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스테이크 덮밥처럼.

몽떼하는 인생

by 사치스러운글

요즘 카카오톡 선물함엔 소고기가 자주 들어온다.

남편은 소고기를 좋아하지만, 나는 딱히 즐기지 않아서 늘 구워 먹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특별하게 먹어보고 싶었다.

한식과 일식을 좋아하는 나로선 스테이크보단 스테이크 덮밥이 끌렸다. 밥 위에 고기와 소스를 얹는 조합,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스테이크 덮밥의 맛은 단순히 고기 굽는 기술이 아니라 소스에서 갈린다.
아무리 고기를 잘 구워도, 소스가 평범하면 그냥 고기반찬일 뿐이다.


먼저 소금과 올리브유에 재워둔 소고기를 달궈진 팬에 올린다. 한쪽 면이 갈색이 나도록 과감하게 굽고, 뒤집어서 익힌다. 어느 정도 익으면 팬을 기울여 모아진 기름을 숟가락으로 퍼서 고기에 끼얹는다. 겉은 바삭하고속은 촉촉하게 만드는 포인트. 구운 고기는 따로 빼내어 포일로 덮고, 충분히 레스팅 한다.


이제 본격적인 소스 만들기. 팬에 남은 육즙과 기름을 활용한다. 약불로 줄인 팬에 미림을 한 스푼 넣어 플람베 해주면 팬 바닥의 고기 맛이 우러난다. 미림이 타기 전에 간장, 설탕, 생강 슬라이스를 넣고 끓이다가, 불을 끄고 생강을 건져낸다. 그리고 바로, 버터 한 조각을 넣어 몽떼 한다.


마지막으로 후추를 살짝 뿌리고, 슬라이스 한 양파를 넣는다. 레스팅 된 고기의 육즙도 소스에 더해주면 완성.

밥 위에 소스를 먼저 뿌리고 양파를 얹은 뒤, 먹기 좋게 썬 스테이크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와사비 한 점.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감탄이 터진다.

"와… 소스가 다 살렸다."


같은 고기라도, 소스에 따라 담백해지기도 하고 달콤해지기도 한다.

이번 스테이크 덮밥의 소스는 버터 몽떼 덕에 유난히 고급스러웠다.
버터가 육즙을 감싸 안아 고스란히 입 안에 남겨줬다.

이 작은 차이. 딱 한 끗 차이.




**몽떼(Monter au beurre)**는 양식 조리 용어 중 하나다. '버무리다'라는 뜻으로, 주로 파스타 조리에서 사용된다. 소스의 농도와 간이 충분히 잡힌 상태에서, 마지막에 버터나 올리브오일을 넣어 부드럽고 윤기 있게 마무리하는 기법이다.


우리나라처럼 국물 문화가 강한 곳에서는 건더기도 중요하지만, 결국 국물이 맛있어야 ‘캬~’ 소리가 난다. 반면 양식은 국물을 먹기보다는, 그 풍미가 면이나 재료에 충분히 스며든 상태를 선호한다. 오일파스타에는 버터를, 크림파스타에는 오일을 몽떼 함으로써 각각의 맛이 더 진하고 묵직해진다.


특히 버터 몽떼는 소스에 부드러운 감칠맛과 은은한 향, 고운 빛깔까지 더해주는 만능 역할을 한다. 고기에서 나온 육즙, 양념의 짠맛과 단맛을 하나로 조화시키며, 모든 재료의 맛을 ‘한 단계’ 올려준다.




생각해 보면 인생도 덮밥 같다.
기본이 되는 밥 위에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하나씩 얹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 인생을 더 맛있게 만들어줄 소스 같은 무언가를 더한다.

그 소스가 뭐든 간에, 버터 같은 존재가 들어간다면 더 깊고 풍성해진다.
그건 물질이 아닐 수도 있다.
나의 태도, 생각, 애정일 수도 있다.

버터는 흔하게 보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인생도 그렇다.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면, 그걸 잘 버무릴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가진 재료가 보잘것없어 보여도, 태도라는 버터가 섞이면 전혀 다른 풍미가 된다.


빵 한 조각만 있는 인생이라도, 버터와 함께라면 충분히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즐거운 생각, 긍정적인 태도. 내 인생을 더 맛있게 만드는 나만의 버터 몽떼.


스테이크 덮밥을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남편과 웃었다.

“아, 이게 행복이지.”


이 기분으로, 내 인생에도 버터 몽떼를 해야겠다.
내가 가진 것들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내 보물들이 더 반짝일 수 있도록.
나만의 금빛 조각을, 천천히 만들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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