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12일 오전 5시 44분
어제 워싱턴 우체국을 개조한 우편박물관을 방문했는데 전시 컨셉과 지식의 확장성이 무척 흥미로웠다. 우편박물관,하면 보통 사람들에게 떠오르는 것은 우표일까? 여기에는 편지를 배달하기 위한 교통 시스템과 전쟁에 나간 아들과 남편의 감동적 편지, 편지가 전달되는 시스템과 경로, 우편물을 검색하는 범죄수사, 우편배달부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 변화하는 우체통 디자인 등 아주 다양한 컨텐츠가 주제로 선정되어 펼쳐졌다. 이메일로 인해서 편지를 전하는 일이 적지만 예전에 우리는 우체부 아저씨가 편지를 수거하는 시간까지 확인하며 우체통에 편지 한 통을 넣고 나서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가.
"어머니, 저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편지라는 끈이 이어주는 이민을 온 사람이나 전쟁에 참여한 군인으로부터의 편지 내용은 너무 드라마틱하여 이것이 모든 우편의 역사를 아름답게 버무려 놓는 것 같았다. 최근 민속박물관의 전시 [굳세어라, 금순아]에서도 어머니에게 보낸 한국전 참전 미군의 편지와 기념품이 관람객들에게 전시의 공감대를 연출했었는데 딱딱한 사실도 중요하지만 전시물에 스토리를 입히고 공감을 사는 일이 - 전문가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지만 - 긍정적 이미지와 친근함을 마련하는 일에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우편물하면 떠오르는 것은...우편물보다는 이와 연관된 사람인데, 작년 이맘때 미술관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우편수발실을 찾아가면 항상 맛있는 커피를 내려 주던 은정씨가 기억난다. 미술관의 우편물을 관리하는 아주 작은 사무실이었지만 그 친구가 있어서 그 공간이 빛날 정도였다. 우편박물관이 우편물의 역사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과 연관된 확장 개념을 보여주었다면 은정씨는 미술관 우편수발실을 단지 우편물 배달창고가 아니라 사람들이 교류하고 개인적인 윤리까지 뒬돌아보게 하는 공간으로 만든 사람이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던 그 친구가 이 박물관을 보니 더욱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