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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Feb 01. 2023

오 필승 코리아부터 중꺾마까지, 월드컵 속의 패러다임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말은 '오! 필승 코리아'였습니다.

월드컵에서 단 1승도 하지 못했던 나라가 개최국이 되면서 이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반드시 필(必), 이길 승(勝) 이기지 못한다면 과정은 '무의미'한 것이었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그런데 이기는 것을 넘어서 4강 신화를 이룩했습니다. 문제는 너무 크게 꿈을 이루어버렸기에, 그 그림자도 짙어졌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죠.


16강을 가지 못하면 실패한 월드컵이 되었습니다. 2010년을 제외하고 2006년, 2014년은 실패한 해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 월드컵은 달랐습니다.



출처 : mbc 유튜브



2018년 월드컵을 상징하는 말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일 것입니다. 2018년에도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은 16강에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실패한 월드컵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세계 1위 독일을 무너뜨리고, 독일을 16강에서 같이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탈락이지만, 과정이 좋았기에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출처 : KFATV_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튜브



2022년 월드컵을 상징하는 말은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1무 1패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고 축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추가시간에 기적적으로 골을 넣으며 16강에 올라갔습니다. 만일 중간에 포기했다면 결코 이룰 수 없었던 기적이었죠. 


오 필승 코리아(2002년) -> 졌잘싸(2018년) -> 중꺾마(2022년)


상징하는 단어를 보면 굉장히 의미심장합니다. '오 필승 코리아'는 철저히 결과 중심입니다. 절대 져서는 안 됩니다. 오 필승 코리아의 세계관에서는 승자만이 가치 있습니다.

하지만 '졌잘싸'는 좀 더 과정을 보고 있습니다. 비록 졌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했으면 괜찮기 때문입니다. 졌잘싸의 세계관에서도 승자가 가치 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싸운 패자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꺾마'는 철저히 '과정'을 보고 있습니다. '이기든, 지든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꺾마의 세계관에서는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하지만 '중꺾마'가 가진 아름다운 의미와 달리, 실제 현실에서는 그러지 않습니다. 


올해 중꺾마가 상징하는 존재는 2022년 롤드컵을 우승한 DRX 프로게임단의 '데프트' 선수,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그리고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리오넬 메시' 선수.. 모두가 '승리자'입니다.


'중꺾마'는 데프트 선수에 밀려 패배한 '페이커 선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밀려 탈락한 '우루과이 대표팀', 그리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패배한 프랑스 대표팀의 '킬리안 음바페'선수를 보지 않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중꺾마'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마침내 '승리'해야만 의미를 가진다면, 사실상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결국 결과지상주의, 승패 이데올로기 사회의 연장선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졌잘싸'가 나을 것입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우승을 하며, 리오넬 메시가 'GOAT'으로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축구선수가 열심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승자는 축하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설사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모든 선수가 박수를 받는 세상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꺾마'라는 단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상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정상에 오른 선수들에게 쓰였지만, 앞으로는 비록 졌더라고 해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사용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세상이 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패배했다고 죄인취급받는 것이 아닌, 고생했다고 칭찬받을 수 있는 사회. 그래서 스포츠 대회가 '모두의 승리'가 될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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