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땅에서의 즐거움#5-예비 (회계직) 공무원 김성훈
Smart Editor™ WYSIWYG Mode
공군사관후보생(장교) 기본군사훈련 시절에 알게 된 김성훈(29살, 1987년생), 후보생 가운데 오로지 "가점"을 받기 위해 선발된 '댄스팀' 소속으로 같이 활동했으며, 종종 종참(종교 참석)에서 신앙을 교류한 동생님이다.
성훈이처럼 건실(많은 의미를 포함하는)하고 믿음 좋은 청년은, 내 인생 가운데 그리 많이 만나본 적이 없다.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을 손에 굳이 꼽자면, 채민이(장교 동기)와 대중이(대학교 룸메) 그리고, 카타르에서 선교 활동하시는 성진이 형(고등학생 시절 출석교회 형님) 정도.
일단 비슷한 이미지의 지인들을 생각해봤는데 3명이나 있다. 다행이다.
성훈이 불알친구인 창훈 씨가 태국 출장을 왔다. 소속 이사님과 그분의 두 아들도 함께. 그래서 성훈이가 두 명의 아이들을 보살피는 조건으로 "공짜 여행"을 오게 됐다고 한다. 다행히도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성훈 수험생에게 잠시나마 한 숨 돌리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는 "좋은 친구(이창훈)"를 둔 덕분에 찾아온 것 같다.
하나님께서 적절한 타이밍에 성훈이를 잘 인도해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축복받은 녀석 같으니. 캐부럽.
어쨌든 태국 방콕 오기 전, 현지인 advantage를 누리고자 성훈이는 오래간만에 내게 연락을 줬고, 나는 또 다른 지인이 온다는 소식에 덩달아 마음이 들떴다. 평소 따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보기 힘든 지인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게다가 창훈 씨라는 좋은 사람을 새로이 알게 된 것. 내가 착한 사람을 알아갈 때 정말 좋다. 그들의 좋은 기운을 받아 순화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 근주자적이다.
이 그룹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방콕에 체류했는데 성훈이는 오전부터 밤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구경시키는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창훈 씨는 이사님을 모시고 회사 제품 전시장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는데, 매일 저녁과 주말에는 의전(이사님 가족과의 여행) 업무를 맡았기에 상당히 바빠 보였다. 역시 돈 버는 일은 어느 직장이나 쉽지 않다. 그래도 해군 장교로 제대한 (사령관까지 모셨던) 부관 출신인 창훈 씨에게는 이 정도는 아주 가벼운 업무일 듯. 오호. 생각해보니 해/공군 제대 장교 3명이 만난 것이다. 육군과 병사 제대가 대부분인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흔치 않은 장면이다. Yay~
본 일정 가운데 이사님과 두 아드님이 유엔 에스캅에 잠깐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어린 꼬마들이 국제기구를 한 번 와 보는 것. 과연 이 경험이 얼마나 이들 삶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나도 누군가의 아버지가 됐을 때, '이 세상에 이런 데도 있단다'라고 최대한 많이 구경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나이에 해외여행(+유엔 구경)을 할 수 있는 복 받은 두 꼬맹이, 나중에 부모님께 꼭 효도하길.. (사실 겪어보니 애들이 워낙 착해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는~)
이 그룹의 매일 밤 저녁, 그리고 파타야로의 주말 계획을 짜는데 아주 작은 (별 것 아닌) 조언을 해드렸다. 그런데 그 답례가 너무 크다. 매 저녁에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초대해주셨고, 심지어 청년 3명이서 목요일 밤에 개별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허락 그리고 이에 수반된 비용(택시, 마사지, 카페 등)까지 모두 오케이.
개인적으로 내가 준비한 첫날 의전(맛집 소개)을 완전히 실패했다. 이사님은 향토음식을 선호하신다고 성훈이에게 전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판단 미스로 전혀 색깔이 다른 분위기 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안내해드린 것.
세상에. 오래간만에 한 달 백만 원으로 생활하는 인턴에게 매일 아름다운 저녁 식사의 향연이 펼쳐졌다. 처음 보는 타인, 부하 친구의 친구에게 이렇게 알찬 대접을 해주시다니...... 나도 내가 일정한 위치에 올라갔을 때 '동료와 부하'들에게 사심 없이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에구, 지금부터 잘해야 할낀데.
주영아. 노력 좀 하자.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이번에 방문한 모든 레스토랑은 그 가격에도 불구하고 내 맛집 리스트에 올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사실 맛집에 올리는 기준은 일정치 않고, 내가 모든 것에 눈물 흘릴 정도의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어야 올리는데, 아쉽게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맛에 감동을 받으면, 분위기가 약간 아쉬웠다. 분위기에 반했음에도 가격 대비 맛이 탁월 치는 않았다. 내 맛집 기준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이것이 내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어쨌든 평균 조회수 180명에 걸맞은 블로그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인만큼, 앞으로 신뢰받는 맛집 블로거로 거듭나는 이 과정에서 내 별 볼 일 없는 감각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성훈이에게 새로 알게 된 사실. 매사에 진중하고 사려 깊다. 뒤집어 말하면 "빵빵 터뜨리는" 그런 유머감과 박진감이 안 보인다. 요즘 여성분들이 선호하는 '까르르' 폭소 유발자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친구인 창훈 씨는? 성훈이 못지 않게 속이 깊고 참 좋은 사람이다. 게다가 관심사도 다양하고 할 줄 아는 것도 많다. 그런데 둘이 내가 볼 때 (다시 등장하는) 근주자적. 한없이 착하고 건실하기만 한 사람들.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 불리는 사람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 하지만 빵빵 터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그런데 나도 문제다. 고급스럽고 자연스러운 그런 감각이 너무 부족하다. 정말 허물없는 지인에게만 거침없이 드러내는 B급 이하의 정서를 발휘할 때 나름 자지러질 멘트가 막 날아간다. 하지만 평소가 문제다. 내가 봐도 난 참 재미없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진지하고 속 깊은 성훈이나 창훈 씨에 (재미없는 측면에서) 동질감을 살짝 느꼈다. 우리 모두 열심히 노력해서 향후 빵빵 터지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애들과 동행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호기심과 질문이 많구나. 대답을 하면 또 다른 질문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그런데 예전 같았으면 귀찮았을 텐데, 이들 질문에 귀를 기울이는 과거와는 달라진 내 모습을 발견했다. 결혼할 때가 됐나 보다라는 엉뚱한 결론이 나았다.
그리고 성훈이는 애기들도 참 잘 돌보는 것 같다. 오전부터 어린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정말 힘들었을 텐데, 힘든 기색하나 없이 저녁에 나타난다. 정말 알면 알수록 진국인 놈이다. 게다가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열심히 체력단력 중인 듯, 몸은 장교 시절보다 더 좋아졌다. 안 그래도 기수(깃발 들고 뛰는 후보생)를 할 정도로 유산소 운동에도 탁월한 재능을 갖춘 친구인데, 근력까지 갖췄다. 진지하면서 몸 좋은 남성을 선호하는 여성이라면 이 아이를 꼭 좀 데리고 가길.
배만 점점 나오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부끄러워진다. 젠장. 누굴 오랜만에 만나면 왜 이렇게 스스로 반성 거리만 생기는 건지. 그래서 이 머나먼 땅을 방문할 때 '내 존재'를 잊지 않고 연락해준 성훈이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새로이 알게 된 창훈 씨도 너무 반갑고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 + 응원하며.
무엇보다, 같은 신앙인으로서 (스스로 부끄럽지만) 늘 지속적으로 기도해줄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끝.
시골쥐의 네이버 맛집 블로그 : http://blog.naver.com/jootime/220547931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