렌드비즈



왜 그런 것일까요? 


이에 심층분석을 진행했습니다. 2017년~2018년 '결혼'에 대해서 감성 연관어 분석을 진행하면 전부 긍정적인 단어(사랑, 예쁜, 축하, 행복)가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부정적 단어로는 고민, 이혼, 스트레스, 걱정이 공통적으로 눈에 띄지만 긍정적인 단어보다는 아래에 있습니다.



출처 : 썸트렌드비즈



2019년도 비슷합니다. '예쁜'과 '고민'의 순서가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단어가 상위권에 위치합니다. 그런데 2020년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혼'과 '고민'이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축하', '행복'이란 긍정적인 단어를 밀어내고 상위권에 위치했습니다. 특히 '이혼'은 더욱더 극적입니다. 2017년 9위, 2018년 9위, 2019년 7위를 기록했다가 2020년에 갑자기 2위가 됩니다. 



출처 : 썸트렌드비즈



2021년과 2022년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처럼 '이혼', '걱정' 키워드가 2등, 3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7~2019년과 비교해서 국민들의 결혼에 대한 감정이 2020~2022년에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2020년에 도대체 우리나라 사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바로,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우리나라 사회에 끼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우리의 생활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변화는 '비대면 사회'로 전환입니다. 



출처 :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며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각종 모임 및 야외행사는 무기한 연기되었으며, 휴일에도 외출을 하기보다는 집에서 쉬는 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그러자 당연히 가족끼리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상호 유대감과 행복을 늘리는데 도움을 줍니다. 문제는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적절한 거리감이 줄어들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거나 참고 넘겼던 단점들이 부각되고 오히려 다툴 일이 많아지게 됩니다.





물론 이혼율 통계를 보면 팬데믹 전후로 이혼율이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혼 생활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이 확대되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2020년부터 시작된 변화를 바탕으로 그동안은 등장하지 않았던 신조어인 '설거지론'과 '퐁퐁남'이 2021년에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22년에 '이혼물'이 유행했습니다. 나타나는 양상은 달랐지만, 결국 근본적인 이유는 동일했던 것입니다. 



출처 : 네이버 데이터 랩



<마무리하며>


코로나 이전에도 갈등은 항상 있었습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지만, 무조건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연도를 살펴보던 결혼에 대해 불만족하는 마음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그동안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습니다. 더 강렬한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퇴근하고 몇 시간 못 보는 아내에게 복수하는 것보다는, 사무실에서 매일같이 자신을 화나게 하는 상사에게 복수하는 것이 더 통쾌한 법이죠. 


하지만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은 수면 아래에 있던 부부 갈등을 위로 띄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매일 같이 보는 사람이 직장 동료가 아니라 배우자가 된 것이죠. 


그런데 회사사람과 달리 아내는 복수의 대상이기보다는 사랑의 대상입니다. 이혼물을 보면 순간적으로 시원할지는 몰라도, 결국 자신이 누구보다 아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살면서 순간적으로 화가 나고, 불만이 있을 수 있어도 내 가족입니다. 


그렇기에 이혼물이 순간적으로 유행은 할 수 있어도, 결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느 누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계속 복수하고 싶을까요. 그렇게 2022년에 반짝 웹소설에 유행한 이혼물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23년 초 기준 문피아 무료 웹소설 투데이 베스트를 보면 '이혼물'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한 가지 눈에 띄는 소설이 있네요. '내 아내가 돈을 잘 번다' 


출처 : 문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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