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빙환은 언제부터 유행했으며, 유행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회빙환(回憑還)! 회귀물, 빙의물, 환생물의 앞글자를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판타지, 무협, 게임, 로맨스 등 웹소설에는 다양한 소재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주인공이 시간이 되돌려 회귀하는 '회귀물', 다른 사람의 몸속에 빙의하는 '빙의물', 기억을 가진채 다시 태어나는 '환생물'이 웹소설을 볼 때마다 보이면서, 아예 새롭게 등장한 용어입니다.
실제로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회빙환'을 검색해 보면 2020년부터 '회빙환'이 쓰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회빙환이라고 통칭하지만, 사실 '회귀물' '빙의물' '환생물'은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소재였습니다.
그렇다면 '회빙환'이 최근 웹소설 소재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부터 사랑받아왔는데 최근에 주목받게 된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번 찾아보려고 합니다.
회빙환 키워드를 '회귀물', '빙의물', '환생물'로 나누어서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확인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해당 소재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회귀물 추천'이라는 식으로 검색을 하기 때문입니다.
검색 결과,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회빙환 소재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검색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그전에는 비슷했습니다.
회빙환을 각각 나눠서 네이버 데이터랩에 살펴보았습니다. 사실상 회빙환 소재의 가장 핵심적인 축은 '회귀물'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시간은 돌려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회귀 욕망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현실과 욕망의 괴리가 심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회빙환 트렌드가 많은 언론 기사를 통해 주목받았습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힘들어하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적어도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이전까지 회귀욕망은 비슷했습니다.
그러면 실제로도 그랬을까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비슷하게 '회빙환' 장르를 좋아하다가, 최근에 들어 관심이 폭증한 것이 맞을까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예전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지만 다행히 '2012년 3월 판타지/무협소설 권별 통합 대여순위', '2017년 문피아 웹소설 수익 Top 100', '2022년 기준 문피아 역대 판매량 랭킹 Top 100'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대여되고, 팔린 소설이라는 것은 그 시대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법입니다. 하지만 2012년 자료의 신뢰성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 각각 상위 20개를 기준으로 '회빙환' 소재 여부를 살펴보았습니다. 하나하나 보면서 최대한 신뢰성 있게 검증을 해보았습니다.
분석해 본 결과, 네이버 데이터랩의 결과랑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상위 20개 작품 중 2012년 기준 회빙환으로 분류된 작품은 9개였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는 8개였죠. 사실상 동일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기준 회빙환 작품은 15개로 폭증합니다. 심지어 대다수의 작품들이 상위 10개 안에 들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회빙환 소재가 과거에도 사랑받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아예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회빙환이 밀어낸 소재는 '성장물'입니다. 웹소설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은 대리만족입니다. 예전에는 현실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기연'을 얻어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는 '성장물'이 인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정도로 대리만족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기연을 얻었어도, 강해지는데 오래 걸리는 성장물은 더 이상 만족감을 주지 못합니다. 그건 답답한 '고구마'에 불과합니다.
사람들은 시원한 '사이다'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답안지'가 주어져야 합니다. 그 방법이 과거를 돌리거나(회귀), 아예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거나(환생), 내가 잘 아는 세상에 들어가는 것(빙의)인 것이죠.
이와 같은 변화는 2011~12년 베스트셀러와 2021년~2022년 베스트셀러를 비교해도 알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리고 더 좋은 세상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정의란 무엇인가', '안철수의 생각'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힐링하는 책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1개였습니다.
하지만 2020년대 초에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역행자'를 보면 팬데믹으로 인해 과열된 주식 시장에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절실히 나타납니다. 하지만 동시에 '딜러구트 꿈 백화점', '불편한 편의점'을 보면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힐링을 하며 쉬고 싶다는 마음이 함께 보입니다.
2010년대 우리들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 2020년대 우리들은 잘 살고 싶은데, 잘 살기 쉽지 않은 세상 속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는 유용한 기능이 있습니다. 바로 연령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회빙환 키워드를 가지고 연령별로 검색을 해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0~24세'까지로 연령 설정을 해서 검색해 보면 특별한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일정한 그래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50대'이상으로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유의미한 변화가 없습니다. 뒷부분이 늘어난 것 같아도, 50대 초반에서 약간 늘어난 정도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연령(25~49세)을 합산한 그래표는 완전히 다릅니다.
2022년 후반 '회빙환'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습니다. 45세~49세 연령층만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약했고 '25~29', '30~34', '35~39', '40~44' 전부 동일했습니다.
이 '25~44세' 연령층은 정확히 경제력이 있는 'MZ세대'와 겹칩니다. 2022년 기준 밀레니얼 세대의 시작점인 1980년생은 43세입니다. 그리고 Z세대의 시작점인 1995년생은 28살이죠.
즉, 회빙환 트렌드의 유행 원인은 명확합니다. 팬데믹으로 촉발된 MZ세대의 절망감이 회빙환을 통한 대리만족으로 표출된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양할 것입니다. 주식, 코인붐이 올 때 돈을 못 벌었다는 아쉬움, 돈을 잃어서 얻은 후회, 부자가 된 또래를 보며 느낀 상대적 박탈감 등등..
결국 시대가 달라진 것입니다.
웹소설 상위작품의 소재 변화, 베스트셀러의 변화 등등 각종 데이터가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