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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셔니스타 Feb 28. 2024

기도발의 비밀

이뤄질 것을 믿슙니다

 한조샘은 기도발이 정말 세다. 한눈에 봐도 싹싹하고 인성 바른 자녀들은 학원 한 번 안 다니고 의사, 약사가 되었는데 그 역시 새벽 기도의 힘이라 하셨다. 간판 제작과 현수막 광고업을 하신다는 걸 알고 나는 2018년 1월에 한조샘께 현수막 하나 만들어 학원 유리창에 달아 주십사 부탁드렸다. 추운 겨울이었고 하필이면 눈까지 내리는 날이었다. 2층에 긴 사다리를 올려 한참을 밖에서 작업하시는 동안 따뜻한 실내에서 수업하자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현수막 비용도 안 받으려고 하여 정말 난감했다.

 “학원 잘되도록 기도할게요.”라며 농담처럼 웃으셨는데 그해 학원이 정말 거짓말처럼 대박이 났다. 말로만 듣던 한조샘의 기도발을 실감했다.


 나는 한조샘과 ‘제대로 읽기’ 독서 모임에서 만났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인 곳에서 유난히 광채 나는 분이었다. 얼굴 가득한 미소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항상 평온하게 했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입 밖으로 성경 구절이 줄줄 나올 만큼 독실한 교회 장로였던 한조샘은 독서 토론에서 다루어지는 모든 주제를 다음과 같이 귀결시키셨다.

 “그러니 하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합니다.”

 추수감사절이나 부활절이면 독서 모임 사람 모두를 교회로 초대하셨다. 목사님의 지루한 설교 후 진수성찬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있는 일행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한조샘을 잊을 수 없다. 교회 일이라면 열일 마다치 않아 예쁜 교회 이곳저곳에서 한조샘의 손길을 엿볼 수 있었다. 여름이면 태국 오지에 지은 자매교회에서 사역에 여념이 없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는 모습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시련 속에서도 꿈을

 한조샘은 늦은 나이에도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그러나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니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첫째 아이의 대학 등록금을 대고 나면 다음 해는 둘째에게 목돈이 들어갔다. 결국 아이들이 학교를 모두 졸업할 때까지 한조샘은 신학 공부의 꿈을 접어야 했다. 다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한조샘이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과 토요일마다 독서 모임을 하고, 종교 서적이 아닌 문학과 자기 계발, 인문 서적 읽는 것이 영 탐탁지 않았던 교회 목사가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는 한조샘의 신학교 진학도 반대했다. 세속에 물든 책을 읽는다며 교인들 앞에서 망신을 주기도 했다.

 단단한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목사가 되겠다는 한 교인의 뜻을 왜 꺾으려 하는 건지 목사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한조샘은 끝내는 마찰을 견디지 못하고 수십 년 정든 교회를 떠나고 말았다. 교회 일이라면 두 팔 걷어 붙여 사역했건만 막상 떠나오고 나니 교인 중 아무도 그에게 안부조차 묻지 않자 배신감에 휩싸였다. 설상가상 간판 작업을 하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허리까지 크게 다쳤다. 코로나로 만남이 불가능하던 시절이었다. 전혀 새로운 삶의 국면에서 건강도 잃고 믿음도 잃은 한조샘은 우리와 점점 멀어졌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올해 초 신입생 모집 홍보 현수막 제작을 위해 인터넷 업체에 연락했다. 2층 건물이라 사다리차를 불러야 해서 비용이 꽤 들 것 같았다. 현수막 크기와 부착 시기를 고민하다 우연히 한조샘 소식을 들었다. 주중에는 대구에서 일하고 주일에는 어엿한 목사로 거제도에서 사역하고 계신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나는 곧바로 한조샘께 전화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샘의 환한 미소가 눈에 선했다. 우리는 서로의 소식을 전하며 한참 통화했다. 말 중간중간 그동안의 말 못 할 고통이 잔뜩 묻어났지만, 지금은 기도 덕분에 다 잊었다며 후련해하셨다. 역시 한조샘다웠다. 나는 사업 확장의 강렬한 염원이 담겨 있는 멋진 현수막을 달아 주십사 부탁드렸고 샘은 호쾌하게 웃었다. 독서 모임 사람들과 다시 한번 만나자는 나의 제안에 한조샘은 마침 2월 3일이 큰딸 결혼식이니 같이 모여 밥이나 먹자고 하셨다. 우리는 5년 만에 드디어 재회하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드디어 밝혀진 기도의 비밀

 정장을 멋지게 입은 한조샘과 고운 한복 차림의 사모님이 우리를 맞이하셨다. 두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했다. 예전보다 조금 수척해진 듯했지만, 행복해 보여 안심이 되었다. 우리는 두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했다. 한 떨기 백합 같은 어여쁜 신부와 사진도 찍고 오랜만에 만난 독서 모임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식당에서 한참 수다를 떨다 미정샘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한조샘은 정말 기도발이 남다른 것 같아요.”

 우리는 커피잔을 든 채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그 비결을 궁금해했다.

 “영주샘, 이번에 한조샘께 또 현수막 부탁했다면서요? 어떻게, 기도발 좀 있나요?”

 그러고 보니 현수막 작업을 한 지 2주가 훌쩍 지났는데 신입생 문의가 하나도 없었다. 마침 한조샘이 결혼식 하객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잠시 피로연장에 들르셨다.

 “샘, 요즘 기도발이 영 예전만 못한데요. 아직 신입생을 한 명도 못 받았어요. 기도하고 계신 거 맞아요?”

 “영주샘, 그거 모르는구나. 내 기도의 비결은 ‘될 때까지 한다’예요. 뜨겁게 기도하다 보면 이루어지니까 같이 기도하며 기다려 봅시다.”

 비결은 바로 비가 내릴 때까지 기원한다는 인디언 기우제였다. 확신에 찬 한조샘의 말을 듣고 나는 오늘도 두 손 모아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한다. 대박이 날 때까지 기도하고 즐겁게 일해 한조샘의 영험한 기도발의 또 다른 살아있는 증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작가님들, 저희 학원의 문전성시를 위해 다 같이 뜨겁게 기도해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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