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같은 생각

너무 오래 두면 써서 뱉어야 할 거예요

by 사치스러운글

요리를 좀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주방 한편에 늘 두는 몇 가지 재료가 있다. 나에게는 치킨스톡, 파슬리, 파프리카 가루, 발사믹, 딜, 그리고 단연코 생강가루가 빠지지 않는다. 생강은 고기나 해산물의 비릿한 냄새를 잡아주는 데 제격이라 한식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편이다. 생강은 말 그대로 '냄새를 다스리는' 재료다.


비계 많은 수육도, 기가 막히게 잘 익은 김장 김치도 만약 고기 잡내가 난다면 그 자리엔 맛이 아니라 미간에 생긴 주름만 남는 음식이 된다. 그래서 나는 생강가루를 적정량만 넣거나 넣었다 뺐다 하며 양을 조절하고 타이밍을 잰다. 그 요리가 감칠맛을 품은 음식이 되느냐, 아니면 텁텁하고 쓴 국물로 남느냐가 갈린다.


생강은 좋은 재료지만, 많이, 그리고 오래 들어가면 음식의 중심이 된다. 향을 감추는 걸 넘어서 맛을 압도해 버린다. 그래서 생강은 늘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적절한 타이밍과 적절한 양.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생강은 생각이랑 참 비슷하구나' 싶었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고, 방향을 정하고, 나를 다잡는 데엔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 생각이 너무 깊어지면, 마치 오래 끓인 생강처럼 마음을 맵고 쓰게 만든다.

특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일수록, 나는 더 오래 더 깊이 생각했다. 완벽하게 하고 싶고, 맛있게 해내고 싶은 욕심이었을까. 하지만 생각은 맛을 내는 재료이지 주인공이 아니었다.


생각을 너무 오래 두면 불안과 회의, 자책과 망설임이 그 틈을 파고든다. 생각을 정리한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같은 고민을 물처럼 다시 데우고 있었던 날도 많았다. 그러다 놓친 타이밍도 있었다. 그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여전히 생각만 하고 있었고 시간은 지나가 있었다.


살다 보면 생각보다 행동이 훨씬 중요한 순간이 있다. 조금은 부족해도 시작하는 편이 모든 재료가 완벽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나을 때가 있다. 생각은 감칠맛을 내는 생강처럼, 적당히만 곁들여야 삶을 더 맛있게 만든다. 마음이란 냄비에 너무 오래 머물려 하지 말고 딱 알맞은 순간에 건져내는 것.


생강 같은 생각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결국 나에게 달렸다. 삶이 때때로 쓰게 느껴질 때, 우리는 요리사처럼 고민해야 한다. 이건 지금 필요한 생각인지, 아니면 오래 둔 생강처럼 버려야 할 쓴 맛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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