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구불구불 자란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가지를 펼치고 있었고,
이름 모를 덤불과 덩굴이
돌계단을 휘감고 있었어요.
버려진 벤치와 기울어진 화단,
깨진 유리조각이 반짝이며
그곳이 한때 화려했던 장소였음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어요.
엘리는 천천히 정원 안으로 들어갔어요.
갑자기 몸이 진동하듯 울렸고
가벼운 현기증이 밀려왔어요.
“괜찮아?”
피코가 올려다봤어요.
피코의 잔뜩 드러난 눈의 흰자에
걱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어요.
"조금... 어지러워서 그래. 괜찮아."
“그러면…”
피코가 주변을 쓱 훑어보다가
곧장 정원 안쪽으로 발을 옮겼어요.
“따라와. 거기, 아직 무너지지 않았어.”
피코가 앞장섰어요.
엘리는 피코를 따라가다
갑자기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고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곧이어
소나기가 쏟아졌어요.
그들은 급히 수풀 사이를 헤치고,
오래된 길을 따라
덩굴에 반쯤 가려진 작은 구조물 하나를 발견했어요.
티하우스였어요.
둥글게 이어진 지붕은 이끼와 덩굴에 반쯤 가려져 있었고,
나무 기둥은 비에 젖어 어두워져 있었어요.
창틀은 오래되어 조금씩 벌어져 있었지만,
다행히 내부까지 빗물이 스며들진 않았어요.
문을 열자,
안에는 오래된 목재의 냄새와
마른 꽃잎, 약간의 차향 같은 것이
짙게 배어 있었어요.
그리고 먼지가 앉은 찻잔 하나.
긴 세월 동안 아무도 찾지 않았지만
어쩐지 누군가 곧 돌아올 것처럼,
모든 것이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엘리는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어요.
그리고 아주 깊게 내쉬었어요.
그 순간
차가운 감각이
머리 꼭대기에서 느껴졌어요.
“앗…!”
엘리는 깜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어요.
보랏빛의, 통통한 도마뱀 하나가
그녀의 머리 위에 앉아 있었어요.
도대체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걸까요.
기척도, 인기척도 없이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요.
요요는 미소를 띠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네가… 이제 돌아왔구나.”
그리고는,
바람에 흩날린 연기처럼 사라졌어요.
흔적도 없이.
엘리는 놀라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말했어요.
“… 대체, 여긴 어디지?”
그리고, 또다시 현기증이 나서
오래돼 보이는 긴 나무의자에 앉아
몸을 기대었어요.
창밖에서는 빗소리가 세차게 들렸어요.
“피코…”
엘리는 가만히 피코를 내려다보았고,
피코는 그녀의 곁에 누웠어요.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정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EP.2 정원 끝 짧은 대화
엘리 : "근데, 왜 갑자기 나타난 거야?"
요요 : "난 늘 여기에 있었지. 그냥 네가 이제야 나를 발견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