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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치스러운글 Jun 16. 2019

27살의 연애는 왜 이렇게 어려운건가요

아직 남은 것 같기도 또 없을 것 같기도 한 27살의 나의 연애

 나는 27살의 흔한 대한민국 직장인 여성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작은 마음들을 뺀다면 내 연애는 총 3번의 경험이 있다.

그 중 한 번은 열렬하게 나의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 20살의 첫사랑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고, 한 번은 영국에서 공부할 때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던 역시 동갑내기의 남자친구가 있었다. 제일 최근의 연애는 4년간의 길다면 길었던 서로의 청춘을 나눈 동갑 남자친구였다.(왜 나는 동갑친구만 만났던건지 의문이다. 참고로 필자의 취향은 연상인데.)


 길었던 4년의 연애를 끝내고 난 뒤, 나는 사실 조금 지쳐있었다. 외로움을 느끼는 밤도 많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나름 끊이지 않았던 나의 연애라이프의 일시정지 버튼이 눌려졌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요즘 나는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문득 한 가지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연애라는 게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었던가?'



20대초반에는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부지런한 일이었는지.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라이프 스타일 부터 자주입는 옷 브랜드까지. 모든 것이 알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상대가 다 알아봐주니까. 또 그것이 설령 다르다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내가 그사람을 좋아한다는 마음이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이런 마음들이 지금은 참 어렵게 느껴지곤한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4년의 연애를 끝내고나서는 처음 가져보는 감정이기 때문에 2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으로, 연애의 초점이 훅 뛰어서 더 적응이 안되는 것 같다.


 지금 내 나이에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것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리고 취미까지. '나'에 대한 말들을 더 많이 한다. 그리고 그것이 상대방과 잘 맞는지, 다르다면 그게 문제될 일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게 된다. 경험에서 나오는, 사랑만으로는 견딜 수 없는 그 어떤 무언가의 장애물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이쯤되니 이런 행동들이 참 귀찮아지고 어려워진다. 생각은 많을수록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고 하지 않았나. 연애가 점점 복잡해져간다. 따지면 따질수록 눈은 더 높아져만 가고 아쉬운 부분은 더 커져만 간다. 나는 이제 사랑만으로 사람을 만나기에는 좀 늦은 나이인걸까? 지나가버린 연애에서 헤어졌던 이유들을 되돌아보며 그런 실수는 이제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대비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복잡한 일이라니.




'그냥 다 건너뛰고 연애만 하고 싶다.'


 요즘들어 가장 자주하는 생각이다. 새로운 누군가를 또 알아가고, 나를 알려주고, 비교해보고, 썸을 타고, 감정 줄다리기를 하며 초조해하기도, 통쾌해하기도 하는 그 어떤 연애직전의 감정들.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참 설레고 좋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 감정이 일주일만 넘겨도 지루해진다. 귀찮아지기 시작하면 이것도 감정소모마냥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냥 이런저런거 다 뛰어넘고 연애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면 나도모르게, 연락하던 핸드폰을 툭. 놓고만다. 

'이래서 그냥 친한친구랑 결혼하는게 제일 좋은거라고 하는건가. 맞출 일도 없고 자연스럽게 서로 다 알고...'

그리곤 머릿속에 친한 남자사람친구들을 떠올려본다. 나를 잘 아는 몇몇의 오래된 친구들.

그리곤 빠르게 고개를 저어버린다. 내가 미쳤지. 걔네들을 생각해보다니. 아무리 연애가 귀찮아졌어도 이건 아니야. 차라리 나 혼자 살고 말지.


 연애가 귀찮아지면 연애를 안하면 된다고들 하지만 사실 나는 연애를 안하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말하면 애정결핍 같아보이기도 하겠지만,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렇다.

나는 친구들도 많고 아는 언니오빠동생들도 꽤 많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좋다. 하지만 그런 좋은 관계들속에서도 보여주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있고, 하지 못하는 마음 속 말이 있다. 남자친구에게만 허락되는 어떤 감정들과 행동들. 그런 관계에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이런 복잡하고 귀찮은 일들이 따라온다는 것. 내가 지금 20대 초반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생각들이겠지.


자연스럽게 떠내려보내자. 연애가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한숨쉬며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에 매너리즘을 느끼지 않도록.

내 연애의 감정이 감정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따지기만 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보는 것이 좋은 사람인지. 생각해보자.

그사람이 웃는 얼굴을 따라 나도 같이 웃게된다면, 잠시 걱정하던 것들을 뒤로 넘겨보자.

그렇게 다시 20대 초반의 그 연애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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