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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May 24. 2023

고령화 사회에 등장할 트렌드 3가지(2) 디지털 자서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던 새로운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항상 소수였던 노인이 다수가 되는 첫 세상인 '실버 시대'가 오는 것이죠. 길을 걸으면 대다수가 노인인 시대, 청년들은 특정 장소에만 보이는 사회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노인인구 비중이 50%가 넘어갈 것으로 예측되는 2065년 경의 노인들이 바로 현재의 MZ세대입니다. 그리고 평균 약 70만 명이 태어난 MZ세대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 세대 중 하나가 출생률 0.78명을 기록한 2022년생 25만 명입니다. 


어떻게 보면 절망스러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MZ세대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노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MZ세대는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AI와 로봇이 대중화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MZ세대가 가져올 실버 시대의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여기에 관련하여 저번에 올린 '먼 미래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트렌드 3가지(1)'에 이은 두 번째 주제인 '디지털 자서전'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dokjin777&logNo=220166287329



예전에 아이가 있는 집이면 거의 무조건 있는 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세계의 유명한 사람들의 인생을 담은 '위인전'이었습니다. 


위인전을 사는 이유는 자라는 내 아이가 커서 위인들처럼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위인들 정도 되어야 '돌아볼만한 인생'이었던 것입니다. 


그동안의 세상의 주인공은 평범한 개인들이 아닌 소수의 영웅들이었습니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였습니다. 그리고 그 승자는 자기의 입맛대로 패자의 기록을 왜곡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승자'와 '패자'의 이야기 속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민중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유명한 역사소설 삼국지를 봐도 주인공은 '유비' '조조' '손권' 등 영웅들이지, 그들의 세력다툼에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도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의 행복보다는 자신을 바쳐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1980년 8월 15일 조선일보 기사 '사리 떠나 국가발전 기여할 때'에 나온 최규하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우리나라의 집단주의 이데올로기가 바로 드러납니다. 


'이제 우리 국민 모두가 허심탄회하게 스스로를 반성하여 사사로운 이해나 소이를 떠나, 모든 위화의 잔재를 깨끗이 청산하고 심기일전하여 각자 맡은 바 직분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국가발전에 기여할 때'


이런 집단주의 정신은 2000년대까지 유지되었습니다. 2007년까지 유지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였습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야 했죠.





하지만 지금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로 순화되었습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문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집단보다 개인을 우선하신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새롭게 사회에 진출한 청년세대의 가치관이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미디어의 주인공은 '연예인'이었고,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결혼했어요'(우결) 같은 연예인의 가상 결혼 프로그램이 인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시청자들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나오는 '나는 솔로' 같은 결혼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SNS의 인플루언서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빠니보틀', '곽튜브' 등 유명 여행 유튜버들이 아예 TV 프로그램으로 역수출되기도 하였죠. 


즉, 지금의 MZ세대는 삶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세대입니다. 너도나도 '바디 프로필' 사진을 찍었던 이유도, 자기애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MZ세대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행동을 할까요? 그저 죽어가기만을 할까요? 




그것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담은 책이나 영상 같은 '디지털 자서전'을 만드는 트렌드가 확산될 것입니다. 


앞선 언급한 것처럼, 개인주의 가치관의 화산으로 자기 자신의 삶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위인의 삶만 의미가 있는가? 아니 나의 삶도 의미가 있다"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자신의 글을 모아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전문가들만이 가능한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브런치 스토리 등 글쓰기 플랫폼을 통한 출판, 자가 출판, E-BOOK 제작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상 제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숏폼 콘텐츠가 확산되고, 영상 편집 앱들이 대중화되며 제작의 난이도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은 신세대로 갈수록 스스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삶에 대한 기록이 일상화된 것도 '디지털 자서전' 트렌드를 뒷받침해 줍니다. 


베이비붐 세대만 해도 사진기가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어린 시절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인생을 돌아보고 싶어도 기록이 남는 것이 없으니, 불확실한 기억에 의존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매일매일 수많은 영상과 사진이 스마트폰에 저장되고, 디지털 세계에 업로드됩니다. 심지어 밀레니얼 세대의 자녀인 '알파 세대'들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인생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되고 있는 상황이죠.


즉, MZ세대가 노인이 되어서 젊은 시절이 기억이 안 나게 된다고 해도,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들이 디지털 공간 및 미디어 기기에 남아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실 간단한 논리적 흐름입니다. 자신을 중요시하는 MZ세대는 자신의 살아가는 삶을 자신의 공간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자신이 죽어갈 때도 MZ세대는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 결과물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디지털 자서전인 것이죠. 자서전이라고 표현했지만 글의 모습을 띌 수도 있고, 영상의 모습을 띌 수도 있으며, 아니면 지금은 보편화되지 않은 메타버스에 자기 자신을 구현한 모습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동안 개인의 회고록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위에 말씀드린 집단주의 문화, 개인 기록의 부족 등 요인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자신의 피를 이은 후손에 의해 영생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었기에 그 필요성은 못 느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자서전' 트렌드는 저출생 시대에, 후손을 통해 기억될 수 없는 MZ세대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완결 짓게 되는 서글픈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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