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뻐? 걔가 예뻐?

by grida

-너 여자친구 생겼니?

-아니에요!!

-그러면, 스카(스터디카페) 마치고 왜 그렇게 늦게 들어와?

-엄마가 그렇게 의심할까 봐, '친구'라고 하지 않고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들어간다고 했잖아요.

여자친구 없어요. 스카 마치고 나오면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왔다니까요.


난 속으로 '친구'와 '친구들'과의 뜻의 차이가 뭘까 한다. 남편이 후다닥 뛰어오더니, 나에게 속삭이듯

자기가 좀 전에 여자친구 생겼는지 똑같이 물어봤어한다. 내가 남편한테 물어보지 말라고 주의 줬는데. 그새 물어봤군. 아들은 두 번이나 같은 질문을 받았다는 것보다 여자친구 생겼냐는 그 말에 더 기분 나쁜 것 같지만. 진짜로 여자친구가 없나, 거짓말할 녀석은 아닌데. 아니다. 아이들은 가끔 어른들 생각을 벗어나 있는지도 모른다.


-여자친구 사귀면 안 된다. 고3이잖아.

-네 알아요. 친한 친구가 사귀고 싶어 하는 여자애가 있어서, 다리역할하고 있어요.

-잉!! 야, 그 친구도 공부해야지. 왜 네가 사랑의 막대기역할을 해?

-엄마, 어차피 그 친구 공부 안 하는 친구예요. 둘이 서로 좋아하는 게 보이는 데 다리역할해야죠.

-(이 시끼......!#%#%%*&&^*(&*&*)


난 아들에게 친구가 누군인지 물어본다.

나도 그 친구를 안다.

착하고 성실하고 예의 바른 아이라 한시름 놓는다.

딸이 우리 둘의 대화를 듣더니 방에서 급히 나온다.

뭐라 해도 다른 이의 사랑이야기는 큰 호기심이 따라붙는 법이지.

딸은 반짝반짝한 눈으로 아들에게 물어본다


-야, 그 친구 잘 생겼어?

-응, 키 크고 잘 생겼어

-얼굴 보여줘! 사진 있을 거 아냐!

-싫어.

-그럼, 그 여자애는 예뻐?

-그냥 평범하게 생겼어.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얼굴이야.

-안 예쁘네!. 예쁘면 바로 예쁘다고 얘기했을 거 아냐.

-볼수록 매력 있는 얼굴이라니까.

-야! 그럼, 내가 예뻐, 걔가 예뻐?

-누나가 예쁘지.

-헉! 그럼 못생겼네.

-아냐. 매력 있다니까!

-네 친구사진이나 보여줘.

-싫어. 안 보여줄 거야.

-누나가 만 원줄께.

-싫어, 만원에 내가 보여줄까 봐.

-그럼, 만오천 원!

-오호!, 만오천 원이면 보여줄 만하지.


그러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 딸이 조르륵 따라 들어간다. 아들이 졸업앨범을 찾아 친구얼굴을 보여주나 보다. 딸이 이건 반칙이지하며 아들폰에서 다른 사진을 보여달라고 조른다. 남자애가 멋지네하며 여자애사진도 보여달라며 방 안에서 둘이 신나게 웃으며 까르륵 거린다.

누나가 밝은 목소리로 들어주니, 아들도 신나서 다른 이야기들도 꺼낸다.

둘의 대화에 난 기분 좋다. 두 아이의 웃음소리에 내 귀와 마음이 즐거워진다.


한참 동안 둘이서 떠들더니 딸은 웃으며 자기 방으로 뛰어간다.

누나가 돈줄께 하며 짤랑짤랑거리는 저금통을 들고 다시 아들방으로 간다.


아이휴. 동전으로 줄라고. 난 속말로 동전으로 만오천 원을 주면 아들이 싫어할 텐데. 좀전에는 사이좋다가 치열하게 싸우는 것도 봐서, 둘이서 투닥투닥거릴 수도 있겠구나. 투닥거리다 싸움이 심각해지면 어떻게 하지. 다음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가늠하며 혹시라도 싸우면 어떻게 공정해 보이게 해결해주지. 별일 아닌 일에 크게 싸우기도 하는 남매니까. 난 보던 책을 열심히 읽으려 노력한다.


딸은 됐지! 누나가 용돈 줬다 하며 자기 방으로 빠르게 숨는다. 아들의 어이없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엄마! 누나가 만오천 원을 엔화로 줘요!

아들은 큰소리로 나에게 이른다.

-뭐라고? 엔화? 일본 돈?

-딸! 원화로 아들한테 줘라. 약속은 지켜야지.

-에이! 약속은 지켰잖아요. 엄마 괜찮아요.

야, 동생! 너 수능 끝나고 일본 간다며 그때 써!

누나가 환전 수고를 덜어주는 거야.


딸은 작년에 다녀온 일본여행에서 쓰고 남은 엔화를 가지고 있었나 보다.

나는 아들의 대답이 들리지 않아 화가 났나 해서 아들방을 노크하고 문 열고 물어본다.


-아들, 괜찮아? 누나가 왜 저런다니? 누나가 딱 만오천 원만 주디?

-아뇨, 더 많이 줬어요. 괜찮아요.

아들이 보기에는- 예쁜-누나가 준 엔화지폐와 엔화동전이 기분 나쁘지 않나 보다.

아들은 책상에 가지런히 놓인 엔화를 보고 웃으며 쳐다본다.


아이휴. 다행이다. 내마음만 아슬아슬했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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