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듣다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 문재인 전대통령인터뷰는 인상적이다.
고노무현대통령에 대해 묻는 질문에
문재인 전대통령은 가만히 생각하다 입을 뗀다.
30초? 1분? 동안의 그 침묵은
어떤 말로도 담을 수 없는 슬픔과 그리움이 있다.
침묵이 저리도 아플 수 있구나.
상영관 안의 고요는 침묵에 몰입했고
나는 또 어김없이 눈물 쏟는다.
8년이 지난 그 침묵은 오랫동안 남는다.
침묵에 설렘, 기쁨, 즐거움, 당황, 슬픔, 화를 담는다.
침묵은 어떤 말보다 그 감정 그 자리에 데려다준다.
썸 타는 남녀사이에서
고백을 주저하는 침묵은 숨 막히는 설렘을 주고,
아저씨들의 요란한 멱살잡이싸움 중
침묵은 한 아저씨가 이겼음을 알게 하고,
소리 지르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두 돌 아가가 조용하면 참기름을 바닥에 쏟고 있고,
모의고사성적표를 내민 고3아들은
가만히 지켜보는 엄마에게서 두려움을 느낀다.
침묵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때는 문재인 전대통령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침묵에 절대공감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다. 누가 봐도 느낄 수 있는 그 침묵은 시의 언어다.
지금 다시 인터뷰장면을 본다면 읽을수록
비껴서 어긋나게 스며드는 시처럼
새로운 다른 것이 숨어있을지도 모르지.
이 침묵을 어떻게 이용하지.
일단 어젯밤 반찬투정하며
언성 높인 남편에게 써먹어야지.
쏟아낼 말은 많으나 다 했다고 생각하고
침묵으로 새롭게 다시는 반찬투정 안 하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