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카북스를 만나다.

나를 위로해 주는 공간

by grida

- 저기요, 쿼카북스사장님이시죠?

- 네.

- 커피기계에서 커피가 나오질 않습니다.

- 앗! 네?

- 버튼을 눌러도 기계가 작동하지 않아요.

- 아, 네. 그럴 리가 없는데......

- 이렇게 저렇게 해봤는데 안되네요(속으로 한숨).

- 어쩌죠?(당황한 목소리)

- 아이휴. 그러게요. 어쩌죠?

- 네.(생각에 잠긴 듯한 목소리)

- 잠깐만요. 가루가 떨어지는 그림버튼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 아! 원두찌꺼기통이 가득 찼다는 뜻이에요.

죄송하지만 그 통을 비우고 다시 커피를

뽑아보시겠어요.

- 잠시만요. 통을 빼서 비워볼게요.

이제 커피가 나오네요.

- 죄송해요.

다음에 오시면 커피 한잔 무료로 드릴게요.

- 네.


다음에도 여기 다시 올까?

커피머신이 작고 허접해 보였고,

전화에서 들렸던 차분하고 선한 목소리가 맴돌았지만 쿼카북스의 첫인상은 뭐지였다.

커피를 좋아하는 남편이 커피맛도 별로라고 했다.

다 별로네. 한잔값만 결제하길 잘했다.

책과 소품들을 천천히 보고 싶었는데, 커피기계와 한참 씨름에 의욕이 사라졌다.

사장님 전화번호메모는 왜 이렇게 찾기 힘든 거야.

기운 빠졌다. 남편은 바로 서점에서 나가자고 했다. 뒤이어서 들어오던 손님 두 분도 우리가 커피머신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나가버렸다.


강아지산책길에 발견한 무인독립서점 쿼카북스!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독립서점이 생겼어라고 감탄하며 남편을 꼬드겨 들어갔는데,

첫 방문은 이런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휴대폰에서 들었던 선한 목소리가 맴돈다.


그 이후에도 자꾸 쿼카북스가 나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어느날 드른 쿼카북스는 더 좋아 보이는 커피머신으로 바뀌었고, 커피맛도 좋아졌다. 사장님 추진력 짱이네.

찬찬히 둘러본 쿼카북스는 귀엽고 예뻤다.

책을 읽기보다 모으는 일을 더 좋아하는 나는 쿼카북스의 전시된 책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내 취향과 겹치는 책을 보면 반가웠다.

사장님이 궁금해졌다.


혹시 내 전화로 커피머신을 바꾸신 걸까?

뭘 믿고 독립서점을 그것도 무인으로 차렸을까?

뭘 믿고 이렇게 예쁜 소품들을 다 펼쳐놓았을까?

누가 가져가도 모를 거 같다.

어떤 사람일까? 통통한 아줌마일까?

날씬하고 세련된 아가씨?

머리가 희긋희긋한 멋쟁이 할머니?


호기심 가득한 질문이 내 안에 모아졌다.

방문할 때마다 책이나 예쁜 소품을 구매했다. 소품가격까지 저렴하고 착하니, 소확행소비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이런 예쁜 아이들은 다 어디서 데려오는 거야! 사장님이 또 궁금해진다.

가끔 난 쓰레기를 정리하거나 테이블을 닦아놓기도 했다. 그러면 기분 좋아졌다

진열된 책이 사라지면 구매한 사람을 상상한다. 눈여겨보던 책이 사라지면 나만 모르는 비밀을 빼앗긴 거 같아 아숴웠다.

방문할 때마다 사장님은 없었다. 당연하지. 무인서점이니까. 아 궁금해.


무더운 날, 쿼카북스에서 드디어 사장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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