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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부엉이 J Dec 26. 2018

제 사고의 틀을 이루는 가치관 '중용'

제 사고의 틀을 이루는 이론을 한 단어로 말하면 ‘중용’입니다. 중용은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것, 즉 상황에 맞게 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용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나 ‘행동’이 아니라 ‘맥락’과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강도를 만나 위험에 처한 사람을 목격했습니다. 우리는 강도에 맞서 사람을 도와줄 수도,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용의 관점에서는 사건 현장을 외면하고 도망갈 수도 있고, 심지어 강도에 협력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그 상황 속에서 그 사람을 구할 수 있게 한다면 말입니다. 

이런 개념은 저의 가치관을 이루는 기본적인 틀로 확대되었습니다. 칸트와 같은 자유주의자에게는 ‘사람을 죽이지 마라’ ‘도둑질을 하지 마라.’ 등 절대적으로 옳은 행동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 정언 명령에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규정의 존재 이유를 묻습니다. 


[인간 사회는 살인을 죄악으로 여기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절대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하면서 전쟁에서는 사람을 죽인다. 전쟁에서 다른 나라 군인을 죽이지 말라고 하는 국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어떤’ 살인은 용인되고, ‘어떤’ 살인은 용인되지 않는 것이다. 그 기준은 대체로 사회의 질서 유지다] 


결국, 살인은 부정의 하지 않습니다. 옳지 않게 ‘된’ 것이고, 옳지 않게 ‘여겨야만’ 한 것입니다. 유발 하라리가 저서 ‘사피엔스’에서 말한 ‘상상 속의 질서’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속에 있는 ‘상상 속의 질서’를 간파하고, 세상을 읽어야 합니다. 


물론 절대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방식은 마땅히 존재해야 하는 방식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가치관은 ‘인간이 어떻게 사는가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는 분명히 다른 문제이다. 언제나 선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선량하지 않은 사람에게 둘러싸야 몰락한다’라는 마키아벨리의 가치관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절대성이 존재하지 않기에 쉽게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기에, 오히려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고,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인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 그러면 살인을 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근대가 끝날 때 쇼펜하우어의 허무주의가 등장했듯, 저도 허무주의에 빠졌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유였습니다. 삶을 진정하게 사는 것을 막는 거짓된 우상을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짜라투스트라와 같이 스스로부터 시작하는 극복의 삶을 살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중용적 가치관은 도덕을 모르는 사이코패스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정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다는 허무주의를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세상을 최대한 편견 없이 똑바로 읽기 위해서, 그럼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카이사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무리 나쁜 결과로 끝난 일이라 해도, 애초에 그 일을 시작한 동기는 선의였다.’ 중요한 것은 선의를 가지고 행동하면서 정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 적절한 수단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상보다는 현실을 강조한 마키아벨리가 ‘군주는 자신에게 닥친 포르투나(운명)를 비르투(역량)로 극복하면서 네체시타(시대정신)를 염두에 두고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그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민주주의는 옳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정의로운 제도가 아닌 결국 소수보다 다수의 힘이 강해서 존재하게 된 제도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은 소수의 힘이 다수의 힘을 능가하는 것, 혹은 다수의 힘이 분열하는 것이므로 그런 시도를 막아야 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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