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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Jan 27. 2023

뉴진스 뮤비 논란에서 보는 온라인 공간의 속성


뉴진스의 신곡 'OMG 뮤직비디오'에서 쿠키영상 10초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로 스스로를 착각한 '민지'가 악플러에게 '가자'라고 말한 내용이 '팬을 정신병동에 갈 정신질환자로 말했다'는 것이죠.

'가자'가 어떤 의미인지는 개인의 해석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논란이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터넷 상에 만연한 '악플' 때문입니다. 악플이 없었다면 애당초 해석이 논란이 될 일이 없었습니다.



출처 : 뉴진스 omg 뮤직비디오



대중의 관심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연예인'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공격을 받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악플로 인해 '최진실', '설리', '구하라' 등 많은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인터넷에는 왜 이렇게 '악플'이 많은 것일까요? 이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인간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인간의 본성에 내제된 '공격성'


인간은 평화를 사랑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전쟁을 일으키는 공격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개개인이 가진 공격성을 제도적 틀 안에서 억제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욕구대로 행동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되기 때문이죠.

사람이 다른 사람을 '때리고 싶어도' 때리지 않는 이유는 악한 본성을 억제하는 선한 마음도 있지만, 동시에 굉장한 불이익이 올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사람을 폭행하면 형법 제260조 1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죠.



출처 : eyesmag (아르헨티나, 월드컵 우승 기념 공휴일을 지정했다)



인간의 공격성을 발휘해 해소시키는 '스포츠'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억제한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먹지 말라고 해서 평생 먹지 않을 사람은 없고, 자지 말라고해서 평생 자지 않을 사람도 없습니다. 어떻게든 먹을 방법, 잘 방법을 찾아냅니다.

공격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격성을 제도적으로 억제한다고 해도, 공격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억제하면, 참다참다 못해 폭발해서 더 큰 범죄가 일어날 것입니다. 즉,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것이죠.

그래서 인간 사회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간의 공격 본능을 해소해 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 '스포츠'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 내가 속한 나라에 '내집단' 의식을 느끼며, 내집단과 외집단의 투쟁 과정 속에서 공격 본능을 건전하게 해소하는 것입니다.



출처 : PIXABAY



인간의 공격성이 표출되게 하는 온라인 공간의 속성


현대사회에서는 '스포츠'외에 인간의 공격성을 해소하는 공간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세계는 현실의 오프라인 세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세계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수직적'입니다. 예를 들어, 대학교 교수님의 말은 교수라는 이유로 사실관계랑 상관없이 학생의 말보다 더 높은 신뢰성을 가집니다. 하지만 온라인 세계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수평적'입니다. 그래서 네티즌 A와 B가 된 교수와 학생은 계급장을 뗴고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합니다.

문제는 '관계는 수평적'이 되었는데, 관계의 밀도는 오프라인 세계보다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인간은  다른 인간을 뜨거운 심장과 감정을 가진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기호로 인식합니다. 나와의 거리가 멀어지니, 배려심, 이해심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온라인 공간에서는 오프라인 공간과 달리 나보다 많은 권력을 가진 존재가 없으니 자유롭게 행동합니다. 그런데 나와는 딱히 관련없게 느껴지니 마음껏 공격성을 표출하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연예인에게 악플을 다는 사람들 중 절대 다수가 실제로 연예인을 눈 앞에서 보고 이야기하고 있다면 인터넷에서 하듯 욕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은 돌맹이 같이 자신이 감정을 이입할 수 없는 나와 다른 존재에게는 공감하지 않지만, 자신과 같은 존재에게는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PIXABAY



온라인 공간에서 표출된 공격 본능의 부작용을 해결할 방법이 필요


즉, 온라인 공간은 현실에서 표출되기 힘든 인간의 공격 본능을 해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른 사람을 공격해서 고통스럽게 하고자 하는 악플이 수없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죠. 

온라인 공간이 하고 있는 기능적 역할을 볼 때, 악플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인터넷 상에서 발생하는 극단적 충돌은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충돌을 일정부분 억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어떻게 관리하냐'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첫째, 온라인 공간의 구조를 개혁하는 것입니다. 온라인 관계에 오프라인 관계를 일정부분 입히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들 수 있지만, 자칫하면 익명으로 인한 순기능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많을 것입니다.

두번째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면 혹시 돈이 모자란건 아닌지 확인해라'라는 웃픈 말에서 착안해보면 '처벌을 해도 악플이 사라지지 않다면, 혹시 처벌이 모자란 것이 아닌지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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