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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Jan 06. 2021

도시의 이방인

이방인은 스스로 일궈둔 곳에서 생활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혹은 어딘가의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나는 도시에 사는 도시의 이방인. 30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20대의 끝자락에 선 29세 여자이다.

막연히 기다려왔던 30대를 목전에 두고 지금 내가 일궈 놓은 것들은 얼마나 되는가. 나이가 들수록 연초에는 앞을 내다보기보다 뒤를 돌아보게 된다. 앞으로 해야 할 것들보다 해놓은 것에 더 애정이 생기는 때.



지금 나는 29세. IT회사에 다니며 어플 서비스 기획 업무를 하고 있다. 조금 이른 나이에 과장이라는 직급을 달았고 주위 친구들에 비해서 약간 높은 연봉을 받는다. 그래도 여전히 비교대상은 많다.

지금은 추상적인 꿈보다 구체적인 꿈에 집착한다.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하고 있다. 29살이 된 내가 지금 집착하는 것이라면 노후라던가 행복이라던가.

아니 그런 거 사실 다 필요 없고...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어야 행복할 것인가. 라던가 주말에 애인과 어떤 곳을 갈 것인가.

혹은 더 따져보자면 집에 가는 길에 얼마 정도를 현금으로 인출해야 남은 겨울에 붕어빵을 매일 먹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아닐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에 다니고 퇴근하면 완벽한 자유를 느끼며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한다. 때로는 그냥 뒹굴거릴 때도 있고. 주말 혹은 평일 저녁에는 친구들과 연인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다를 떨며 좋은 풍경 좋은 음식을 눈과 입에 담는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한 달에 한 번 네일숍과 피부관리숍에서 기분전환을 하고 쇼핑을 한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며 뿌듯함을 느끼고 특별하지 않은 날 나에게 주는 선물 스케일은 점점 커져간다. 좋은 남자 친구가 옆에 있어 외롭지 않고 나름 좋은 회사에 다녀서 위태롭지 않다. 집에 오면 가족들이 있어서 편안하고 기분이 복잡한 날 친구들과의 만남이 있어 즐겁다.

직장, 연애, 친구, 건강 모두 안정감 있게 느껴지는 지금. 뭐야 생각보다 20대에 많은 걸 이뤄놨잖아?



이런 익숙한 일상의 안정감 참 좋다. 20대 초중반에는 느끼지 못했던 지금만의 안정감.

그래도 여전히 출퇴근길은 언제나 낯설고 조금은 날 서있는 느낌. 이 도시에서 내가 내 행복을 지키기 위해 혹은 지키는 과정에서 겪는 이방인의 행보는 때로는 즐겁기도, 때로는 무섭기도 하다.



내가 일궈 놓은 곳에서 생활하는 나의 삶.

그것이 지금 나라는 이방인의 가장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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