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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Sep 23. 2015

#2-페루 리마에서 태국 방콕까지

이국땅에서 친구 만나는 즐거움#2 - 기후변화아카데미 김윤혜

김윤혜. 

위 사진에서 나타나듯이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갓 학부를 졸업한 따끈따끈  사회 초년생이다. 윤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녀만큼 활짝 방긋 웃는 사람은 한국의 성인남녀 가운데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톡 건드리면 꺄르르르 웃는 여중고생들처럼 (교생실습 때도 느꼈지만, 이 질풍노도 시기 학생들은 머가 그리 즐거운지 늘 해맑다) 그 정도로 밝게 웃는다.

 


윤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국회 기후변화포럼에서 주관한 2014년 기후변화 아카데미다. 나는 군 의무복무를 공식적으로 마감한 31살 그 해 여름, 20대 초중반의 대학(원)생으로 가득했던 이 교육을 참여했다.


오잉. 31살에 어떻게 이런 활동 참석 가능했을까.


군에서 제공하는 교육혜택.

근무 후의 시간을 이용해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에 학사편입(이미 학사 졸업한 사람이 타 대학 3학년으로 편입하는 제도)을 했다. 하지만 군 복무  중간중간 연속된 휴학으로 졸업을 아직 못한 상태. 슬펐다.


그런데 덕분에  윤혜같은 푸릇푸릇한 20대 대학(원)생들과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역시 인간지사 새옹지마다. 그리고 약 7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 가운데 윤혜와는 같은 조에 배정되었기에, 그 인연은 더 각별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런데 맙소사. 

이 아카데미 과정의 가장 달콤한 결실이었던 페루 리마 UN 기후변화협약 참관단에 같은 조였던 윤혜와 내가 당첨. 우리의 연은 2014년 12월 남미 대륙에서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한 번도 발 디뎌보지 못한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지구 환경 협약 가운데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은 '기후변화협약장'에 윤혜와 나는 짐을 바리바리 싸서 날아갔다. 재미 난 사실은 10명을 살짝 상회하는 작은 규모의 대학(원)생 참관단임에도 불구하고 남/녀 대표가 존재했다는 점이고, 그 당사자가 윤혜와 나였다는 것이다. 


윤혜는 어리지만 단단한 내공을 지녔기에, 나는 단지 남자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았기에, 한국사회에서 장을 선발할 때의 공식이 이곳에서도 변함없이 적용됐다. 



같이 먹었던 세비체가 몇 그릇이며, 쿠스케냐가 몇 캔이던가. 누군가와 같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즐겁다. 그렇게 우리는 페루에서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여행은 길 위의 학교다. 배울 수 있다.
내가 속한 지역에서 벗어남으로써  그동안 못했던 활동을 하게 되고, 그 과정을 누군가와 같이 공유할 수 있다. 덕분에 자유로운 생활에서 다시 고군분투의 현장으로 들어가서 잠시 쉬고 싶을 때 이 추억은 큰 위로가 된다.


 한국에서 옹기종기 만나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들. 페루 리마는 그렇게 내 곁에 사람을 남겨줬다.  




 윤혜는 내 인턴 근무지에 첫 방문한 손님이다.
점심시간에 맞춰 방문해준 윤혜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새로 온 인턴을 안내하듯 몇몇 장소로 데려간다. 본 건물에서 가장 큰 회의장(ESCAP HALL)과 기념품점을 들렀고, 점심은 윤혜가 마음에 들어한 인터칸틴(International Canteen)에서 점심을 먹고, 식후 커피를 위해 정원 카페를 찍었다.


태국 근무지는 정말 좋다. 손님을 초대하기도 안성맞춤이다.


6시 남짓한 퇴근 후 저녁 시간, 

영국 BBC 방송에 소개되었고, 내가 극찬해마지않는 태국 전통 음식 '팟타이'집인 Thip Samai(팁사마이)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현재 거주하는 라차담논 콘도에서 자전거로 7분 거리에 위치한 곳이기에 종종 퇴근 후 처묵처묵하는 맛집이다.

이곳에는 윤혜와 함께 태국 여행 중인 김지은양도 참석했다. 유유상종이라고 한다.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친구가 있다는데, 이 친구도 곱다. 그렇게 착한 사람 두 명과 야무지게 식사를 한다.



역시 음식을 먹을 때 분위기가 적어도 2할 이상은 차지한다. 

혼자 먹는 팟타이보다 둘이서, 셋이서 먹을 때 그 맛이 배가 된다. 그리고 이곳 코코넛 주스, 그 달착지근하며 목 안에서 사르르 녹는 황홀감을 이 여행객들에게 소개한다. 물끄러미  반응을 기다린다. 역시 생각만큼 성공적이다.


소소한 코코넛 주스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도 행복해진다. 이것은 아빠의 마음.



퇴근 후 바로 왔기에 복장을 편하게 갈아 입어야 한다.

다음 목적지는 배낭여행객들의 천국, 카오산로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대신 그 빈 시간을 아빠의 마음 제 2탄으로 채워줬다.


 디저트 맛집을 소개한 채 윤혜와 지은이에게서 잠시 이탈했다. 이곳은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는 '몬티 토스트(Mont Nomsod)'가게다. 또 다른 맛집인데, 내가 배가 출출할 때 역시 자전거 타고 들르는 곳이다.


그 당시 토스트 후기 카톡을 소개하자면,


주영 : 어때? 짱이지? 맘에 듦?ㅋㅋ
윤혜 : 완전 대박 (개 눈 하트 5마리), 진짜 맛있어!! 짱짱임
주영 : 굿굿. 거기서 기다려ㅋ 가고 있응께ㅋ
윤혜 : 아 우리 나왔어 ㅋㅋㅋ, 카오산으로 갈까?


몬티 토스트는 이곳 카오산 로드 근처에만 있는 곳이 아니다. 시내 스쿰빗, 아속 쪽에도 있으니 검색하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인다면 그 달콤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페루의 사막 오아시스 마을 이카-ica-에서


친구를 안내할 때의 변수. 등골 서늘하게 만드는 그 아찔한 변수.

카오산 로드 바로 앞에는 왓 차나 쏭크람(Wat Chana Songkhram)이라는 사원이 위치해있다. 이 사원 내부를 지름길로 이용할 수 있는데, 아뿔싸 저녁에는 이용 불가하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어두컴컴한 사원 내부에서 미로처럼  30분가량 헤매게 된 것이다. 이 두 명의 손님은 오전부터 계속 걸어 다니며 여행한 상태였기에 이 예기치 않은 방황은 고문이었을 것이다.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 초대하기로 했으면 확실하게 의전(protocol)을 했어야 했는데, 카오산 주민 시골쥐 김주영의 이름에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오빠의 어설픔을 너그러이 용서하길 바라며.


*태국 관광청 제공 가이드북(p.88) 

 : 본 사원은 카오산 지역의 지를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경찰서 건너편에 위치했다. 사원 내부를 통해 후문으로 길이 연결돼 있어 낮 시간에는 지름길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원에는 큰 볼거리는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하나. 

목마른 이들의 목을 축일 수 있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펍으로의 안내. 이곳은 물담배, 포켓볼이 가능한 장소다. 따라서 많은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쉼터다. 늘 관광객들로 북적한 곳에 우리 한국인 3명은 이야기 꽃을 피운다.


사실 윤혜를 포함한 페루 팀원에게는 내 모습의 반쪽만 보여줬다. 가장 연장자로서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책임감과 한국사회에서 내 나이대 사람에게 응당 요구하는 진중함이 내 남은 반쪽을 끄집어내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절제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여긴 나 홀로 태국. 그동안 스스로 뫼었던 고삐를 살짝 풀어도 된다.
그래서 윤혜가  놀란듯하다. 평소 알던 오빠 아닌 사람. 그래도 변함없이 예전 오빠에게 맞장구 쳐주던 윤혜는 여전히 나에게 맞장구를 쳐준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향후 내가 무엇을 어떤 것을 하던 간에 윤혜가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것. 그걸 믿었기에 평소보다 솔직한 얘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눴던 시간.


우리는 가끔 친한 친구들끼리 여행을 갔다가 크게 다투고 왔다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평소에 알던 그(녀)가 아니었기 때문은 아닐까.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기존의 나를 잠시 내려두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을 때, 이것을 숨겨야 되나, 그대로  노출시켜야 하나? 


그 이질감이 여행 다툼의 서막일 수도...

그래서 다툰다면? 서로에게 서운해진다면... 그렇다면 이를 차라리 즐겨보는 것은 어떨는지. 우리 속에 꼭꼭 숨어있는 가면이 나타날 때의 당혹감, 하지만 그것조차 즐거워지는 것이 여행이니깐.


지은이는 윤혜의 학부 친구다. 

평소 알고 지내던 윤혜가 방콕 여행에 동반자로 삼은 절친 중의 절친. 어색해하고 쑥스러워하는 지은이는 내게는 친구의 친구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윤혜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두 낯선 이들이 눈빛을 교환하고, 단어를 섞으며, 추억을 공유한다. 그래서 친구의 친구지만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

깊이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 찰나의 사람 사귀는 즐거움. 단지 이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여행하는 방랑객들도 꽤 있다. 그리고 나만큼 지은이도 이 시간을 즐거워했기를.

윤혜가 이곳에 와줘서 감사하다. 

이곳에서 나눴던 많은 대화들이 며칠이 흐르니 벌써 아련한 추억으로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게 되었다. 태국 코 창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나중에 게스트하우스까지 차리고 싶다던 윤혜와 석사과정 마무리 중인 지은이는 다시 한국에서 바쁜 생활로 돌아갔다. 


시간 참 빨리 가는 그 곳에서 우리가 털 수 있는 추억거리가 페루에 이어 하나 더 생겼다는 점에 이번 만남이 더 소중해졌다. 향후 재회할 때 더 강하고 자극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겠다.


조만간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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