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44]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 네이버 뉴스
"문득 조금만 거리를 두었으면 더 좋았을 사람과 너무 거리를 두어 멀어졌던 사람들 모두가 떠올랐다. 어느 정도의 거리가 적당한 걸까. 거리 조절의 실패는 관계의 실패로 이어질 때가 많다. 동화 '고슴도치의 소원'에는 가까워지면 아프고 멀어지면 얼어 죽는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이야기하며 이 문제를 "외롭지만 혼자이고 싶고,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인해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이혼율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혼을 결정한 부부는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균열이 있었을 것입니다. 부부 사이의 문제를 '서로 같지 있지 않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봉합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번에 터진 것일 겁니다.
그들은 서로 한 때는 사랑하는 사랑이었고, 함께하면 행복했을 것입니다. 그 사람과의 행복을 믿었기에 결혼을 결심했겠죠. 사람들이 농담처럼 결혼은 지옥이라고 하지만, 자신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오만일 뿐이었죠. 결국 같았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가 낯설고 그러기에 설레고, 같이 해본 것도 적고 그러기에 재밌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가 익숙해지고 그러니 마냥 편하게 대하고, 같이 해본 것도 많아져서 새롭게 할 것도 없어졌겠죠. 상호 교집합이 줄어드니 할 말이 없어집니다.
서로 할 말이 없어진 부부에게 유일한 연결고리는 TV와 자식이 됩니다. TV가 켜져있지 않으면 정적이 가득한 집안, 서로 마주 보지 않고 TV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부부. TV가 소리쳐야 공통 관심사가 생기는 부부. 자식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기에 자식이 독립하면 황혼이혼이 증가합니다.
분명히 멋진 사람이었는데 왜 저런 모양일까 생각할 것입니다. 그 사람은 똑같습니다. 단지 상황이 변했을 뿐입니다. 회사든 동아리든 학교든 거기서 멋진 모습은 그 시간과 공간에서만 그런 것입니다. 시간은 흘렀고, 공간은 집으로 변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춰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은 그럴 의지가 없고, 사실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호 편안하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했습니다. 상대방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무언가를 소비하는 활동을 넘어 함께 교감하며 성장하는 활동을 해야 했습니다. 돈을 들여 새로운 장소를 가고, 새로운 물건을 사는 것은 결국 한계에 부딪치기 때문입니다. 안 가본 곳은 없어지고, 모든 물건을 살 수 없습니다. 결국 소비하는 함께함이 아니라, 취미를 같이하는 등 성장하는 함께함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는데, 그저 가만히 있었고 그 결과는 지루함, 지긋지긋한, 권태로움만 가득한.. 타인보다 못한 동거인이 된 것이죠. 결국 관계가 장기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은 지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기 보다는, 끊임없이 상황에 맞춰 스스로를 변화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