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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Jan 17. 2023

MZ세대 문해력 논란의 역사성과 트렌드


MZ세대의 문해력이 한창 논란이 되었습니다. 


'심심한 사과'라고 말하니 '사과를 그렇게 성의 없게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 '사흘'이라고 하니 '4일'로 안다. '금일까지 전달 주세요'라고 하니 '금요일'까지 준다 등등


논란이 커지자, 각종 언론사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루며 이슈가 더욱더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MZ세대가 진짜 문해력이 낮은 것일까요? 




출처 : 네이버 뉴스 'MZ세대 문해력' 검색 결과



들어가기 앞서, 논의를 분명히 하려면 MZ세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MZ세대에서 가장 젊은 연령층은 10대 후반이지만,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40대 초반입니다. 


이 모든 사람들에게 '문해력' 논란이 있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즉, MZ세대라고 부를 때, 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와 대비되는 '신세대를 상징하는 언어'로 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MZ세대를 신세대로 정의하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동아일보 1966년 9월 13일 기사



사실, MZ세대와 같이 신세대에 대한 '문해력' 논란은 굉장히 역사가 깊습니다. 예를 들어 1966년 9월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우등한 고등학생도 한자를 모른다'라고 문제의식을 제기했죠. 그 당시에는 신세대들이 한자를 모르는 것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1990년대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1990년 1월 한겨레 기사를 보면 신세대의 언어를 가지고 '언어교육'이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50~60세인 장년층도 언어적으로 지적을 받았던 것입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한겨레 1990년 1월 16일 기사



결국 이 문제는 '세대갈등'의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환경의 변화가 거의 없는 농경시대에서 벗어나 변화가 빠른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기성세대는 신세대의 가치관을 항상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합니다. 살아온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성세대는 신문, 책 등 텍스트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므로 기성세대는 MZ세대보다 책이나 신문에서 많이 나오는 단어에 익숙합니다. 문해력 논란이 되었던 '금일', '심심', '사흘'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MZ세대와 같은 신세대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이미지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므로 이미지 중심의 직관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며, 인터넷상에서 빠른 소통을 할 수 있는 '줄임말'과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신조어'를 사용합니다. 


요즘 등장한 신조어는 '완내스'(완전 내 스타일), '먹노매'(먹이를 노리는 매의눈) 등 다양합니다. 아마 기성세대는 대부분 모르는 단어일 것입니다. 그런데 '완내스', '먹노매'를 모른다고 '문해력 논란'이 일지는 않습니다. 양쪽이 처한 상황은 동일한데 말이죠. 





시대가 변화했습니다. 가족이 다 같이 거실에 모여서 TV를 보는 집단의 시대에는 모두가 같은 프로그램을, 같은 연예인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국민드라마와 국민 MC가 등장할 수 있었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개인화된 미디어 도구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빅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주는 'SNS'에서 활동을 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보는 유튜브 채널은 나랑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은 다 알지만, 관심사가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릅니다. 


즉, 집단의 시대에는 같은 미디어 환경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같은 단어를 사용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초개인화 시대에는 모두 다른 미디어 환경에 있기에, 서로 다른 단어를 아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므로 MZ세대가 '심심한 사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기성세대가 '먹노매'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MZ세대의 문해력은 문제가 될 일이 아닌데, 각종 미디어를 통해 '문제화'된 것입니다. MZ세대도 입시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쳤습니다. 몇 가지 단어를 모를 수는 있어도 결코 문해력이 문제가 될 일이 없습니다. 실제로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 중 20~30대의 문해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합니다. 


요즘 각종 미디어에서 MZ세대는 '극단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개념 없는 사람으로 말이죠. 이런 MZ세대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이번 문해력 논란의 근본적인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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