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제나 미술관 Nov 01. 2020

어느 인턴지원자의 편지

2011년 10월 31일

어느 인턴지원자의 편지 작성자: (momo)메일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인턴쉽을 지원한 이래로 처음으로 '제대로'된 선발 절차와 끝마무리를 경험하였습니다. 다른 갤러리들이나 미술관들의 인턴 뽑는 태도라든지 선발 결과에 대한 통보 매너에 참으로 놀라고 있었던 중에 이런 메일을 받고 나니 감동스러워서 그 뜻을 전하고자 메일드립니다.   저와 같이 인터뷰에 응했던 한 지원자도 이런말을 했습니다. "인턴 뽑는데 이렇게 까지 형식적으로 입사 시험 보듯 뽑을 줄은 몰랐어요." 이 말을 듣고 나니 웬지 씁쓸해 졌지만 모든 상황을 '매우'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답니다.   월간미술에 실린 글 잘 읽었습니다. 미술관교육 쪽에 관심이 있어서, 그에 관한 책을 찿고 있었습니다. 소개해 주신 책제목들, 모두 메모해 두었습니다.  쓰신 글 서두에 "포기, 좌절, 원망, 허무"같은 단어들을 보았습니다. 미술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이런 단어들을 자꾸 쓰시면 제 자신도 일찌감치 떠나고 싶어지지만, 미술관에서 일 하시는 분들이 느끼시는 좌절감에 공감은 하지요.  힘드시더라도 계속 미술관 교육 발전에 힘쏟아 주세요. 그래야 소수의 사람이라도 약간의 '희망'이라도 잃지 않을 겁니다. 보내주신 인턴쉽 선발 결과에 대한 메일을 받고 제가 감동을 느꼈듯이, 잘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에는 항상 미술에 대한 작은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분들은 미술관 역시 떠나지 못할테니까요.   무더운 여름에 건강 조심하시고, 제가 좋은 경험을 할수 있게 도와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월요일에 있었던 삼성미술관 인턴쉽 프로그램에 지원하였던 사람들 중 탈락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지원자격이 석사과정 이상이기에 모두들 상당한 학력과 경력의 소유자이지만 - 어학능력은 필수이고 요즘은 반 수 이상이 외국유학 경험까지 있다 - 그 중에서도 탈락자는 있기 마련이다.   오늘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내게 답장을 보냈다. 가끔은 교육 쪽의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쪽 일의 보람이란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대중들에게 '전시를 보고 (막연히) 좋았다'는 반응을 얻고 만족하기 보다는 예술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구체적인 대상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학습시켜서 구체적인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술에서 더이상 '묻지마라', '너희는 말해도 모른다' 뭐 이런 옛날 세대의 무식한 방법이 통하기는 힘들다.   비록 예술이 삶보다 길지라도 그 예술의 원천인 삶은 무엇보다도 구체적이지 않은가.




작가의 이전글 제주 고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